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Health Policy Insight
[Health Policy Insight 512호]
메드트로닉코리아 부사장
미국이 특허가 살아 있는 브랜드 의약품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34개국의 국제 의약품 가격을 비교한 RAND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의약품을 기준으로 미국의 정가(list price)는 다른 국가에 비해 평균 178% 더 높았다. 특히 브랜드 오리지널 의약품(brand-name originator drugs)의 경우, 미국의 정가는 해외에 비해 평균 322% 더 높았다. 메디케어 의약품 가격 협상(Medicare Drug Price Negotiation) 1차 대상 의약품에 대한 최근 분석에 따르면, 새롭게 설정된 ‘최대 공정가격(maximum fair price)’조차도 6개 해외 참조국의 목록가격 대비 여전히 1.1~4.3배 높았으며, 협상 전에는 1.6~5.5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케어 협상을 넘어, 환자의 의약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추진계획을 위해 폭넓은 정책적 지원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5월 12일, “선진국 간 가격 균등화(equalize pricing across developed countries)”라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명령은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HHS) 장관에게 제약사에 “최혜국(Most-Favored Nation, MFN)” 가격 목표를 의사소통하도록 지시해, 의약품 가격을 유사한 선진국 수준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만약 180일 이내에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건성 장관은 MFN 가격책정을 강제하는 규칙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FDA 처장은 MFN 지정 국가의 처방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면제(waiver)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MFN 제안과 구체적인 실행 전략의 세부사항은 불분명하지만, 일부는 드러나고 있다: (1)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없는 브랜드 의약품에만 적용되며, (2) 목표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이 미국의 최소 60% 이상인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참조가격제(international reference pricing, IRP)는 자체적으로 정교한 의약품 평가 및 가격 협상 프로세스를 구축할 충분한 자원이 없는 규모가 작은 저소득 국가에서 흔히 사용된다. IRP를 시행하는 국가는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경제적 수준이 유사하고, 의료시스템이 비슷한 국가들을 바구니(basket)로 정해 특정 의약품의 가격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해당 국가는 구체적인 참조 메카니즘을 결정하는데,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거나, 평균 가격 혹은 바구니 내 특정 범위 안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다른 국가의 가격을 참조해 미국 내 약가를 낮추려는 정책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의사 처방의약품(Part B)의 메디케어 지불보상을 위한 국제가격산정지수(International Pricing Index)를 통해 국제 의약품 가격을 반영하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어 2020년에는 의사 처방의약품에 대해 MFN 모델을 시험하는 규칙 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상당한 법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시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의 MFN 프로그램이 유럽연합(EU) 여러 국가의 가격과 연동될 경우 나타날 잠재적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 이런 접근방식이 적용된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참조가격 산정과 EU에서의 영향(Reference Pricing and Its Impact in the EU)
EU에서는 1995년 유럽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이 설립되면서 의약품의 병행무역(parallel trade)과 국제 참조가격제(IRP)가 본격적으로 촉진되었다. 그 이후 대부분의 신약은 EU 27개국과 일부 관련 국가(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에 대해 중앙에서 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는 동일한 의약품 제형(presentation)과 제제(formulation)가 동일한 시판승인, 품질 기준, 제품 라벨, 근거 자료 패키지(evidence package)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며, EU 내 국가 간에 참조 및 거래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의약품 가격집(drug compendia, 가격 목록)의 광범위한 디지털화와 함께 IRP는 유럽 전역에서 정가의 빠른 수렴을 이끌었다. 예컨대, 1997년 EU에서 처음 출시된 의약품의 경우 평균가격 대비 가격 편차가 50%에 달했지만, 2003년 출시 의약품에서는 20% 수준으로 줄었으며, 이후 지금까지도 그 범위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 가격 참조의 메커니즘과 그 영향은 광범위하게 분석돼 왔다. IRP를 도입한 국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약가 인하와 예산 부담완화라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에 대응해 “정가 회랑(list price corridors)”을 도입했는데, 이는 독일과 프랑스 등 고소득 국가에서 달성 가능한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되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정가의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IRP가 유럽 전체 약가 수준을 실질적으로 낮췄다는 근거는 없다. 특히 협상력이 작은 소국이나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는 때로는 지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남아 있다.
EU에서 IRP가 약가를 전반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약가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와 감당할 수 없는 국가 간 양극화(bifurcation)가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공개 순약가 협약(confidential net price agreement)이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이런 낮은 순약가는 협상을 통한 할인(discount), 동적 가격-판매량 협약(dynamic price-volume agreements), 성과 기반 지불보상 협약(pay-for-performance arrangement), 그리고 특정 제품 또는 기업 포트폴리오 수준의 예산 상한제(budget caps)를 통해 달성된다. 이 협약들은 제약사와 국가 보험자 간에 비공개로 체결된다. 순약가 공개 요청도 있지만, 경제학적 이론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이런 협정을 받아들이려는 유인을 줄일 수 있다. 독일을 제외하면 EU 시장에서는 약가 협상이 완료된 이후에만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다. IRP와 더 엄격한 정가 회랑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EU 국가에서 신약 접근성이 오히려 악화되었다. 유럽 제약산업협회(European Pharma trade association, EFPIA)는 매년 “Patient W.A.I.T. Indicator”를 발표하는데, 이는 유럽 환자들이 신약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판 허가에서 실제 출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추적한다.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승인된 신약 가운데 모든 환자에게 이용 가능하고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단 29%에 불과했으며, 17%는 특정 조건이나 특정 환자 하위집단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신약의 90% 이상이 이용 가능하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도 70% 이상이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훨씬 더 적은 비율만이 환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유럽 전역을 기준으로 보면, 약가 협상이 완료되기까지의 중위수 기간은 578일에 달한다.
미국에서 MFN의 시행 방법(How Might MFN Be Implemented in the United States?)
미국에서 약가를 낮추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약가 인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약국급여관리자(Pharmacy Benefit Managers, PBM), 특허, 분절된 보험자 구조, 340B 프로그램, 메디케이드 최저가격 할인제도(Medicaid best price discounts)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및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의약품 가격 및 지출에 대한 미국 가격 참조제의 영향과 타국에서의 의약품 이용가능성은 MFN가 어떻게 시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품 수와 유형(환자 자가 투여 의약품 및 의료공급자 투여 의약품 포함), 가격 참조가 정가에 집중될지, 아니면 기밀 순가격 공개를 위한 정치적 압력이 어느 정도 행사될지, 그리고 MFN 가격이 제품 출시 시점과 비교해 언제 적용될지(출시 시점 또는 메디케어 의약품 가격 협상과 유사하게 시장 출시 후 일정 기간 경과 후)에 달려 있다. 일부 논평가들은 MFN을 시행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메디케어 약가 협상 프로그램(Medicare Drug Price Negotiation Program)에 포함시키거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혁신센터(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Innovation, CMMI) 시범사업 또는 사회보장법 제402조(Section 402) 시범사업 권한을 활용한 시범사업 형태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제1194(e)(1)조는 메디케어 약가 협상에서 국제 가격을 협상 요소로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경로는 미국 보험청(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CMS)이 시범사업을 통해 시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통해 MFN을 도입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EU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What Can We Learn From the EU Experience?)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에서 기준(anchor) 국가로 기능하듯,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글로벌 가격 참조의 기준 국가가 될 것이다. 제약업계는 지정된 참조국가의 정가를 미국 가격 범위 안에서 맞추려 할 것이며, 보험자들의 압력과 헬스케어 예산 제약을 감안할 때, 최소한 제한적인 보험급여라도 제공하기 위해 비공개 순약가(confidential net price) 협정이 필요할 것이다. 노바티스(Novartis)와 사노피(Sanofi)의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미국 가격 범위 안에서 공통 EU 정가를 도입한 후, 각국 간 비공개 순약가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약품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며, 제공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MFN 제도가 신약 출시 시점과 어떤 관계로 시행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은 미국에서 상업적 영향을 우려해 특정 시장에서 제품을 목록에서 제외(delisting)하거나, 심지어 유럽에서 제품을 철수(withdrawal)하는 선택을 고려할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 및 무역 압박 위협으로 인해, EU 내 보험자들은 의약품 예산을 늘리고 출시 시점에 더 높은 가격을 허용하는데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국가는 이미 의약품 지출이 상호 합의된(영국) 혹은 정치적으로 설정된 예산 또는 지출 증가율을 초과할 경우 이를 환수(claw back)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도 하에서 초과 지출을 제약업계가 자국 내 매출 비중에 따라 정부에 환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2025년 환수율은 2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더 높은 약가 수준을 허용하려면 이런 환수정책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
설령 신약의 정가가 출시 후 몇 년 내 미국과 주요 EU 국가 간에 동일해진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격차는 다시 벌어질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에 연동한 약가 인상이 여전히 가능하지만, 유럽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약가가 일반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간 3%의 약가 인상과 유럽에서 연간 1.5%의 약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면, 10년 후 미국과 유럽 간 약가 격차는 60%에 달한다. 제약업계는 IRP로 인한 매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에서 더 높은 출시 가격을 설정하려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출시 가격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는 행정부가 의도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매출과 수익은 영향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혁신 투자 감소와 함께 시장에 출시되는 신약의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참조 가격선정에 대한 더 나은 대안(Are There Better Alternatives to Reference Pricing?)
미국이 국제 가격 참조를 시행한다 해도, 특별히 강력한 무역 및 관세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한, 다른 나라 정부들이 특허로 보호된 처방의약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의지가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 국가에서는 약가가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헬스케어 및 의약품 예산이 GDP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다. 여기에 더해, 나토(NATO) 회원국들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더 높은 처방의약품 가격은 결국 의약품 예산 확대 또는 제한된 접근성 및 보험급여를 요구하게 된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이미 브랜드 의약품에 대해 제한된 보험급여를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임상연구 및 개발 측면에서도 매력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17~2021년에 신약 3상 임상시험 수 기준 글로벌 순위에서 4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또한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출시되었으나 유럽에서는 출시되지 않은 31개의 새로운 항암제 중 13개는 아직 시판승인을 위해 신청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국가들의 가격 결정 정책을 단순히 가져오기보다, 자국 상황에 맞는 제도를 통해 처방의약품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즉, 돈의 가치를 증가시키고, 환자, 보험자 및 사회에 제공하는 혜택과 비교해 약가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가치 평가 방법론을 토대로 미국에 특화된 접근방식을 개발해 미국 의사결정자의 니즈에 부합할 수 있다.
이런 접근방식은 기존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태적 효율성(static efficiency)과 연구 개선과 지속적인 혁신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동태적 효율성(dynamic efficiency)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첫 단계로, 보험자들은 신제품이 기존 대안에 비해 어느 정도의 비교 효과성(comparative effectiveness)과 추가적 편익(added benefit)을 입증하는지 보다 엄격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논의는 임상경제 평가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가 이미 제공하는 엄격한 과학적 평가에 더해, 실사용(real world) 연구에서 도출된 강건한 시판 후 근거까지 포함하도록 확장될 수 있다. 만약 이런 편익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 보험자들은 더 선택적으로 접근해 더 낮은 가격을 협상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보험청은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위한 약가 협상에서 (비록 의약품 수는 제한적이었으나) 이미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임상적 편익, 비교 효과성, 미충족 의학적 니즈 및 기존 국내 가격 기준 등이 명시적으로 고려되었다. 또한 C형 간염 치료제나 체중감량 의약품과 같은 일부 치료 영역에서는 주(州) 단위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이나 사보험자들이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계약을 체결해 더 큰 할인(discount)을 얻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을 더 확대하고 확장하는 것이 보다 신중하고 지속가능한 접근방식이다.
| 시사점 · 미국인의 약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제 가격 참조를 통한 해결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혁신을 위한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 · 보다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은 혁신이 국민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촉진하는 것임 · 미국의 선호도와 지불의사에 부합하도록 비교 임상적 편익과 돈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 기구를 설립 운영하는 것이 필요함 |
* 본 컬럼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련 보건의료정책 마련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발표됨
출처 : Referencing Drug Prices of Other Countries May Not Sustainably Lower Prices in the United States: Lessons From Europe
Grueger J, et al. Value Health. 2025; 28(9):1305–1308. doi: https://doi.org/10.1016/j.jval.2025.06.010
https://www.valueinhealthjournal.com/action/showPdf?pii=S1098-3015%2825%29024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