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기술사업화의 commercialization에 특성화된 실무교육 필요
● 제17회 의료기기의 날을 기념하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장
ICU메디칼 대표
“우리 제품은 기능이 훨씬 많은데 급여가 안 맞아...”
“인허가 받다가 제품 론칭 타이밍 놓쳤어”
“우리 제품 판매할 대리점 좀 소개해 줘”
업계의 지인들로부터 자주 접하는 질문들이다. 개발이 완료되고 이미 제품이 출시된 지금 시점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상대의 답답함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질문은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을 남긴다.
“몰랐나?”
“먼저 확인할 수 없었나?”
시장 수용 가능한 제품의 구성 수준과 가격, 일련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인허가 제도의 이해 그리고 제품의 유통을 위한 영업망의 확보 등은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반영돼야 하는 중요하고도 상식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기술의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화를 위해서는 시장친화적인 R&D 기술개발 및 투자와 더불어 목표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통찰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기술개발의 초창기 스케치(Sketch)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결과적으론 기술개발 방향과 사업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의료기기 사업화 고려 사항, 목표시장에 대한 이해와 통찰
국내의 의료기기산업 환경의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보자.
고도화되는 의료기기 기술의 발전 수준과 다양화되는 사용자의 구매결정 트렌드의 변화와 공존하기 위해서 의료기기 시장은 점차 다품종 소량생산의 산업구조로 특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기술 발전과 새로운 임상 트렌드 변화의 속도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한 속도의 차이를 보이는 반면, 관련 규제의 장벽은 더욱더 높아지고 견고해지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에서의 변화는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공통되고 일반화된 변화의 특징일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는 이미 세계시장 10위권 안에 진입을 마쳤으며, 과거 5년간 10% 이상의 고도 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 성장에는 소수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성장의 큰 견인 역할을 하지만 그 기초에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산업계 구성비의 대다수인 약 90% 이상을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필수 의료분야의 대다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영역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소규모의 의료기기 기업이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요한 시장 구성원임을 각인시키는 의미있는 해석이기도 하다. 요컨데,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성장과 성공은 미래에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비전과도 직결된다고 해석해도 지나치 지 않을 것이다.
국내 산업계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자본 투자로 국내외 목표 시장에 진입을 하기 위해 기술의 시장화를 통한 사업화에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성 있는 사업화의 최종 단계까지 이르는 경우는 그 중 일부인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국내 혁신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정의 애로 사항 및 개발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해 오고 있다.
이런 애로 사항 및 문제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목표 시장에 대한 객관화와 정보화(Market Intelligence)의 부재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목표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와 정제된 정보의 활용은 기술의 사업화(commercialization) 전주기 과정에 서 다양한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며, 이는 기술개발의 초기 스케치(Sketch) 단계에 반드시 고려되고 반영해야 하는 핵심 전략 요소일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와 정제된 정보의 활용
문제 해결을 위해선 목표 시장의 기술 사업화 과정에 대한 전주기 과정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분석능력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실무 기반의 특성화 및 표준화된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양성돼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의 대상이 될 이들 중소규모의 기업들은 가용 자원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력 양성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이나 지속적인 교육훈련 투자가 현실적인 부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특성화된 전문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외부 전문교육기관을 통한 교육서비스 제공으로도 개선될 수 있으며, 이는 산업계가 공동의 과제로 인식하고 대표성 있는 기관과 단체의 연속성 있는 교육 투자 지원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는 관련 기관 및 단체에서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 대한 의료기기 전문가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나, 교육의 주제와 대상이 기술 사업화 과정의 일부 영역인 의료기기 품질관리, 인허가, 연구개발 분야에 편중돼 있는 듯 하다.
지금이라도 의료기기 기술사업화의 전주기 과정에서 시장화(commercializa tion) 부문에 특성화된 실무중심의 교육과정(가격, 제도, 시장과 고객분석, 유통 등)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술사업화 전략 수립 및 실행이 가능하도록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술 사업화 전문 교육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전문가를 양성하고, 글로벌 수준의 표준화된 Market Access 능력의 상향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사업화 일련의 과정에서 겪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기술사업화 성공의 기회(Win Chance)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그 위상을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