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납품과정에 대형 간납사 참여, 추가 수수료 부담시켜

지난달 3일 윤석열 정부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대한민국 재도약을 이끄는 '일 잘하는 정부'가 되겠다"라는 국정철학을 발표했다.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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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료기기산업은 어떨까? 의료기기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대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유통구조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5월호에는 의료재단이 지분을 가지고 개입한 간납업체 '위더스메디'를, 6월에는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를 다룬 바 있다. 간납업체는 특별한 서비스나 혜택 제공이 없이 오로지 중간단계라는 지위를 이용해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 불공정행위를 강요하고 있다.

국공립병원의 불공정행위

국공립병원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국공립병원은 일반 사립병원과 달리 세금 지원을 통해 사적 이익 추구를 낮추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설립됐다. 그만큼 더욱 강한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동시에 각종 정책에 대한 시범 운영으로 국내 의료 정책을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수한 국내 병원들을 대표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국공립병원들이 의료기기 공급업체와의 관계에서는 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금결제기한이 6개월 이상 소요되거나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등 일반 간납업체의 요구사항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공급업체에 부담을 지우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납업체 통해 입찰대행업무 진행

더욱 심각한 점은 간납업체를 통해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공립업체의 계약방식은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된다. 이를 통해 공급비용은 낮추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병원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표 병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서울대학교병원은 대형 간납업체인 '이지메디컴'이 입찰대행업무를 맡아 20년 이상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나라장터나 직계약을 통해 계약할 경우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기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간납사라는 중간업체를 계약 단계에 끼어놓고 '입찰대행업무'라는 단순한 업무를 수수료를 주며 위탁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지메디컴은 의료기기 공급업체로부터 '정보이용료'라는 명목으로 1.71%의 수수료를 추가로 수취하는 한편 수술방에 들어가는 물품의 경우 '창고이용료'로 3%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 공급업체에게는 적지 않게 부담되는 금액이다.

들쑥날쑥한 기준

기준 역시 병원마다 다르다. 조사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역시 간납업체를 통해 의료기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서울대병원과 같은 계열인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서울대병원과 마찬가지로 간납업체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최근 간납업체 없이 계약을 진행하며 개선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국공립병원의 계약 기준이 들쑥날쑥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간납사 없이도 계약 진행이 가능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만이 문제해결 가능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간납사 문제가 불거진 이후 협회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여러 조사와 대책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변경된 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 의료기관과 간납사는 물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국공립병원까지 모두 의료기기 공급업체에 지속적인 불공정행위를 강요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앞으로 의료기기시장은 인공지능·3D 프린터·메타버스 등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으로 개편될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생산 13조원·수출 10조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무역 흑자 3.7조원을 기록하며 큰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의료기기산업이 현재를 넘어 앞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잘못된 유통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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