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사업기획과 ‘플랫폼 전환’이 여는 글로벌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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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도 균<br>디와이프라임 대표
▲김 도 균
디와이프라임 대표

미래 의료 생태계를 이끄는 동력

의료기기산업은 인류 건강과 직결되는 동시에 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표적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2023년 5,95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8,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4.8%의 성장세는 산업의 잠재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시장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사업기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의 특수성과 기획 역량의 필요성

의료기기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첫째, 극도로 엄격한 규제 환경이다. FDA, CE, MFDS 등 각국의 인허가 과정은 길게 3~5년까지 소요되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둘째, 기술 융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AI, IoT, 로보틱스, 나노기술 등이 의료기기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셋째,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의료진의 보수적 성향, 높은 브랜드 신뢰도 요구,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이 시장 진입을 지연시킨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의료기기 기업들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장 출시까지의 전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사업기획 역량이 필요하다.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시장 분석, 규제 전략, 사업화 로드맵, 수익 모델 설계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현재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원격진료, 웨어러블 기기, 개인용 진단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용 진단키트와 원격 모니터링 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 바이오마커 진단, 3D 프린팅 의료기기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최소침습 수술 장비, 로봇 수술 시스템, AI 기반 영상진단 장비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신규사업 기획과 혁신 전략

의료기기 분야에서 신규사업 기획의 출발점은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 파악이다. 성공 사례로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펜형 인슐린 주사기를 들 수 있다. 간편하고 정확한 용량 조절이 가능한 펜형 주사기로 기존 주사기의 번거로움을 해소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당뇨 환자에게 임상적 가치와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시장을 석권했다.

신규사업 기획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는 임상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더라도 환자와 의료진에게 명확한 임상적 이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규제 전략이다. 제품 개념 단계부터 각국 규제 요건을 분석하고 임상시험 설계와 허가 전략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의 확장성과 플랫폼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하나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다각도의 응용 제품군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진출 전략과 글로벌 공략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다음 단계로 뛰어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이지만 FDA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진입 장벽이 높다. 유럽은 CE 마킹을 획득하면 동시에 28개국에 진출할 수 있으나, 국가별 정책과 유통 구조가 달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시아 신흥국은 성장성이 크지만 가격 경쟁력과 현지화가 성패를 좌우한다.

메드트로닉은 인도의 의료 환경과 경제 수준을 고려해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저가형 심박조율기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현지 의료진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과 유통을 현지화한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해외진출에는 규제 및 인증 현지화, 현지 의료 환경에 맞춘 제품 커스터마이징, 유통·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다. 각국의 의료기기 규제 체계와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지 규제 전문가와 협력해 허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의료 인프라, 의료진 숙련도, 환자 특성 등을 고려해 제품을 조정하며,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유통망 확보와 함께 A/S, 교육, 기술지원 등의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무 적용을 위한 사업기획 프레임워크

의료기기 기업이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업기획 프레임워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시장 기회 분석(Market Opportunity Analysis)이다. 타깃 질환의 발병률, 기존 치료법의 한계, 시장 규모와 성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을 분석해 미충족 의료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기술 타당성 검토(Technical Feasibility Study)다. 보유 기술의 차별성과 성숙도, 확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추가 기술 개발과 외부 협력 방안을 검토한다.

셋째, 규제 로드맵 수립이다. 타깃 시장별 규제 요건을 분석해 임상시험부터 시판 허가까지의 세부 일정을 설계하고, 예상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넷째, 비즈니스 모델 설계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서비스, 구독, 플랫폼 모델 등 다양한 수익 구조를 검토하고 최적화한다.

다섯째, 재무 계획 수립이다. 개발부터 시장 진입까지 소요되는 투자 규모, 예상 매출,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산정해 투자 유치와 내부 자원 배분 전략을 세운다.

데이터 중심 플랫폼으로의 전환

미래의 의료기기산업은 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IoT 센서와 데이터 수집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의료기기’,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분석 소프트웨어,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핵심이다.

기업은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혈당 측정기를 예로 들면, 단순 측정 기능을 넘어 혈당 데이터 분석, 식단 관리, 운동 처방, 의료진 원격 상담을 아우르는 당뇨 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일회성 제품 판매를 넘어 지속적인 서비스형 수익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전략적 사업기획의 결론

의료기기산업에서 사업기획은 기업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과 기술 발전 속에서 시장 통찰력, 기술 이해력, 규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사업기획이 필수적이다. 특히 신규사업 개발, 해외진출, 사업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한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의료기기산업은 융복합 기술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사업기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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