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결제구조로 의료기기 공급업체 고통 잇따라

많은 R&D 투자와 각종 인허가를 통해 세상에 나온 의료기기들이 어느날 20%의 납품 비용을 삭감 당하고 납품 후 1년을 넘어 15개월 후 대금이 지급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2022년에 발생하고 있다. 바로 S병원과 H병원에 납품되는 의료기기 이야기이다.

지난 기사에서는 전주에 위치한 J병원과 간납사인 에이치앤케어와의 갈등으로 인해 대급지급이 6개월 가량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작성했다. 갑과 을과의 문제로 병인 의료기기업체만 중간에서 애먼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고 전했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이를 넘어 20%의 할인율 요구와 납품 15개월 후 대금지급이라는 비상식적인 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할인율 20% 요구

지난해 11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조사한 '의료기기산업 유통 실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74개의 사례 중 5%~10% 미만의 할인율로 납품하는 업체가 48개사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5% 미만이 24개사를 차지했다.

의료기기의 경우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금액이 정해짐에도 불구하고 간납사의 일방적인 요구로 금액이 할인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5~10%의 금액도 상당히 불합리한 요청이지만 20%의 할인율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바로 S병원의 간납사이다.

현재 S병원은 간납사를 통해 의료기기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품목에 따라 최대 20%의 할인율을 의료기기 공급업체에 부담시키고 있다. 또한 결제조건이라는 매우 중요한 사항을 공급업체와 상의 없이 공문을 통보식으로 발송한 이력도 있다.

대금지급 15개월 이상 소요

다음은 대금지급이다. 마찬가지로 협회에서 조사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69개 사례 중 간납사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금이 지급된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43개사) 이어 3개월~6개월 이내가 36개사로 2위를 차지했다.

H병원의 경우 간납사 없이 직접 거래하고 있으며 특별한 할인율을 요구하지는 않으나 대급지급기한이 통상적인 경우보다 몇배는 긴 15개월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대학병원 역시 6개월에서 12개월 등 다른 산업에서는 보기 힘든 기한이 쉽게 발견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전자어음 만기단축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최장 6개월부터 현재 3개월까지 줄어든 상태이다. 그만큼 대금지급 기한이 늘어날수록 자금 순환이 어려운 중소기업 업체들의 부담을 줄여준 셈이다.

반면 의료기기 유통구조에서는 이런 혜택을 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병'의 위치에 있는 의료기기업체 특성상 '갑'인 의료기관이나 '을'인 간납사에 담보나 어음 발행을 요청하기 어려우며 심할 경우 계약서 작성없이 납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공급체계 개선 필요

얼마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복지부에 서면질의를 통해 간납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건의했다. 간납사의 경우 앞서 언급한 할인율 요구·대급지급기한 연장·계약서 미작성 등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하며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을 저하시키고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협을 하고 있으므로 정기 실태조사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고발하기 위해 협회에서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문제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유통구조는 5번의 연속 기사로도 모두 다루기 어려울 만큼 구조가 복잡하고 문제 역시 심각하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관련 종사자수가 다른산업 대비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국가 경제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간납사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개선안 도출로 고통받는 의료기기업체가 더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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