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건강보험 이대로 좋은가

장건상
고양시민회 회장

건강보험의 현황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77년 시작되어 점차 적용 대상을 확대하였고 마침내 1989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의료보장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큰 성과였으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 언급하는 성공사례로 인식되어졌다. 2000년에는 운영의 방만함, 조합간 운영 실적의 큰 차이와 이로 인한 가입자의 불만 등으로 인하여 230개로 이루어진 개별 건강보험 조합들이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단일 조합으로 통합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유래 없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63% 수준에 머무르는 낮은 보장성 비율은 국민적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의료계 또한 저가 의료수가 보전을 위해 비급여, 특진료, 상급 병실료 등을 양산하였다. 이러한 환자와 의료인 간의 갈등 야기로 인해 양자간 만족도는 높지 못하며 해마다 환자단체, 보건의료인, 정부 간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부의 노력과 과제
새정부는 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 중 핵심이 되는 환자의 보장성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여 심장질환, 뇌혈관, 암, 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 확대를 구상하고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크다고 지적되어 온 임의비급여, 선택 진료비, 상급병실료 및 간병비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였다.

문제는 이런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전히 보장률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이 계속 떨어짐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는 여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건강보험만 믿고 있다가는 집안이 거덜 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이 민간보험에 지불하고 있는 금액이 2008년 기준 33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료의 곱절이 넘는 비용을 민간의료 보험에 쏟아 붇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보험의 문제는 이윤추구가 속성인 기업에서는 수익의 창출과 더불어 끊임없이 보험사의 가입자 역선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하여 결국 병원 방문이나 진료비의 증가로 건강보험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구당 국민건강보험료를 3-4만원 내고 있고 민간보험료를 6-7만원 내고 있다면 결국 국민의료부담은 계속 비싸 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낮은 건강보험료와 취약한 보장성 그리고 병원비와 의료비에 대한 불안은 민간 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이는 순환적으로 늘어가는 가계 부담을 통해 삶의 질을 저하 시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보장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무상의료 논쟁으로 시작되었던 의료비 백만원 상한제 등이 마치 이념의 문제로까지 번지며 큰 논란의 중심에 섰었고 이런 노력은 과거 전국민 의료보장만큼의 국민적 공감과 파급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는 정책적 추진력을 가져 왔다.

의료 보장성이 강화 되어야 하는 이유?
의료 보장성이 타 정책 보다 우선시되어 실시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송파의 세모자 자살 사건 등의 예로 보더라도 많은 경우에 극심한 생활고는 더불어 필연적으로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 부담 혹은 파산을 경험하게 한다. 건강보험료는 내고 있지만 실제 병원에 가서 내야 할 자기부담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포기하고 건강의 악화 혹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지경에 도달하며 사회는 이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또한 소득재분배에 대한 효과이다. 소득재분배에 대한 문제는 결국 고소득자에게는 혜택이 적게 가고 저소득 자에게는 많이 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조건에 가장 적합한 정책이 건강보험이다. 과거 영국의 보건부 장관인 존 리드는 “만약 담배를 끊기 원한다면 중산층으로 만들어라”라고 주장 했다. 이 말은 들은 많은 이들은 가벼운 농담으로 여겼을 수도 있으나 실제 영국의 상황을 보면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발간된 블랙리포트라는 지역 및 소득 수준별 유병률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소득 수준과 질병의 발병비율이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이미 1980년에 조사 된 이 자료는 보수 정권에 의하여 묻혀 있다가 블레어 총리에 의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영국 의료보험 개혁의 신호탄이 되었다.

많은 나라들이 이 자료의 영향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 한 결과 역시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고혈압 혹은 골다공증 같은 질병에 대한 소득 수준별 상관관계를 연구하여 발표한 자료를 통하여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질병 발생률이 높음을 실증적으로 볼 수 있었다.

소득재분배는 세수에 대한 방법을 떠나서 모아진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관건인바 소득수준에 따라 큰 행정 비용 없이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나아가서 재난적 의료파산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체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병간호 삼년에 효자 없다”는 말과 같이 큰 병에 걸릴 경우 상류층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차상위계층 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불안 요소가 적어야 할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건강으로 인한 한 가정의 파산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재정조달 방안별 소득 재분배 효과
지난 대선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대한 많은 진전과 국민적 공감이 있었다. 대표적인 진전이 보수정권에서도 보장성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이 있었으며 비록 약간의 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중요 4대 질병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발표하였으며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미 간병인 없는 병원은 시범 사업을 통하여 시행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으며 중대 질환의 본인부담금을 조정 하였다.

시행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소요 재정에 대한 논란이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직접세를 증세하는 것이다. 이는 조세 정책의 소득재분배를 향상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지출정책에 대한 소득재분배를 향상한다. 또한 다른 복지 분야에 대한 재분배에 영향을 주지 않아 그 어떤 방법 보다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증세 논란으로 인하여 조세저항과 또한 많은 국민적 공감을 거처야 한다는 장기적 과제를 안고 있다.

현실에서 가능한 것은 복지재정의 배분비율을 조정하여 국고지원을 증액하는 경우인데 이는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고 다른 복지정책분야의 재정지출정책에 대한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키는바 현실적 정책 접근성은 있으나 장기적 효과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현실성이 있는 것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인상이다. 이는 조세정책을 통한 절차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고 다른 복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단기적으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맺는말
우리나라는 GDP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현격히 낮다. 이는 사회 불평등에 대한 논란 이전에 우리 의료수준의 질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바로 저수가 체계라는데 태생적 한계가 있다. 리베이트가 고착화 되고 비급여의 비용전가가 구조화 되며 병원의 대형화에도 6인실 병상은 모자라 줄을 대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나 정책의 우선순위는 뒤로 하더라고 생명과 직결된 건강만큼은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하여 국민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료에 대한 합리적 조정은 작게는 보건의료계와 정부를, 크게는 전 국민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OECD의 권고 사항이 아니더라도 대승적 합의가 도출되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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