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지상중계: 제1기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전략’ 과정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10월 Vol.41]

서구의 법과 제도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중국 비즈니스는 생소한 분야가 많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분야는 한 번 잘못되면 바로잡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9월 14일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열린 ‘중국 지식재산권 보호전략’ 강좌의 주요 내용을 옮겨본다.

▲ 지난 9월 14일 열린 제1기 ‘중국 지적재산권 보호전략’ 과정 모습.

독일 제약사 바이엘(Bayer)의 해열진통제 사리돈(Saridon)은 중국 판매 시 영문 상표가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중국어로 발음을 표시한 ‘산리통(散利痛)’은 등록되지 않은 채였다. 그러자 중국 업체가 유사 제품을 발음이 같은 ‘산리통(散列通)’으로 등록하고 비슷한 포장으로 판매했다. 바이엘이 제소했지만,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한자가 다르므로 혼돈의 우려가 없고, 바이엘의 산리통(散利痛)은 등록상표가 아니다”라며 중국 업체를 지지했다.

1, 2심 법원에서는 ‘신의성실 위반’으로 중국 업체의 상표등록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법원은 상표평심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중국 업체의 상표를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바이엘의 산리통(散利痛)과 중국 업체의 산리통(散列通)은 함께 판매되고 있다. 바이엘이 한자 상표까지 등록했다면 이런 결과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에서 디자인 유사 제품이 범람하는 이유는?

▲ 이 날 강의는
중국지재권
전문인 이기성
변리사(특허법인
고려)가 진행했다.

과거 중국의 체리자동차 QQ가 한국 대우자동차 마티즈Ⅱ와 유사한 모양으로 출시되자 ‘짝퉁’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우차는 ‘부당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냈다. 그러나 디자인권 소송은 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특허권과 디자인권은 일반적으로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내야만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특허와 디자인은 모두에게 공개된 것으로 보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국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중국 및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공개하기 전에 중국에 특허와 디자인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장링자동차 랜드윈드(Land Wind X7)가 랜드로버 이보크(Evoque)와 모양이 거의 흡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랜드로버는 언론을 통하여 지재권 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 다짐하고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실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실상은 이러하다. 랜드로버의 이보크 디자인권은 중국에서 이보크가 공개된 후에 출원한 것이어서, 소송 결과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보크의 중국 공개일은 2010년 12월인데, 디자인 출원일은 약 1년 후인 2011년 11월이다. 중국 특허법은 어떠한 사유로든 공개일로부터 6개월 이후인 제품에 대해서는 디자인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보크 디자인권은 무효로 될 확률이 90%이상이다. 반면, 랜드윈드의 경우 중국 디자인권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 디자인 출원일은 2013년 11월, 제품 공개일은 2014년 11월이다. 따라서 장링 자동차의 디자인권은 무효심판 시 유효한 것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 내 디자인권을 갖게 되는 장링자동차가 랜드로버에 디자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절대 특허(실용신안·디자인 포함) 출원 전에 기술(또는 디자인)을 공개하면 안 된다. 이를테면 △한국(중국) 특허 출원 전에 논문 공개 △한국(중국) 특허 출원 전에 박람회 또는 전시회에 참가 △한국(중국) 특허 출원 전에 상품 판매 또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중국 내 특허·실용신안·디자인 권리를 규정하는 전리법에 따르면 ‘특허 출원한 발명이 출원일 이전 6개월 내에 아래에 열거한 사항 중 하나에 해당되면 신규성을 상실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 사항이란 ①중국정부가 주관하거나 또는 승인한 국제전람회에 최초로 전시한 경우 ②규정된 학술회의 또는 기술회의에 최초로 발표한 경우 ③타인이 출원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그 내용을 누설할 경우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경우에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거의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증거확보가 힘들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대신, 한국에 특허를 출원한 경우, 한국 출원일로부터 1년 내(실용신안·디자인은 6개월 내) 중국에 출원할 경우 한국과 중국이 공동 가입한 국제조약에 의해 우선권이 인정된다.

특허 소송 시 재판 관할권도 중요한 부분

한편, 중국에 진출하려는 제품의 상표가 부당하게(실제 사업 목적이 아닌 경우) 선점된 경우 재판을 통해 상표등록을 무효화할 수도 있으나,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상표가 무효가 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정작 원소유권자도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표권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므로, 상표에 대해선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지재권 관련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상대편에게 섣불리 경고장을 날리기에 앞서 먼저 소송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지방보호주의 경향이 강해, 지방정부가 관할의 중국기업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중국에서는 행정기관이 법원과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심판이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재판 관할을 어느 지역으로 하는가도 법정 다툼의 승패를 가리는 중요한 부분이다.

2003년 혼다자동차는 중국 SH(쌍환)사가 자사 모델인 CR-V와 유사한 제품을 내자 소송을 결심하고 경고장을 발송했다. 그러자 SH사는 이를 보고 회사가 위치한 허베이성에 ‘불침해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성급하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 도리어 화가 된 것이다. 혼다자동차는 별도로 베이징에서 정식의 침해소송을 냈으나 2012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허베이성이 관할이라고 결정했다. 관할을 정하는 데만 9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혼다자동차의 해당 모델은 신모델로 교체되며 이미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소송의 원래 목적인 디자인권 침해 제품의 판매 중지라는 실익은 없어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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