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한 승 미</strong><br>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br>IVD위원회 사후관리,<br>GMP 분과장<br>(한국로슈진단 본부장)<br>
▲ 한 승 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회 사후관리,
GMP 분과장
(한국로슈진단 본부장)

올해는 2003년 5월 우리나라에 의료기기법이 만들어진지 꼭 19년째가 되는 해이다. 의료기기법 제정 20년을 한 해 앞두고 열다섯 번째 '의료기기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우리나라 의료기기 발전과 그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관련 산업계, 학계, 의료계, 규제당국과 나누고자 한다.

해마다 의료기기산업 분야의 발전을 보아왔지만 최근 2년은 의료기기의 국가적 '보건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크게 느낀 시간이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 안전의 중요성을 진하게 일깨워 줬다. COVID-19는 우리의 건강과 일상, 경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는데 진단이 첫 번째 솔루션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아플 때나 건강검진을 통해 '소변검사', '피검사', '조직검사'로만 알고 있던 체외진단검사를 '코로나 검사' 또는 'PCR 검사'라는 지금은 낯설지 않은 이름으로 코 안쪽 비인두 깊숙이 면봉을 넣는 꽤 눈물 찔끔한 고통을 감내하며 폭염에도 혹한에도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받으며 방역에 동참했다.

폭발적 진단검사의 수요와 관심은 기술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게 했으며, 과학과 바이오 인재들이 의료기기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의 디지털화는 구글, 삼성 등과 같은 대기업과 IT기업, 벤처기업들이 의료기기산업 영역으로 들어와 의료기기 생태계가 엄청나게 확장됐다.

더불어, 체외진단검사 결과가 학교 등교나 직장 출근과 같은 일상을 지속할지 판단의 지표가 되고, 격리와 치료를 통해 확산을 막는 결정을 내리므로, 허가 심사와 방역정책결정을 담당하는 규제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미국과 북한에서 들려오는 재확산 전조 소식과 더불어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지난 5월 2일 개인이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실외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조정안이 발표되면서 우리가 누렸던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게 됐다.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의료기기 무역수지 전년도 대비 44% 성장은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품목이 견인한 부분이 크다. 여기에 의료기기 제조·수입업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고용시장에서의 '의료기기산업'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위기가 기회가 된 이 상황을 '낭비'하지 않고 그대로 '기회'로서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 학계는 지속적으로 가능성을 살피고, 필요하면 과감히 개선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COVID-19와 같은 감염성질환, 각종 암 또는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와 같은 중대질환뿐만아니라 보편적인 모든 질환에서 진단과 치료 제공, 예후를 위한 검사를 제공한다. 체외진단의 영역은 이미 환자의 유전자에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 단계로 발전하고, 최근에는 개개인의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관리해서 적기에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의료’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따르면 체외진단의료기기는 혈액, 소변, 침 등 소량의 검체로 바이오마커를 검출해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의사결정에 약 60~70%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전체 의료비용 중 단 2%만이 진단검사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진단검사에 대한 투자가 1%만 증가해도 전체 보건 비용에서 5%를 절감할 수 있는 비용효과를 가져온다고 보고한다. 2018년도 식약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는 국가의 의료비지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노년층 인구비율 15~20%가 전체 의료비용의 40~50%를 차지, 고령층 진료비 1% 절감은 2,400억원의 의료기기 절감효과).

개인의 행복 추구와 건강에 대한 관심, 노인 돌봄비용의 사회적 부담, 의학정보에 대한 대중화와 언제고 올 수 있는 감염병과 경제위기의 불안은/ 중증·유전 질환의 조기 발견과 편리하고 정확한 건강 모니터링을 통해 경제적인 의료비 지출로도 얼마든지 질환의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의료서비스를 포괄하며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체외진단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기에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고, 혁신적인 진단 솔루션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높은 영역이다. 따라서 대부분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산업은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지속되기에 혁신적이고 고감도의 질환정보를 제공하는 검사영역은 경쟁이 치열하다.

디지털 분자진단기술,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술과 디지털 병리와 같은 최신 기술의 발전으로 암의 정밀 진단과 알츠하이머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질환의 유전체 기반을 분석 가능해져 검사결과가 질적으로 개선되고 의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다. 체외진단을 대표하는 임상화학과 면역학 분야의 경우도 두 분야가 융합된 자동화분석장비로 발전했다. 이들 장비는 점차 완전 자동·소형화로 개량돼 소량의 검체를 이용하여 많은 종류의 검사를 일괄처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0여 년간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 지원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매년 국민이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기획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바이오・디지털 헬스 중심국가 도약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의학적 치료 여정에서 진단검사는 실제 의학적인 판단과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치료 약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는 필수적 검사이다. 반면에 환자와 의료진에게 상당한 의학적 가치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치료를 전담하는 약제에 비해 치료과정과 보험평가기준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반영되지 못한 면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체외진단의료기기의 행위기반의 보험수가 제약은 시장의 가능성을 한계로 만들기도 한다. 국내 보험 수가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방식은 체외진단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예를 들면, 제품에 대한 경제성과 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행할 때 중요하게 비중을 두고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업무량'이다.

전문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여기에 기술적인 투자를 통해 검사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고효율적인 제품이 출시돼 환자와 의사의 효율성이 개선되어 좀더 빠른 치료 결정을 가능하게 한 제품이 있다면 ‘업무량 감소’에 따른 ‘수가인하’의 방향성이 아닌 제품 대한 가치를 보전할 행위료 평가 방식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소개되면, 인허가를 위한 기술지원뿐만 아니라 동시에 단계별 허가심사를 통해 적기에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며 적정수준의 보험 적용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일 것이다. 해외에서 발행된 논문이라던지, 외국의 보험등재나 진료지침 현황과 같은 선진국의 현황이 기준을 참고해 안전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기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선도적인 규제와 신의료기술평가기준, 건강보험평가기준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이 보다 혁신적인 의료기술로 적기에 치료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출범된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의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임상, 허가 이후 완전한 제품화까지 밀착지원하는 '제품화전략지원단'은 그런 의미에서 산업계가 크게 환영하는 지원 정책 중의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틀림없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규제 방향이 설정되고, 효과적인 가이드가 제시될 것이다. 다부처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개발에 그치는 게 아닌 건강보험진입을 통해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기대한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우리 정부의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되 유연하고 개방적인 규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세계적인 진단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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