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부터 인허가·국제전시회 참가까지 지원 수행

유럽, 미국, 중동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의료기업이 많다. 국내 시장은 크기는 작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서 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역으로 해외에서의 성공을 근거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펴기 때문이다.

▲&nbsp;양 진 영<br>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br>이사장
▲ 양 진 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문제는 ‘해외 시장에 어떻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설득하는가’이다. 국내에 이를 돕는 몇몇 공공기관이 있지만, 해외진출을 계획중인 국내 의료기업이 있다면 단연코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를 검색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장 진입장벽 높은 의료기기
의료기기 기업이 성공하려면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하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내는 일이고, 다음은 좋은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일이다.

제약기업은 대부분 앞쪽의 산을 넘지 못해 실패하고, 의료기기 기업은 두 번째 산을 넘지 못해 좌절한다. 사실 제약기업에 두 번째 산은 첫 번째에 비하면 험한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연구개발이 워낙 힘들다 보니 중소 제약기업의 R&D 투자가 조심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의료기기 기업에 두 번째 산은 첫 번째만큼이나 험난하고 외롭다. 분명 내가 개발한 제품은 일본산보다 싸고 독일산보다 성능이 우수한데, 이를 설득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병원 문을 두드려 보지만 보통은 바쁜 의사를 마주하기조차 어렵다. ‘한번만 사용해본다면’하는 답답함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의료산업, 왜 수출이 답인가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은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2022년 기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약 4,870억달러, 약 650조원 규모이다. 이 시장의 절반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뒤쫓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한국은 시장규모면에서 세계 9위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의료기기가 생겨나고, 이에 따라 시장이 연평균 6.6%씩 성장한다는 사실도 장밋빛 향기를 퍼뜨린다.

하지만 한국의료기기의 실제 시장은 91억 달러(12조원)에 불과하다. 일본시장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중국 시장의 1/3 수준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때 누렸던 체외진단기기 수출의 특수효과가 끝나면서 수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메디카·아랍헬스 참가 지원
한국제품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법은 우수한 성능을 확인받는 방법뿐이다. 체외진단기기가 많이 수출됐던 이유가 무엇인가? 중국산의 저조한 진단 능력에 대비되는 우수한 진단율 덕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성능 자랑을 해외에서 한다는 일은 쉽지가 않다. 해외 병원을 일일이 노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해외 주요 박람회가 중요하다. 유럽의 대표 의료박람회로 11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메디카(MEDICA)’, 중동시장 최고 박람회로 1월 말 두바이에서 열리는 ‘아랍헬스(Arab Health)’가 대표적이다.

많은 기업들이 메디카와 아랍헬스 참여를 원하나, 몇백만원의 참가비는 큰 부담이다. 큰돈을 내더라도 첫 참가인 경우 인적이 드문 구석 자리밖에 배정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케이메디허브는 국내 산학연병의 의료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창립 후 십여 년간 R&D에 최선을 다했으나, 분명 경쟁력 있으리라 예상했던 신기술들이 시장진입에 실패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여러 차례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2022년부터 메디카, 2023년부터는 아랍헬스까지 국내기업들을 데리고 참가해 공동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랍헬스 첫해부터 141억원 계약
메디카와 아랍헬스 공동관 운영은 2년 만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각각의 국제박람회에는 7개씩의 국내기업들을 선정해 함께 참가 중인데, 전시회 참가비용 대부분은 물론 홍보부스 시설물 설치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2023년 메디카에서 케이메디허브 공동관은 623만달러(약 81억원)의 수출 상담을 했고, 실제 수출계약도 143만달러(약 18억원)나 달성했다. 같은해 아랍헬스에서는 상담이 아닌 실제 수출계약 체결 규모가 1,086만달러(약 141억원)에 이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중동 거물들이 워낙 큰손이라 가능한 실적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제품의 성능을 증명하는 데 대한 신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4년 아랍헬스도 중동전쟁 영향으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역시 1,025만달러(136억원)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혼자서 꾸리는 작은 부스에서는 만들 수 없는 이런 성공이야말로 대한 민국 특유의 민관협력 우수사례다. 많은 기업들이 더 활용하길 바란다.

특히 아랍헬스 전시장에서 식사할 공간이 워낙 멀어 고민하던 기업들을 위해 케이메디허브 직원들이 김밥을 건네주며 ‘한국인의 밥심’을 응원하는 등 세심한 지원은 인근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2023년 성과에 힘입어 2024년 재단은 아랍헬스 출입구 바로 앞 가장 좋은 위치를 확보했다.

첨단 IT 의료기기 개발의 중심
더불어 한국 의료기기의 수출 효자 품목은 임플란트와 초음파 영상진단기기인데, 모두 대구 케이메디허브에 특화된 IT의료기기이다.

2023년 국내 의료기기 수출은 체외진단기기(8.2억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기(7.8억달러), 임플란트(7.4억달러) 3가지 주요품목이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이 중 체외진단기기는 이미 말했 듯 코로나 특수가 작용한 것이고, 보통 대한민국 의료기기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임플란트, 방사선촬영기기, 초음파 영상진단기기를 꼽는다.

정부 3개 부처(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 대구와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 법인을 설립할 때, 대구에는 IT 의료기기 연구개발을·오송에는 BT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지정했다.

대구에는 IT·전자·디스플레이 산업이 활발했는데 정부에서는 이를 의료산업과 연계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케이메디허브에는 MRI, PET-CT, X-ray가 한자리에 있는 국내 유일의 영상실을 갖추고 국내 영상진단장비 개발을 돕고 있다.

시제품 개발부터 영상진단기기를 통한 확인, 개발한 장비의 전자파 적합성 평가부터 KOLAS 공인시험까지 한자리에서 모두 지원된다.

또한 대구 치과의료 산업은 국내 치과의료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치과산업 업종 국내 매출 상위 11곳 중 4곳도 대구 기업이다. 우수한 산학연병 연계 체제로 임플란트 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곳이다.

국내 IT 의료기기 기업이라면 케이메디허브를 검색해 보길 바란다.

연구개발부터 식약처 인증, 기술 사업화에 이어 해외박람회 진출까지. 국가에서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고비고비마다 세심한 지원을 해주고 있음에 놀라게 될 것이다.

정부가 케이메디허브를 만든 이유는 의료기기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든 도전가를 위해서다. 그리고 케이메디허브는 지금도 도전하는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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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메디허브 아랍헬스 전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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