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tech를 보는 율촌의 눈 ②

개인정보, 최초 수집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생체정보보호가이드라인’ 유용

필자는 3년의 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율촌에서만 어느덧 15년째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의료기기업체를 포함한 수많은 바이오기업, 테크기업의 법률자문과 소송을 도맡아 처리해 왔는데, 이들 기업의 역사적인 변곡점이 된 순간은 역시나 Covid-19 사태(이하 '코로나 사태')라고 본다.

▲ 허 진 용
법무법인 율촌
Medtech & Bio팀 / 변호사

전례없는 팬데믹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백신 관련 업체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매출이 약 3~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비대면을 선호하게 되고 재택근무 등 집안에 있는 시간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테크산업, 가령 배달업, 화상회의 서비스업, 비대면진료 등 새로운 수요가 크게 폭증하면서 이들 산업이 번창하게 됐다. 

팬데믹과 엔데믹의 희비 교차 

코로나 사태는 전세계적인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표면적인 현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 사태는 생산과 소비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가령 여행업, 항공업은 물론 음식점, 체육활동, 공연 등 대중을 전제로 한 소비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소득의 감소에 따라 소비가 줄고, 줄어든 소비는 다시 생산활동을 위축하는 악순환이 예상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유동성 완화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테크 기업들이나 백신, 마스크, 진단 관련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다수의 유니콘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그러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는 백신 접종을 통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우리 정부는 2023년에 사실상의 엔데믹을 선언하는 등 다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리고 미국의 주도 하에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을 거치면서 투자는 위축되고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기업들은 이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새로운 기회: AI의 부상 

필자는 최근 다수의 의료기기업체 및 바이오기업 대표들 및 임원들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경영의 어려움과 신규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엔데믹과 금리인상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AI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AI의 부상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알파고, 챗GPT를 통해 AI의 위력은 증명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상위 버전 AI가 출현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각종 의료 데이터는 딥러닝 등에 아주 적합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타 분야 데이터에 비해 더욱 AI를 활용할 가치가 높은 데이터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등 메드테크(MedTech) 기업들은 향후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사운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I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AI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일 것이다. AI의 기반은 통제된 환경 속에서 규격화됐거나 규격화하기 쉬운 데이터들의 엄청난 집약을 통한 수학적 통계 분석 및 알고리즘의 힘이다. AI 체스는 이미 약 20여년 전부터 인간을 이길 수 있었는데, AI 체스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체스의 기보 표기법이다. 체스의 기보 표기법으로 인해 1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규격화된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었다. AI 체스의 발전은 다시 체스 이론의 발전으로 선순환돼 근래의 체스는 더욱 정교한 오프닝과 디펜스로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8x8의 칸을 가진 체스와는 달리 바둑은 19x19의 칸이 있고, 착점이 훨씬 자유롭다. 이처럼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AI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이기는 것은 꿈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바둑 역시 체스와 마찬가지로 기보라는 규격화된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었고, 딥러닝이 등장하면서 알파고가 AI의 바둑 정복을 현실화시켰다. 

이처럼 통제된 환경 속에서 수치화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면 AI의 활용은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바이오∙의료 데이터 역시 AI를 활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데이터이다. 가령, MRI 촬영자료나 CT 촬영자료가 모두 빅데이터로 저장, 관리되면서 AI에 의하여 수백만장의 데이터가 정밀하게 분석, 판단된다고 가정해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정확한 질병 판단 및 분석,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9년에 의료영상정보를 공공데이터로 단계별 개방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현재 HIRA 빅데이터 개방포털을 구축해 놓기도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의 신체정보,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고도로 데이터화하고 유전자 분석 등의 기술을 결합시키면 암과 같은 특정 질병의 발병 확률, 발병 예상 시기 등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고 선제적인 예방 조치를 취해 획기적인 의료 서비스의 향상을 도모할 수도 있다. 필자가 언급한 위와 같은 사례는 지극히 기초적인 것으로서, 이미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AI를 접목, 응용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AI의 수준이 점점 고도화 될수록 의료기기 및 바이오 산업 현장에서의 AI 활용은 현재 우리가 예상하는 폭을 크게 뛰어넘어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법적 쟁점: 특히, 정보보호의 관점에서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 등의 산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다. 그만큼 관련 규제가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관련 정보는 그 자체로 매우 민감한 것으로 취급돼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런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규제에 대한 대응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숙지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필자는 수많은 법적 쟁점 중에서도 일단 정보보호 과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정보보호와 관련해, 정보제공자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개별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해야 함은 물론 암호화, 익명화된 정보 역시 함부로 유출되거나 최초의 수집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생체정보보호가이드라인(2021.09)’을 만들어 배포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위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 생체정보, 생체인식정보의 각 개념을 정의하고 그 관계에 대해 상세히 규정했다. 나아가 동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개인정보처리자 및 제조사의 자율점검표가 부록으로 수록해 정보보호 기준을 마련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개인정보 등이 유출되는 경우 특히 해외에서는 거액의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법인이 있거나 수출 위주의 기업들은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의료 데이터는 실수에 의한 유출 못지 않게, 제3자의 의도적인 유출 시도, 즉 해킹의 위협에 크게 노출되는 편이므로, 관련 정보의 보안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내 모 기업이 해킹 공격을 받아 다수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 해커에 대한 대응 및 사후수습 업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미리 고강도의 보안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기업 입장에서 훨씬 유용하고, 비용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치며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 산업 및 바이오 산업의 전망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기도 하고, 혁신성이 여느 산업에 비해 두드러지는 산업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질병 치료 등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노화 방지, 다이어트 등 젊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AI 산업은 이제 막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AI가 의료기기 산업 및 바이오 산업 등에 미칠 영향력과 파급력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10년 후, AI가 의료기기 산업과 바이오 산업 등을 어떻게 재편할지,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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