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의 FTA: ⑯터키의 FTA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8월 Vol.39]

터키는 1995년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이후 EU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EU의 FTA 체결국을 중심으로 FTA를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과의 FTA를 EU에 앞서 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FTA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터키의 FTA 정책이 주목을 끌고 있다.

터키의 FTA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터키와 EU 관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터키는 1923년 공화국 수립 이후 유럽에 편입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1960년에는 EEU(유럽경제공동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87년에는 EC(유럽공동체)에 정회원국으로 가입을 신청하는 등 계속해서 유럽의 일원이 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1995년에 맺은 EU와의 관세동맹(Customs Union)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관세동맹이란 대외 국가에 대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는 경제통합체로, 역내 관세철폐를 추구하는 FTA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형태다. 따라서 터키와 EU의 관세동맹은 터키에 있어 EU와의 통합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이뤄졌고, 이후 터키가 EU와 유사한 대외경제정책을 시행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 터키는 1995년 EU와의 관세동맹을 체결한 이후 EU의 FTA 체결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맺어오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월 15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반기는 모습.

EU의 FTA 체결국 ‘따라잡기’ FTA 추진

터키는 EU와의 관세동맹을 체결하며 양국 간 무역을 활성화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동시에 한 가지 과제를 부여받았다. EU의 FTA 체결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맺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 것이다. 관세동맹협정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터키가 EU의 FTA 체결국과 FTA를 맺지 않을 경우에는 터키와 EU 간 관세동맹에 의해 터키 시장만 일방적으로 개방하는 셈이 돼 불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터키는 EU와의 관세동맹 체결 이후 EU의 FTA 체결국과 FTA를 추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EFTA와의 FTA(1992년 4월 발효)를 제외하면, 현재 터키가 발효한 모든 FTA가 1995년 EU와의 관세동맹 이후에 체결된 것이다.

한편, 터키는 FTA 미체결 시 따르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발효된 한·터키 FTA 역시 이러한 영향을 받아 신속하게 타결 및 발효가 이뤄졌다. 2010년 협상을 개시한 후 23개월 간 4차례만의 협상 후에 빠르게 타결된 것이다. 이는 한·EU FTA 추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EU와의 FTA 협상을 2007년 5월에 협상을 개시했는데, 이에 터키는 우리 측에 FTA 추진 의사를 밝혀왔고 2008년 6월 양국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2011년 한·EU FTA가 발효됨에 따라 한국과 터키는 서비스·투자 협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타결된 한·터키 FTA의 상품협정을 우선 발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터키는 EU 측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자국의 대외정책이 EU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국가와의 FTA에 대해서는 EU와 발효시기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레바논은 EU와의 FTA를 2006년 발효했고, 뒤이어 터키도 레바논과의 FTA를 추진에 나섰다. 터키와 레바논 양국은 2010년 서명을 완료했지만 현재까지도 레바논의 국내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고, FTA는 미발효 상태에 있다. 이 외에도 칠레, 요르단과의 FTA는 EU에 비해 각각 8년, 9년의 격차를 두고 발효됐다. 이렇듯 터키는 EU와 개별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EU의 FTA 추진 협상 공동 참여, EU 측에 터키의 대외 협상 권한 위임, 향후 체결하는 EU의 F TA 협정문에 터키와의 F TA 체결 의무를 조항에 추가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발효 서명 협상중
•EFTA FTA(1992년 4월)
•EU CU(1995년 12월)
•이스라엘 FTA(1997년 5월)
•마케도니아 FTA(2000년 9월)
•크로아티아 FTA(2003년 7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FTA
 (2003년 7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FTA
 (2005년 6월)
•튀니지 FTA(2005년 7월)
•모로코 FTA(2006년 1월)
•시리아 FTA(2007년 1월,
 2011년 12월 잠정중단)
•이집트 FTA(2007년 3월)
•알바니아 FTA(2008년 5월)
•조지아 FTA(2008년 11월)
•몬테네그로(2010년 3월) FTA
•세르비아(2010년 9월) FTA
•칠레(2011년 3월) FTA
•요르단 FTA(2011년 3월)
•한국 FTA(2013년 5월)
•모리셔스 FTA(2013년 6월)
•레바논 FTA(2013년 4월 터키측
 비준절차 완료)
•코소보 FTA (2013년 9월)
•말레이시아 FTA(2014년 4월)
•몰도바 FTA(2014년 9월)
•가나 FTA(2014년 3월)
•덴마크령 페로제도(Faroe
 Islands) FTA(2014년 12월)
•우크라이나 FTA 
•GCC FTA
•콩고민주공화국 FTA 
•콜롬비아 FTA
•에콰도르 FTA 
•싱가포르 FTA
•멕시코 FTA 
•페루 FTA
•일본 EPA 
•리비아 EPA
•MERCOSUR FTA 
•세이셸 FTA
•카메룬 FTA

주: CU-관세동맹(Customs Union), AA-연합협정(Association Agreement), EPA-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미국, 일본과 적극적인 FTA 추진 행보

터키와 EU는 올해로 관세동맹 체결 20주년을 맞아 관세동맹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터키의 EU 가입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했던 관세동맹이지만, 터키의 가입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EU가 맺은 FTA를 따라잡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6월, 모리셔스와의 FTA를 발효했는데 이는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 중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또한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EU보다 앞서 미국, 일본과의 FTA 체결을 완료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EU와 FTA를 체결할 경우 터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그동안 EU는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과 주로 FTA를 맺어왔기 때문에 터키 시장이 일방적으로 개방되더라도 터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은 경제규모가 상당하고 터키와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터키 측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사실, 터키는 EU 측에 미국과의 TTIP1) 협상에 대한 공동참여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EU 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TTIP 발효를 위해서는 EU 28개국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터키는 그 이전에 미국과의 FTA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1)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미국과 EU 28개국이 참여하는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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