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⑫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에 관한 협정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01월 Vol.32]

세계 각국은 수입되는 농축산물에 대해 위생 및 검역 관련 조치를 적용하며, 각국이 이를 적용할 때 준수해야 하는 국제협약이 바로 ‘WTO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에 관한 협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WTO SPS 협정이 제정된 배경과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 마트에 가보면 열대지역에서 수입된 과일, 미국산 아몬드, 호주산 쇠고기, 칠레산 돼지고기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외국산 식품들이 많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물 건너온 식품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지 내심 불안하다. 저장할 때 사용된 농약이 기준치를 넘어선 것은 아닌지, 축산물에 항생물질이 과다하게 사용된 것은 아닌지, 식품 첨가제가 안전한지 찜찜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만에 하나 유해한 해충이나 악성 가축 질병이 국내에 유입되기라도 하면, 이를 완전히 박멸하기가 어렵고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WTO가 출범되기 이전에 많은 국가들은 ‘GATT 제20조(B)¹⁾'에 근거해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농축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건강 및 안전에 관한 과학적 기술이나 전문지식의 부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무작정 농축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대응해 온 측면이 있다. 지나치게 높은 위생 및 검역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해칠 위험이 없는 농축산물도 수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무역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결국 농축산물의 위생 및 검역을 둘러싸고 국가 간 마찰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국제규범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WTO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에 관한 협정(WTO SPS 협정)’이다. WTO SPS 협정은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위생 및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회원국에 부여한다. 다만,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WTO 회원국은 국민 건강과 안전 등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SPS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경우에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치가 동일한 조건하에 있는 국가 간에 자의적이며 불공평한 차별의 수단이 되거나,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조치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편, WTO는 개별 국이 적용하는 SPS 조치를 가능하면 조화시키기 위해서 회원국들이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SPS 협정과 관련해 국제표준을 만드는 국제기구는 2개다. 우선, 동물 위생이나 전염병에 관해서는 국제수역사무국(OIE: L`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이 위생검역 기준을 제정한다. 식물 질병이나 병해충과 관련해서는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International Plant Protection Convention)이 기준을 만들고, 식품 안전에 관해서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Codex Alimentarius)가 국제표준 제정을 담당한다.

그러나, 개별 국가가 필요하다가 판단할 경우 국제표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SPS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도 충분한 과학적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각국이 위험평가를 통해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경우에 한해서 별도로 SPS 조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는 한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한다.

SPS 협정은 비록 수출국의 SPS 조치가 수입국의 조치와 다르더라도 동등한 결과를 나타낼 경우 이를 인정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살균을 할 경우 열처리, 방사선 조사 등 여러 살균법이 있을 수 있는데, 열처리를 하든, 방사선 조사를 하든 살균이라는 최종 목적을 같은 수준에서 달성할 경우 모든 방법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수출국 내에서 병해충이 발생하고 있지만 수출국 내 특정 지역에서는 그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음을 입증할 경우에는 이를 인정해 농축산물의 수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정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이 구제역 상시 발생국이라는 이유로 중국산 돼지고기나 쇠고기의 수입을 막고 있으나, 중국은 이러한 조치를 완화해 줄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어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원난성(雲南省)이 청정 지역으로 인정받으면 이곳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는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FTA 협정에서는 WTO 협정 준용이 일반적
한편, 위생검역 문제는 자의성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따라 다뤄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통 FTA 협정에서도 추가적인 의무사항을 만들기보다는 WTO 협장을 준용한다. 다만 FTA 체약국 간에는 넨 조치와 관련해서 공식적인 협의채널을 별도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협의 채널을 통해 위생 검역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고 FTA 이행 문제를 논의하며 양국 간 넨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그동안 체결된 FTA의 이행이 본격화되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국가 간 농축산물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농축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위생 및 검역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수출국 입장에서는 우리의 위생 검역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생 검역 문제가 국가 간 통상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생 및 검역 문제는 위험평가 등 과학적 근거에 따르도록 돼 있으므로 사전에 전문가 양성 등을 통해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1) GATT1994 제20조(b)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위해 적용하는 조치는 무역제한 조치의 예외로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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