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성장 기회 열려

디지털의료기기, 디지털융합의약품,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등의 새로운 디지털의료제품을 규율하는 특별법인 디지털의료제품법이 만들어졌다.

정 상 태<br>법무법인 율촌 변호사<br>Medtech &amp; Bio팀<br>
정 상 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Medtech & Bio팀

의료 인공지능, 통신, 센서, 로봇,3D 프린팅 등 디지털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국내외 연구와 투자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법·제도만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의료제품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한 맞춤형 규제 체계를 개편함과 동시에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안전성 및 유효성도 확보할 수 있는 특별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약 1년 전 발의되었고, 그 후 학계, 산업계, 의료계 등과의 논의를 거쳐 작년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지난달 23일 공포됐다. 이 법은 내년 1월 23일 시행되지만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에 관한 규정은 내후년 1월 23일 시행된다. 이하에서는 법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필자가 관련 학회에서 논의했던 본 법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정리해본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주요 내용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아래와 같이 디지털의료제품을 디지털의료기기/디지털융합의약품/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로 나눠 정의하고, 각각에 특화된 허가, 인증, 신고제 등을 도입하며, 이러한 규정을 종래 관련 법률보다 우선해 적용하도록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디지털의료기기와 관련하여,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의료기기의 제조 및 수입업에 대한 허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특화된 임상, 허가제도 등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첫번째, 의료데이터 활용 시험이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과 같이 인체 위해도가 낮은 임상시험인 경우 식약처장의 승인을 생략할 수 있고, 두 번째, 통신·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임상시험·임상적 성능시험은 지정된 시험기관 외에서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실사용 평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디지털의료기기제조업자 등이 디지털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를 수집, 평가하여 이를 허가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소위 실사용증거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나아가 우수 관리체계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우수 관리체계 인증을 받은 제조업자에 대하여 허가자료의 제출시기와 방법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제조업자가 제품을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관련 허가 자료는 그 후 제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아래 미국 FDA의 Pre-Cert Total Product Life Cycle(TPLC) 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다음으로 디지털융합의약품과 관련하여, 임상시험에 원칙적으로 약사법을 적용하면서도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과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 임상적 성능시험을 구분해 별도로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융합의약품은 제품 특성에 따라 의약품과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분리하여 실시할 수도 있고, 통합하여 실시할 수도 있게 되어 보다 빠르게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관련하여,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를 제조,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식약처장에게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고, 성능인증도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성능인증을 받은 경우 그 성능인증을 제품의 포장, 용기, 홍보물 등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하여 자율적인 성능인증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장은 유통중인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에 중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제품의 회수·교환·폐기·판매중지명령을 할 수 있는데 제조업자 등이 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산업 분야에 최대한의자율성을 보장하되 최소한의 유통관리는 하겠다는 취지이다. 이 외에도 식약처장은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고, 영향평가를 받은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건강보험 급여 결정을 신속하게 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디지털의료제품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별도로 선제적인 성능평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디지털의료제품 허가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구성품에 대한 개발이 보다 빨라지고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이 디지털헬스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의료기기나 웰니스 제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2016년 21st Century Cures Act를, 독일은 2019년 Digitale-Versorgung-Gesetz (DVG) 등의 특별법을 제정해 디지털의료제품 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이번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 바람직한 입법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 법에 새롭게 도입된 시험기관 외에서의 임상시험, 실사용 증거의 활용, 우수 관리체계 인증 제도, 자율 신고제도 및 성능인증 제도 등은 디지털의료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면서도 산업 전체를 크게 활성화시킬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향후 만들어질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가이드라인 등도 이 법률의 입법취지를 잘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등의 정의와 상호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디지털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를 배타적으로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종래 공산품으로 취급됐던 웰니스 제품과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사이의 구별기준도 문제된다.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본 법률에 따른 성능인증 대상이므로 법적 효과에 있어서도 종래 웰니스 제품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별 기준에 대해서 향후 고시나 가이드라인이 국내외의 판례나 관계 당국의 구체적 분류 사례들을 자세히 기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현행 고시나 가이드라인 상으로는 원격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의료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일반 공산품에 해당하는지, 또 그 제품이 자가측정용을 넘어 의료기관이나 의료상담기관에 사용자의 의료정보를 전송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내원안내를 하는 경우 의료행위인지 비의료행위인지 여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선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입된 우수 관리체계 인증 제도는 디지털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획기적으로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수 관리체계 인증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 또는 해외 기업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고, 이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향후 의료데이터의 활용과 중요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데이터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디지털의료제품의 제조사에 대규모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의료데이터 자체 또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물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또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을 사용자/의료기관/의료제품 제조사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AI 기술의 특성상 의료데이터가 제품에 기여하는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용자 또는 환자에게 어떻게 이익을 배분할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도 있다. 향후 개인정보보호법이 새롭게 도입한 데이터 전송요구권  제도가 디지털의료제품 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 본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써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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