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⑬ 무역원활화협정(TFA)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02월 Vol.33]

 

국가 간 무역을 할 때 항만에서의 적체, 수입통관의 과도한 지연, 상품이 국경을 통과하는데 따르는 방대하고 복잡한 서류절차 등은 무역업자들에게 상당한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부담시킨다. 이러한 절차는 관세와 달리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의적인 운용이 빈번하다. 무역원활화는 무역과 관련해 불필요하거나 복잡한 절차, 관행 등을 제거하거나 간소화·조화·자동화하는 모든 조치 및 활동을 의미한다.

 

지난 2014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원활화협정(TFA: Trade Facilitation Agreement)을 채택함으로써 세계 교역을 크게 촉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역원활화를 통해 국가 간 거래비용을 감소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과거 GATT 시절 여러 차례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을 통해 관세율은 크게 낮아졌다. 반면 관세 이외의 각종 비관세장벽의 감축은 상대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관세인하보다는 무역원활화 등을 통한 비관세장벽의 제거가 무역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회원국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무역원활화 이슈를 WTO 협상에 포함시키려는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다. 당시 무역원활화에 대해서는 세계관세기구(WCO)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은행(WB) 등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를 WTO의 새로운 아젠다에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행정적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국민의 후생을 위한 자금도 부족한 상태에서 무역원활화를 위해서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을 우려했다.

마침내 2001년 제4차 WTO 도하 각료회의는 무역원활화 이슈를 제5차 각료회의의 결정에 기초해 이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04년 8월 1일 WTO 일반이사회가 DDA 협상의 세부원칙에 대한 기본골격에 합의하면서 무역원활화 이슈가 공식적인 의제로 채택됐다. 2005년 홍콩 각료회의 이후 무역원활화 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였고 2013년 중 쟁점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한 집중적인 협상이 이뤄졌다.

2013년 12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개최된 제9차 각료회의에서 막바지 협상을 통해 남은 쟁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 무역원활화협정을 발리 패키지의 일부로 공표할 수 있었다. 무역원활화협정은 2001년 협상이 시작된 이래 13년 만에 타결된 최초의 WTO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채택이 지연되다가 2014년 11월 극적으로 채택됐다.

2001년 WTO 협상 개시 후 13년 만에 타결
이번에 채택된 무역원활화협정(TFA)은 크게 전문(preamble), 제1절~제3절로 구성돼 있다. 전문에서는 협정의 법적 정당성, 범위와 무역원활화의 필요성 및 개발도상국 지원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제1절은 GATT 제10조(무역규제의 공표와 시행), 제8조(수출입 관련 수수료 및 절차)와 제5조(통과의 자유)에 관련된 기술적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협정의 핵심 부분을 이룬다. 제2절은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대우와 차별적 대우를 다루고 있고, 분쟁해결절차의 사용에 관한 내용도 포함한다. 제3절은 협정의 운영과 관련된 사항으로 무역원활화위원회의 설립과 협정의 발효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전체 협정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GATT 제10조, 즉 투명성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GATT 제10조에서 요구하는 정보의 공표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설명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보를 공표하는 매체를 WTO 무역원활화위원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여타 회원국이나 수출입업자들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질의처를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GATT 제8조, 즉 통관절차와 서류 및 수수료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은 특히 개도국들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서류의 숫자를 줄이고 서류를 간소화시켜야 한다는 GATT 제8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서류와 절차에 국제기준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통관절차에서 서류를 제출할 때 사본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 국경을 가진 국가들 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단일 형태의 서류 절차를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모든 서류를 한군데서 받을 수 있도록 싱글윈도우의 설립을 의무화하고, 반입이 거부된 물품을 자동적으로 폐기시키지 않고, 수출입업자나 운송업자가 다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과화물에 대해서는 수수료나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통관절차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이번 무역원활화 협정은 개발도상국 및 최빈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대우 및 지원과 관련된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여타 WTO 협정과 차별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역원활화협정은 개발도상국들에게 협정의 각종 조치를 유형 A, 유형 B와 유형 C로 분류할 권리를 주고 있다. 유형 A는 협정의 발효와 동시에 적용될 조치, 유형 B는 일정한 유예기간 후 적용될 조치, 그리고 유형 C는 일정한 유예기간 내에 적합한 지원을 받아야만 적용될 조치이다. 다른 WTO 협정에서는 개발도상국이나 최빈개도국에게 즉시 적용될 조치와 유예기간 후 적용될 조치를 회원국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협정 발효 시 한국 수출 11.3% 증가 전망
무역원활화 관련 연구들은 행정적 또는 절차적 무역장벽을 제거하거나 간소화할 때 관세인하보다 더욱 많은 혜택을 유발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국제상공회의소(ICC)는 이번 협정이 발효될 경우 연간 세계 무역규모가 1조 달러 늘어나고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오츠키·윌슨(Mann, Otsuki and Wilson, 2004)은 무역원활화 수준이 국제평균보다 낮은 국가들이 국제평균과의 격차를 반으로 줄일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무역 규모가 최대 3,77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창수 외(2004)는 무역원활화 수준이 10% 정도 개선될 경우 전 세계 교역량이 3.8%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한 무역원활화의 이익은 선진국보다는 개도국에 더 많이 돌아갈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역시 무역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로 이번 무역원활화 협정이 발효될 경우 수출이 약 1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