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드얼라이언스, KHF 2025서 ‘병원 자동화 솔루션’ 비전 제시
● KMDIA 회원사 CEO 인터뷰–글래드얼라이언스 윤정권 대표(KMDIA 대외협력위원장)
| 의료 인력난과 초고령화 사회라는 두 축이 국내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이에 맞서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을 통한 병원 운영 효율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본지는 제12회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 현장에서 글래드얼라이언스 윤정권 대표(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대외협력위원장)를 만나, 회사의 설립 배경과 대표 제품, 그리고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글래드얼라이언스(GLAD Alliance)는 혈액 및 의약품 냉장고 생산 기업인 지엠에스(GMS)의 계열사 GMS Healthcare에서 출발했다. 글래드얼라이언스의 설립 배경과 다른 수입업체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10여년 전부터 인구 감소와 사회 구조 변화가 의료현장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견했다. 고령 인구가 늘고 의료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의료현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의료인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병원의 재정 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비를 수입해 현장에 공급하는 새로운 의료기기 수입사의 모토를 갖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글래드얼라이언스는 단순히 장비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료현장의 노동집약적 구조를 개선하고, 의료기관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점이 다른 수입업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재 공급하고 있는 주요 제품과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해 달라.
현재 공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스위스로그 헬스케어(Swisslog Healthcare)의 △자동 약품창고 시스템 ‘이보텍(Evotec)’ △자동 병동조제 시스템 ‘필픽 옥타브(Pillpick Octave)’, 브로드케어(Broadcare)의 △항암조제로봇 ‘알렉스(Alex)’다. 이 장비들은 약제팀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약사가 더 전문적인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간호업무 영역에서는 라케시스(Lachesis)의 자동 수액관리시스템과 자동 바이탈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간호 인력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환자 모니터링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여 병동 간호 환경을 혁신하는 장비다. 또한 하이얼 바이오메디컬(Haier Biomedical)과 미디어 바이올로지컬(Midea Biological)의 의료기기 사업부 한국 총판으로서 의료용 냉장·냉동고를 공급하면서 병원 내 필수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이보텍(Evotec)은 아시아 최초로 국내 상급종합병원 두 곳에 설치됐고, 이달부터 가동이 예정돼 있다.
이번 KHF 2025에서 준비한 주요 전시 포인트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번 전시에서는 고객이 직접 장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 대형 장비는 부스에 설치하기 어려운 만큼, 시네마 시스템을 활용해 실제 장비가 설치된 것처럼 구현했다. 관람객들은 영상을 통해 장비가 어떻게 병원에 도입되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동화와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동화 도입에서 동남아 국가보다도 뒤처져 있었고, AI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자동화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 없이는 의료 AI는 불가능하다.
자동화와 AI는 의료인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 관리 리스크를 줄이고 의료인의 전문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2020년 5,183만명에서 2024년 5,122만명으로 줄어, 인구 감소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한, 통계정은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며 한국이 초고령 사회임을
확인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의료인의 일자리는 더욱 필요하고, 자동화와 AI를 통해 의료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실정이다. 의료기관이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면, 의료진은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병원 자동화 솔루션이 의료기관 현장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두 가지 예를 들 수 있다. 먼저 약제팀의 경우, 자동화 시스템이 조제 업무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 약사는 복약지도, 약품 검수, 약무 행정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환자에게 더 세심한 복약지도를 제공할 수 있고, 약품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
간호팀 역시 변화가 크다. 수액 관리, 바이탈 관리 등은 지속적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업무라 피로도가 높은 영역이다. 이런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 장비가 지원함으로써, 간호사는 환자 중심의 필수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자동화가 도입되면 병동 간호업무의 약 40% 이상이 줄어든다. 이는 곧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고 환자 안전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자동화의 적용 범위는 수액·바이탈 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약류 의약품 관리, 협진 프로세스 관리 등 업무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런 분야는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자동화의 도입 효과가 더욱 크다. 이를 통해 의료인의 효율적 업무 향상을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의 관리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이라는 부가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자동화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임상 연구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미래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자산이다. 데이터 축적 없이는 한국의 의료 AI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자동화와 데이터 축적이 의료현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만큼, 이를 확산하고 지원하는 활동도 중요하다. 협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이 같은 흐름을 회원사와 공유하고, 전시와 교육사업을 통해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협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회원사 관리, 전시사업, 교육사업, 홍보, 외부기관과의 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전시를 통한 산업 홍보와 회원사의 판로 개척, 교육사업을 통한 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내년부터는 전시사업 확대, AI 기반 교육사업 강화, 지방 교육장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 의료기관들도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향후 글래드얼라이언스가 추구하는 성장 로드맵과 비전은 무엇인가?
사명에 들어가 있는 ‘얼라이언스(Alliance)’는 동맹, 연합을 의미한다. 우리는 글로벌 자동화 브랜드와 협력해 의료기관의 재정적 안정성과 의료인의 업무 효율, 환자의 빠르고 안전한 치료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운 디지털의료기기 허가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화 솔루션 두 개 이상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글래드얼라이언스는 자사의 이익만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환자, 나아가 산업 전반과 상생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윤정권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의 선택이 한국 의료의 10년 뒤를 결정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와 AI가 의료현장의 효율성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끌 열쇠라며, 글래드얼라이언스가 그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