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장 용 명</strong><br>건강보험심사평가원<br>개발상임이사<br>
▲ 장 용 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발상임이사

과거 약사법에서 의료용구로 관리되던 의료기기를 국민 안전과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2003년 별도로 의료기기법을 제정한지도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의료기기 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9조원으로 전년 대비 21%, 지난 5년 동안 연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I, 빅데이터, 정밀의료, 웨어러블 기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보건의료기술 역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고, 최근에는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의료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수년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범부처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2019년에는 의료기기산업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을 제정하는 등 관련 규제를 혁신하고 있다. 또한 최근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바이오‧디지털 헬스산업에 대해 규제 혁신과 전주기 지원 활성화로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여 제품화 성공률을 제고하고 수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에 심평원도 국민 모두가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의료기술, 3D 프린팅 이용 의료기술 등 혁신적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2019년부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을 마련, 의료기기 개발 업체 및 의료기관에 제공하여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이해와 등재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서도 2021년부터 워킹그룹을 가동해 건강보험 등재 원칙과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수가모형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업체가 개발 단계의 제품에 대한 등재 가능여부를 보다 빠르게 예측할 수 있도록 기존의 대면 등재 컨설팅, 교육과 더불어 모바일 채팅 상담과 마이크로 교육 영상 제공을 병행해 공급자가 보다 안정적인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의료기기(기술)가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와 저성장 고착화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에 처음으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약 3만 명이 많아졌으며 2021년에는 약 5만 명이 자연 감소하였다. 반면 의료비의 증가추이는 매우 가파르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7년 69.3조원에서 2021년 93.5조원으로 5년 간 30% 이상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진료비 비중은 같은 기간 39.9%에서 43.4%로 3.5%p 늘어 곧 절반에 육박할 전망이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속도는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간 1인당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OECD 평균이 2.4%이지만 우리나라는 7.3%로 3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과 관계된 의사 결정에는 충분한 근거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 국민에게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요양급여 품목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안전성, 유효성과 경제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까다롭게 느껴지고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행위와 약제, 치료재료의 건강보험 등재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의료기기산업과 건강보험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 적용 단계에서는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 품목으로 등재된 후에는 시장에서 양질의 치료효과와 비용효과성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돼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 향상에 일익을 담당하는 의료기기와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계와 의료현장, 보험원리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늘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모두가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상호 협력한다면 앞으로도 건강보험은 의료기기산업과 상호 발전을 위한 멋진 동반자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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