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dtech를 보는 율촌의 눈 ①

"2017년 이후 환경 변화를 반영할 공정경쟁규약 개정 필요"

최근 이슈 중 하나가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및 세부운용기준 개정 작업이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2019년 말, 2020년 초 몇몇 매체에서 학술대회 관련 공정경쟁규약 개정 작업을 정부, 의료계 및 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 당시 개정 작업에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 자격으로 참가해 많은 회의와 개정안 작성 작업에 관여한 기억이 생생하다.

▲ 채 주 엽 <br>법무법인 율촌 Medtech &amp; Bio팀장 / 변호사 KMDIA 윤리위원회 부위원장<br>
▲ 채 주 엽
법무법인 율촌 Medtech & Bio팀장 / 변호사
KMDIA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그러나,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인해서 위와 같은 회의체 모임이 위축되고규약 개정 작업 또한 강한 추진력을 받지 못하여 현재까지 논의만 진행되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소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개정 작업이 다시 논의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는 이번 개정 작업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해 업계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규약 개정 이후 법개정 사항 반영 필요성

현행 공정경쟁규약이 시행된 것은 2017년 11월이다. 이후 의료기기법 및 동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개정 작업이 여러 차례 있었고,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등 의료기기와 관련해 새롭게 제정된 법령도 여럿 있다. 지출 보고서, 의료기기 판촉영업자 등에 관한 사항이 새롭게 법률에 들어왔고 관련 하위 법령도 제정 내지 개정됐거나 그 작업 중에 있다. 이에 규약에 새롭게 반영하거나 규약을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지 종합적인 검토 및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판촉영업자의 경우 규약이나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 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상 판매업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여러 판촉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이 부분을 규약에 어떻게 담을지 산업계 3개 단체와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공정경쟁규약은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행위라도 자율적으로 더 엄격하게 규정을 할 수는 있지만, 관련 법령에서 허용되지 않는 범위는 이를 완화해서는 규정할 수 없는데, 규약 시행 과정이나 개정 논의에서 대두되는 문제점을 관련 법령 개정 의견으로 제시해 법령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협회가 적극적으로 외부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해볼만한 사항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학술대회 개최 지원 관련 권고사항 반영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초까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및 국내학술대회’ 개정안 논의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8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의결한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방안”이다. 여기서 권익위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관리 투명성 제고”를 권유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 주도로 의료계(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와 산업계 3개 단체(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법의약산업협회)가 많은 논의를 거쳐서 2020년 3월 경 관련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의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국내학술대회의 30% 학회 자부담 규정을 완화하는 부분에 대한 반대에 부딪혀 결실을 보지 못한 바 있다.

실질적인 국내학술대회가 형식상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로 탈바꿈하는 것은 Compliance 상의 이슈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 학술대회 지원에 관한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문제도 있어서, 이번 개정 논의에서는 꼭 해결책을 찾아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직관적으로 볼 때 국내학술대회의 요건 완화는 의학 관련 학회에 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리베이트를 촉진시킨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좀더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실체는 국내학술대회이면서 자부담율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로 편법적으로 탈바꿈해 운영되던 학술대회 숫자가 줄어들어 리베이트 가능성 또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실체와 형식이 일치하게 되면서 Compliance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아니라,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에 대한 지원 금액이 국내학술대회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지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학회 관련 비용이 투명하게 지출되고 특정한 개인에게 이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다면 학회 지원과 리베이트 간의 상관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번 규약 개정에서는 협회가 중심이 돼 산업계 단체들과 함께 의료계, 복지부, 공정위가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개정안을 도출하고 각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온라인학술대회 한시적 지원(연장)안 반영

2020년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가 닥치면서 거의 모든 오프라인 회의나 모임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학술대회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0년 상반기부터 대부분의 학술대회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한 공정경쟁규약 규정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 허용 가이드라인(2020.6.)’이 마련되어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3차례 더 연장돼 2024년 6월 30일까지 유효한데, 더 이상의 연장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 부처의 입장이다. 팬데믹이 끝나고 소위 Back to Normal의 시대가 왔지만 온라인 학술대회가 한 번 시작됐다. 그 유용성과 편의성이 입증된 만큼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온라인 학술대회 내지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학술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이고, 공정경쟁규약이 이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은 명확하다.

회원사 수정 요청 사항 및 복지부 유권해석 사항 등 반영

의료기기에 대한 공정경쟁규약은 제약 관련 공정경쟁규약을 기초로 해서 의료기기법상 약사법과 달리 규정되어 있는 부분을 반영하여 문구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정됐다. 그 과정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소한 자구상의 문제나 해석상 모호함이 회원사나 관계자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 규약 심의 과정에서 규약심의위원회가 규약을 보충하거나 해석상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내부지침을 마련한 사항들도 여럿 있다. 또한, 회원사들의 요청에 따라 복지부에 질의해 유권해석을 받은 사항도 있다. 

이런 사항들을 검토해 공정경쟁규약 개정 사항인지, 아니면 해석 지침 정도로 가능한 것인지 잘 판단해 적절히 규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마치며

필자가 의료기기 업계에 몸담게 된지도 이제 10년이 넘었다. 처음 공정경쟁규약을 접했을 때는 너무나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왜 우리 규약이 그렇게 세세한 부분에까지 규정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됐다. 해외의 유사한 규정들은 우리 규약처럼 행사 요건이나 지원 가능 금액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까지 정하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하지만 부정청탁 금지법의 예에서 보듯이 구체적인 금액을 두는 것은 우리 법령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도 좀 더 사람을 믿는 풍토가 조성되어서 원칙만 규정하고 사소한 금액까지 규제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숫자가 없이는 불편해하는 우리의 정서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규약 개정이든 관련 법령 개정이든 그 과정에서 항상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해당 규범이 추구하고 있는 본질적 목적이다.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은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지양함으로써 사업자 간의 공정한 의료기기 유통 경쟁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 그 본질적인 목적이다. 수입업자인지, 제조업자인지, 판매업자인지에 따른 차등 없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그 목적인 것이다. 규약 개정이 상위법인 공정거래법이나, 핵심 관련 법령인 의료기기법에 위배될 수는 없지만, 법의 합리적인 해석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한 편으로는 공정한 경쟁 질서와 청렴한 유통 문화를 만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회원사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규약 개정안이 마련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외부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