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⑲지역경제통합의 단계와 기대효과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9월 Vol.40]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역자유화를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계 161개 국가들이 참여하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자유화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이해가 맞는 둘 이상의 국가들이 모여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는 지역경제통합(RTA: Regional Economic Integration)이다.

지역경제통합은 서로 마음에 맞는 국가들끼리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낮춰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발전 단계가 서로 다른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경제통합은 수직적 통합이라 하며, 경제발전 단계가 유사한 국가들 간의 통합은 수평적 통합이라 부른다. 또한 경제통합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역내국,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을 역외국으로 구분한다. WTO는 기본적으로 회원국들이 무역정책을 수행할 때 모든 교역대상국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최혜국대우’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지역경제통합을 허용하고 있다. 즉, 지역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국가 간에 상당한 수준의 무역자유화가 이뤄지는 경우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역내국 간 특혜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RTA는 발전 단계에 따라 5단계로 구분

이와 같은 지역경제통합은 발전 단계에 따라 크게 5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체결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이다. 이 단계에서는 역내국들이 서로 관세나 비관세장벽을 철폐하지만, 역외국에 대해서는 각자 독자적인 무역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 칠레는 FTA의 체결을 통해 양국 간에 상호 무역장벽을 낮췄지만,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각자 자유롭게 무역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제 2단계는 관세동맹(C U : C u s t o m s Union)이다. 관세동맹을 체결한 국가들은 상호 교역장벽을 철폐하면서 동시에 역외국에 대해서도 공통의 무역정책을 수립한다. 대표적인 예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있다. MERCOSUR는 명칭은 공동시장이지만 통합의 내용을 보면 관세동맹에 해당한다.

제3단계는 공동시장(CM: Common Market)이다. 이 단계에서는 관세동맹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역내국들 간에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제 4단계는 경제동맹(EU: Economic Union)이다. 이는 공동시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역내국들 간에 경제정책을 서로 조정해서 조화를 이뤄 나가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제 5단계는 완전경제통합(CEU: Complete Economic Union)이다. 이는 역내국들이 모든 정치, 경제 정책을 하나로 통합
해서 단일 국가와 같은 형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초국가적인 기구를 만들어 금융, 재정, 통화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운용한다. EU(European Union)는 유로(Euro)라는 단일 화폐를 사용하고 있고, 이를 관리하는 유럽중앙은행(ECB)를 두고 있으나, 아직 재정통합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EU의 최종목표는 이와 같은 완전경제통합(CEU)이라 할 수 있다.

다자간 협상 정체, 지역경제통합 활발

지역경제 통합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다양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역내국들 간에 무역장벽이 철폐됨에 따라 무역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무역창출효과(Trade C reation Effect)라 한다. 이 경우 역내의 자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됨에 따라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이전에 생산비가 낮은 역외국에서 수입되던 상품이 역내국간 관세철폐로 인해 생산비가 좀 더 높은 역내국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라 한다. 이러한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를 정태적 효과라하며, 일반적으로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경제통합을 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동태적 효과도 볼 수 있다. 우선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생산 규모가 확대되고 생산효율이 높아져서 평균 생산비가 하락하게 된다.

또한 기존에 폐쇄적이었던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그동안 독과점 이익을 누리면서 안주하던 기업들도 경쟁에 노출돼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증가한다. 중요한 경제통합의 효과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통합을 하게 되면 시장규모가 확대돼 역외국 기업들의 역내 진출이 촉진된다. 또한 역내국들 간에도 직접투자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 이후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가 더 저렴한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멕시코 투자가 증가한 사례가 있다. 경제적 효과 외에도 국제 정치적 협력이나, 국제무대에서의 협상력 증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EU회원국들은 WTO에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ASEAN 국가들도 개별국가들로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ASEAN이라는 경제통합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 지역경제통합은 2015년 7월 현재 총 407건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지역경제 통합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이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지역경제통합 움직임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들은 경제 부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도 지역경제통합에 더욱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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