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한-일 제약·의료기기 공동심포지엄, RWE 적극 활용 제안도 나와

● 제4회 한-일 제약·의료기기 공동심포지엄

한국, 하위법령 마련중인 ‘체진법’ 주목, RWE 적극 활용

일본, 혁신·IVD 의료기기 빠른 시장 진출 위한 규제개선 활발

▲ 지난달 16일 코엑스에서 '제4회 한일 제약-의료기기 공동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사진 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한-일 제약·의료기기 공동심포지엄’의 오후 세션은 제약과 의료기기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의료기기 분야는 다시 1부 ‘혁신 및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규제’, 2부 ‘의료기기의 본질적 동등성에 대한 규제’로 진행됐다. 한국은 최근 제정·공포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체진법)’의 내용과 이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 및 우려를 발표했다. 또한, 실사용증거(RWE)의 국내외 동향과 본질적 동등성 제도 변화 등도 살폈다.

한국, 내년 5월까지 체진법 하위규정 마련

류승렬 식품의약품안전처 체외진단기기과 연구관은 ‘한국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허가 및 규제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류 연구관은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정의와 관리 체계의 변화 등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난 4월 공포되고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체진법’의 진행 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류 연구관에 따르면, 체외진단의료기기의 등급 분류기준은 잠재적 위해성에 따라 나뉜다. 4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으로, 개인 및 공중보건 위해도가 높은 제품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진단 시약 등이 해당한다. 1등급은 개인 및 공중보건 위해도가 모두 낮은 제품으로 유전자추출시약 등이 포함된다.

체진법과 관련, 류 연구관은 “범위 대상을 기존보다 확대했다”며 “체외진단용 시약, 기계기구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도록 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치료 효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진단의 범위가 보다 명확하게 법률에 명시됐으며, 동반진단제품인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동시에 심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연구관은 “체진법은 현재 법률만 공포됐고, 하위규정을 마련 중”이라며 “내년 5월 이전까지 시행되기에 무리가 없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체진법 제정에 산업계 기대감 증폭

김이준 KMDIA IVD위원회 위원(써모피셔사이언티픽)의 발표 주제는 ‘신규 체외진단법 도입에 따른 의료기기산업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김 위원은 체진법 도입에 따른 장단점을 설명하고, 새로 예측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관련 산업계와 논의할 것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체진법이 기존 의료기기법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임상검사실 인증제’에 관한 것”이라며 “새로 만든 체진법에 검사실 인증제를 명시해서 인증제 대상이 되는 검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측되는데, 이 부분은 관련 업계와 논의해서 시행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상검사실 인증제란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검사실에서 검사받은 의료기기는 모두 허가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제도로, 현재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장비에 대해서는 임상검사실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김 위원은 밝혔다.

체진법의 장점으로는 △체외진단의료기기 특징에 맞는 규제라는 점 △규제의 국제조화를 지향한다는 점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점 등을 꼽았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체진법과 의료기기법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복잡성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있다는 말과 함께, 보험 연계 부분과 심사 인력 부족 등이 아쉽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체진법이 기존 의료기기법을 많이 준용하고 있어서, 업체는 두 법을 모두 검토해야 하는 복잡성이 있다”며 “이점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진행될 하위규정 마련에서 혼란이 없도록 잘 구분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정부가 심사 인력 확충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도 당부했다.

한국, RWD 활성화하려면 협업 모델 고려

김형주 KMDIA 국제교류위원회 부위원장(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임상 근거 포트폴리오로 통합되는 실사용증거(RWE)’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RWD(Real-World Data)는 임상현장에서 실제 수집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로 전자건강기록(EHR), 전자의무기록(EMR)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나 개인사용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생성되는 모든 건강관련 데이터 등을 말하고, RWE(Real-World Evidence)는 이렇게 모아진 RWD를 엄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분석해 임상증거화한 후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기술로 훨씬 다양한 종류의 RWD를 얻을 수 있다”며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IT 회사와 헬스케어 회사의 협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RWE 활용이 점점 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RWE를 활용해서 적응증 확대에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전 세계가 RWE 적용을 준비 중이다. 특히 미국은 RWD 협력을 위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는 등 RWE 활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고 김 부위원장은 전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월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실사용증거 적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의 가이드라인이 미국 FDA와 상당히 조화가 되어 있다”고 평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수준의 뛰어난 의료진 및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병원이 전자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전 국민 건강보험체계를 갖추고 있어 RWD 구축 및 RWE 평가를 위한 최적의 조건에 해당해 미국 등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과의 협업에 관심이 높다”며 “병원, 정부, 산업계가 각각 따로 움직이면 안 되고, 협업 모델을 만들어서 자료 구축부터 함께해야 하며, 파트너십과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일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 발표자

한국, 본질적 동등성 제도 개선 나서

설영수 KMDIA 법규위원회 부위원장((주)이루다)은 우리나라 허가체계 중 환자 접근성과 혁신제품의 시장진입에 적용할 수 있는 ‘기허가 제품의 본질적 동등성 소개’를 주제로 발표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안 마련을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깊이 있는 논의에 대해 설명했다.

설 부위원장은 “본질적 동등성 인정이란 제품 허가에 있어 안정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축적된 기술에 대해 동등한 사용 목적과 작용을 가지면, 입증자료와 유용성 자료로 허가받을 수 있는 제도”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규제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국제조화를 이룬 제도”라고 소개했다.

설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행정예고됨에 따라, 개정 취지 및 배경과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개정안은 동등성 인정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선-진입 제품에 대한 역차별적 소지가 있으므로 규제 차원에서 후-진입 제품에 대한 허가 시 임상시험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표됐다.

설 부위원장은 “큰 틀에서는 의료기기산업계도 공감하고 충분히 동의한다”면서 “다만, 취지의 목적에 맞게 전 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선순환의 효과를 가질 수 있고, 제도의 적용에 있어서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계에서 제안한 3가지 대안을 설명했다. 설 부위원장은 “규제 선진국 방식의 본질적 동등 비교 제도를 조금 더 보완하고,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기반으로 안전성 강화 제도를 마련하자고 제안했으며, 전 주기에 걸친 임상평가, 실사용증거(RWE), 임상평가보고서(CER), 시판 후 조사(PMS)와 같은 사후임상평가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산업계가 충분히 자발적으로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설 부위원장은 “협회, 식약처, 산업계가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본질적 동등성 제도의 기본 취지를 살리면서 의료기기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게 논의하고 있다”며 산업계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 보완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 한-일 양국 의료기기단체장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일본, 규제과학 연구 활발, 시장 변화에 신속 대응”

일본도 혁신 의료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한창이다. 이번 공동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 다른 일본의 의료기기 규제 방향과 내용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체외진단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제품 인허가를 위해 제출하는 서류에서 한국은 모든 성분을 기재해야 하나, 일본은 반응에 대한 주요 성분만 표기하는 점이 크게 달랐다.

일본, 우선심사제 운영·규제과학센터 설립

일본은 후생노동성 의약·생활위생국과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서 의료기기 허가와 심사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의약품·의료기기 등의 승인 △통지 등의 발행 △가이드라인 발행 △PMDA 업무 감독을, PMDA는 △의약품·의료기기의 과학적 심사 △임상시험관리기준(GCP), 제조 및 품질관리(GMP) 사찰 △시판 후의 안전성 정보 수집 및 분석 △부작용 피해 구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준코 사토 PMDA 부장에 따르면, 일본은 2012년 과학위원회 설치, 2015년 우선심사지정제도 도입, 2017년 의약품 조건부 조기승인제도 도입 등으로 승인심사제도에 변화를 줬다. 준코 사토 부장은 “우선심사제도로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들의 치유가 가능해지는 등 여러 혁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과학’에 주목한 일본 PMDA는 작년 4월 ‘규제과학센터’를 설립했다. 기존 의료정보를 활용해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조직이다. 또한, 최신 과학기술을 의료제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을 검토하는 연구부서도 센터 내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RWD 활용에 적극

일본 정부는 대표적 의료정보인 RWD(Real-World Data)를 활용하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준코 사토 부장은 “RWD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불명확한 면이 있어, 지난 4월 레지스트리에 관한 새로운 상담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RWD 활용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으로, 내년 공표를 목표로 전문가 협의 등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이 같은 RWD 활용 대응은 국제적인 규제 개혁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RWD와 실사용증거(RWE)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대체해 나가는 방안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기허가 의료기기의 적응증 확대를 뒷받침하고 신 의료기기의 인허가 시 필요한 정보를 보강하는 데 RWE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의료기기 인허가 시 새로운 임상시험의 필요성 여부를 PMDA 상담 등을 통해 확인한 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임상적 증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노리코 야수다 일본의료기기연합회(JFMDA) 임상평가위원회 위원에 따르면,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에서 새로운 임상시험의 필요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상시험 데이터의 필요조건 및 5단계 사항을 확인한다. 노리코 야수다 위원은 “임상평가보고서(CER)는 기존 문헌 등에서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수용될 수 있고, J-GCP와 동일한 규정에 따라 수행된 연구와 같이 일본의 수용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외국의 임상시험 데이터의 이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임상시험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임상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 IVD 제품의 신속 허가 노력

체외진단 분야는 최첨단 기술이 가장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로,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한 상황이다. 일본도 체외진단의료기기(IVD) 특성에 맞는 안전 관리와 규제에 나서고 있다.

나오유키 야바나 PMDA 사무관에 따르면, PMDA는 혁신 의료기기와 IVD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사키가케 지정(SAKIGAKE designation) 체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사키가케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 의료기기는 기존 심사체계보다 빠른 허가절차를 밟을 수 있고, 이는 제품이 시장에 보다 신속히 출시될 수 있게 한다. 또한, PMDA 내에 IVD팀이 있어서, IVD 특성에 맞는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나오유키 야바나 사무관은 IVD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심사 방법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점 알고리즘 중요성이 높아지는 등 IVD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개념으로 IVD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합동 심사 등을 통해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체외진단 허가 신청 지침서와 유용성에 대한 가이던스’를 주제로 발표한 아수코 카와다 일본의료기기연합회(JACRI) 위원은 IVD 시약의 허가 신청 시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아수코 카와다는 “허가신청 자료에 있어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나, 미세하게 다른 부분도 있다”며 “가장 큰 차이는 성분 기재”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요구사항을 비교해 보니, 한국에서는 원료의 모든 성분을 승인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본은 반응 주성분만 기재하면 된다”며 “이는 대체품이 나왔을 때, 일본은 주원료가 아닌 경우 설계 변경이 필요 없고 적절한 절차만 밟으면 변경이 가능하나, 한국은 마이너한 변경이어도 변경신청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변경신청을 하면 반드시 심사기관을 거치고, 결국 시간이 많이 소요돼, 한국이 일본에 비해 4~6개월 제품 출시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KMDIA 허민행 국제교류위원장이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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