이상수의 Health Policy Insight
[Health Policy Insight 517호]
메드트로닉코리아 부사장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불공정 무역 관행과 지속적 무역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관세 조치의 새로운 단계를 추진했다. 봄 이후 관세율과 대상 국가는 반복적으로 변경됐으며, 한때 145%로 설정됐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추가 협상을 위해 11월 중순까지 90일간 유예됐고,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50%, 멕시코 및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25~35%, 그리고 대부분의 다른 수입품에 대한 10%의 기본 관세가 새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제조업 강화, 미국 경제 지배력 재확립,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제시됐지만, 이러한 조치는 헬스케어 등 핵심 분야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미 인력 부족, 인플레이션 압박, 팬데믹 회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 및 의료 시스템은 의약품, 의료기기, 원자재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는 헬스케어 시스템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켜, 공급 가용성을 위협하고, 통합(consolidation)을 촉진하며, 재정적 부담을 보험자와 환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병원 및 의료시스템에 미치는 급격한 영향(Acute Impact To Hospitals And Health Systems)
아직 팬데믹에서 회복 중인 병원 및 의료시스템은 관세로 인해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초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원들은 의료용품 및 의약품 비용이 최대 1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병원들은 2023년 수입 의료용품에 1,469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병원 의료기기의 약 69.0%가 수입품이고 그중 13.9%는 중국산이다. 의약품, 활성 의약품 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 개인 보호장비는 주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조달된다. 수입품은 병원 총 예산의 약 10.5%를 차지한다. 따라서 관세로 인해 비용이 15~22% 증가할 경우, 병원 총 지출은 약 1~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 의료용품 및 장비를 과도하게 조달하는 병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농촌 및 중환자 접근 병원들에 대한 불균형적 영향(Disproportionate Impact For Rural And Critical Access Hospitals)
관세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병원들, 특히 농촌 지역 및 케어 접근성이 제한된 지역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에 더 큰 위협이 된다. 이들 기관 중 다수는 이미 낮은 수익률로 운영되며 급격한 비용 증가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농촌 헬스케어 시스템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악화돼 병원 폐쇄가 증가하고 농촌 주민들의 헬스케어 서비스 접근성이 극히 제한되고 있다. 대형 의료시스템은 규모를 활용해 할인(discount) 협상을 하거나 국내 공급업체로 전환할 수 있지만, 소규모 병원들은 협상력이 부족해 관세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시설들은 통합되거나 아예 문을 닫게 돼, 케어 접근성이 감소할 수 있다. 병원 합병은 종종 경쟁 감소, 의료비 상승, 환자경험 악화로 이어진다.
보험자와 환자로의 비용 전가(Cost Shifting To Payers And Patients)
단기적으로 재정적 압박은 병원들이 보험자로부터 더 높은 보험급여 요율(reimbursement rate)을 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보험료, 공제액(deductible) 및 기타 본인부담금 증가를 통해 환자에게 하류 비용전가(downstream cost shifting)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10년간 고용주 지원 보험의 보험료는 급격히 상승한 반면, 평균 공제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 기준 1억 명 이상의 미국 성인이 의료 부채(medical debt)를 지고 있었으며, 거의 40%가 비용 문제로 케어를 연기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헬스케어 비용 상승은 미국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주요 요인으로 여겨지는데, 고용주들이 임금 인상 대신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 가정의 재정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의료 케어와 관련된 재정적 독성(financial toxicity)은 건강 악화와 연관돼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과 만성질환자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관세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전략적 관세 정책 권고(Strategic Tariff Policy Recommendations)
-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단기 관세 면제(Short-Term Tariff Exemptions For Essential Medical Goods)
연방 정부는 필수 의료제품(essential medical goods)에 대한 단기 관세 면제를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보호장비, 멸균 및 소독 장비, 진단도구, 상처 케어 용품, 주사 및 주입 용품, 필수 의약품 및 투여 의료기기(예를 들어, 흡입기(inhaler)), 기본 수술기구가 포함돼야 한다. 단기 면제가 없으면 병원들은 사용을 배분하거나 조달을 지연해야 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 결과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단기 및 장기 비용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 윤리적 관점에서 이는 특히 생명 보존과 케어 접근성 확보에 필수적인 이러한 물품들에 대해 선행(beneficence) 원칙에 부합한다. 소비자 가전 및 자동차 산업 일부 분야에 이미 면제가 부여된 점을 고려하면 이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 공중보건 관점에서 본 건강영향평가(Health Impact Assessments Through The Lens Of Public Health)
관세가 헬스케어 제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적화되고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히 필요하다. 정부는 무역 정책 의사결정에 건강영향평가(health impact assessment, HIA)를 통합해야 한다. HIA는 제안된 관세가 공중보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해 정책입안자들이 미국인들에게 잠재적 위험과 편익을 신중히 고려한 근거기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무역 논의에 포함시키면 질병 예방 및 치료를 포함한 공중보건 우선순위가 경제 정책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공중보건 고려사항을 통합하면 경제 정책 변화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더 넓게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한 권고사항(Recommendations For Expanding Domestic Production)
보다 신중한 접근법은 관세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중요한 의료용품 및 장비의 국내 생산 역량에 투자하는 것이다. 점진적 접근방식은 국내 생산 규모 확대, 규제 승인 확보, 의료 접근성 및 헬스케어 질 유지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국 헬스케어 및 제조 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는 더 근본적인 정책적 질문을 제기한다: 미국의 의료 공급 기반 재건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누가 져야 하는가? 연방 정부는 보조금, 세액 공제 또는 인프라 투자를 통해 주도할 수 있다 —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의 국내 제조업에 대한 100억 달러 투자를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 자본과 시기적절한 인센티브 없이는 이러한 노력도 실패할 위험이 있다. 미국 보험청(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이 팬데믹 당시 미국산 N95 마스크 생산을 장려하려 했던 시도가 실패한 사례가 보여주듯, 공급 확대 계획은 의료공급자 수요가 제조 준비상태와 맞지 않을 때 종종 좌초한다. 향후 정책은 의료공급자 니즈와 시장 역학에 부합해 국내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적 부담이 제조사, 의료공급자, 보험자 또는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각 옵션은 환자와 정책 실행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생산 확대는 전략적 필수과제이자 정책입안자들이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다. 지지자들은 관세를 투자 촉진,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감소, 위기 시 국가 회복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제시해 왔다. 관세 외에도 미국은 보다 광범위한 산업 기반 확장(industrial base expansion, IBX)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연방 조달 보장, 지정학적 분쟁 지역으로부터 조달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국제 협정이 포함된다. 회복력 있는 공급망은 단순히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각화된 것이다. 허리케인 헬렌(Hurricane Helene)이 박스터 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의 푸에르토리코 생산시설을 마비시킨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국내 제조 허브조차 자연재해, 노동력 부족, 물류 장애에 취약하다. 중복성과 지역적 다양성은 국가적 생산만큼 중요하다. 관세 수입을 활용해 중소기업, 농촌 생산 거점, 첨단 제조 기술 혁신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IBX 지원기금을 조성하는 정책방안이 유망하다. 이중 목적 전략은 미국 헬스케어 제공 인프라의 장기적 안정성을 촉진할 수 있다.
| 시사점 · 관세는 경제 전략의 수단이 될 수 있으나, 헬스케어와 같은 중요 분야에 무분별하게 적용될 경우 그 의도치 않은 결과는 금융 시장을 훨씬 넘어 확산됨 · 생산의 국내 복귀나 무역 주도권 확보의 잠재적 이점을 저울질할 때, 그 대가 또한 고려해야 함: 환자 케어를 제공하는 병원 및 헬스케어 시스템의 비용 증가, 중환자 병원 폐쇄 및 추가적인 통합, 그리고 환자에게 가해지는 재정적 부담 |
* 본 컬럼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련 보건의료정책 마련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발표됨
출처 : Tariffs: Added Strain On The US Health Care System
Hider AM, et al. Health Affairs Forefront. September 18, 2025.
10.1377/forefront.20250916.682868
https://www.healthaffairs.org/content/forefront/tariffs-added-strain-us-health-care-syste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