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⑮정보기술협정(ITA)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4월 Vol.35]

지난 3월 16일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관세기구(WCO) 품목분류위원회(HSC)는 갤럭시 기어를 무선통신기기로 결정했다. 언론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1,000만 달러(약 113억 원)가 넘는 관세를 물지 않게 됐다.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선통신기기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시계에는 인도, 터키, 태국 등에서 4~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정보기술협정(ITA)이 무엇이며 경제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정보기술협정(ITA: 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은 지난 1995년 WTO 출범 후 최초로 타결된 복수국간 무역자유화협정이다. 복수국간 무역협정은 WTO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관심 있는 회원국만 참여해 특정 분야의 교역을 자유화하는 협정을 의미한다. 1996년 타결돼 1997년부터 시행된 ITA는 정보기술(IT)산업의 무역자유화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시 IT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들이 2000년까지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교역 자유화를 완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WTO 체제 도입 이래 별다른 무역자유화 조항이 없었던 컴퓨터,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반도체 등 IT 상품의 무역자유화가 추진된 것이다.

1996년 타결…WTO 최초의 복수국간 협정

WTO 회원국 중 7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ITA 덕분에, 2000년까지 203개 품목에 대한 무관세화가 이뤄졌다. 참가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IT 제품에 대한 국경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러한 무관세 혜택은 최혜국(MFN: Most Favoured Nation) 대우 조건에 따라 ITA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비회원국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전 세계 IT 분야 교역 및 투자 확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ITA 체결 이후 2008년까지 IT제품의 세계 교역량은 매년 10%씩 증가해 1조2,0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¹ 또한 IT 산업의 글로벌 부가가치는 1995년 1조2,000억 달러에서 2010년 2조8,0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²

그러나 발효 후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세철폐 품목의 변화가 없어 IT산업의 발

▲ 지난 3월 16일 세계관세기구(WCO)는 갤럭시 기어를 시계가 아닌 무선통신기기로 결정했다.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선통신기기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전과 기술진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D램(DRAM)과 같은 핵심 IT제품부터 오디오 스피커, TV, DVD, 비디오카메라와 같은 소비재 전자 제품에 이르기 까지 ITA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제품들이 다수 있다. 또한 GPS 시스템, 평판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혁신적인 IT제품들도 제외돼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기술의 발전 속도를 ITA가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IT제품이 자명한데도 불구하고 ITA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됨에 따라 업계 내에서 적용 대상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돼 왔다. 사실 과거에도 IT산업의 발전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ITA 개정을 시도한 바 있으나, 각국의 입장 차이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1997년 발효 이후부터 ITA 부속서 제3항에 근거해 품목범위 확대를 위한 ITA II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다. 수차례에 걸쳐 협상 대상 품목리스트 작성 작업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민감품목들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으로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

2000년 이후 개정 논의 지지부진
한편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확대에 적극적인 미국 등 선진국과 신흥국간 이해가 일치해 ITA 개정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위기 이후 미국은 IT제품의 수출확대를 위해 관세철폐 품목 확대를 포함한 ITA 개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IT산업의 위상이 향상된 신흥국도 수출확대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ITA 개정협상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됐다. 전 세계 IT제품의 수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31%에서 2010년에는 64%로 늘어났고, 수입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27%에서 51%로 괄목할 만하게 증가했다.³

마침내 2012년 7월 ITA 협정의 대상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개정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2014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최근 협상까지 일부 쟁점에 대한 참가국들 간 이견으로 인해 최종합의가 무산됐다. 품목 리스트 초안에는 우리의 주요 관심품목인 디스플레이 패널(LED·OLED) 등도 빠져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참가국들은 앞으로 품목 리스트 도출 및 최종 타결을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갈 예정이어서, 조만간 협상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IT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는 세계 IT 공급망의 발전과 해당국가의 생산성 증가 및 혁신을 유발하는 효과를 갖는다. 미국 ITIF(정보기술혁신재단: 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에 따르면, ITA 대상품목 확대가 실현되면 IT제품의 무역규모는 약 8,0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로 인해 세계 GDP는 연간 1,900억 달러까지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에 직간접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경쟁력 있는 IT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경제전반의 생산성 증대 및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ITA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
1)   EZELL, S. J. (2012.3) Boosting Exports, Jobs, and Economic Growth by Expanding the ITA, 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
2)   FKII Issue Report 2012-02, 「ITA 확대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 2012.
3)   FKII Issue Report 2012-02, ITA 확대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 2012.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