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부 정책 이해 및 방향성 설정해야

정밀 의료와 개인 맞춤형 의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환자를 일반화시켜 제공하는 획일화 된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 환자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도록 조절한 치료 방법이다.

▲ 서 화 석
혁신산업위원회 부위원장
베리안메디컬시스템즈코리아 상무

이런 치료를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반드시 함께 동반돼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디지털 헬스와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수많은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영상 장비에 탑재되어 활용되면서 보다 정밀한 진단과 검사가 가능해졌다. 혁신형 의료기기로 선정된 회사를 보더라도 영상 관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함께 운용되는 영상 장비와 관련된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적절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영상 장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 기술이 환자에게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의 영상 정책에 대한 의료계와의 소통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 장비의 노후화와 관리 정책
지난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를 대상으로 MRI, CT 등 영상판독 위탁기관의 독점 부작용에 대한 우려 사항이 지적됐다. 국내 장비의 노후화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특수의료장비의 영상품질 검사결과가 거의 만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MRI, CT, Mammo 등 특수의료장비 영상품질 검사결과, 부적합 비율이 2006년에는 14.8%, 2007년 10.2% 수준이었으나 2017년 이후부는 0.2%, 0.1% 수준으로, 적합률이 99.9%에 달했다. 국회에서는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적합률이 매우 낮게 확인되면서 관리가 유명무실하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장비의 노후화가 더욱 진해되고 최종적으로 환자 진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적에서는 지난 10여 년동안 수차례 언급되었던 특수의료장비 노후화에 따른 수가 차등제, 퇴출기전, 품질관기준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거론됐다. 이는 특수의료장비는 건강보험 수가 산정시 수가차등화 제도 등의 건강보험 급여정책과 연계시켜 자연스럽게 통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특수의료장비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철저하게 화질을 검사한 후 기준에 미달한 장비는 건강보험 급여를 중단하고, 감가상각기간이 만료된 장비에 의한 촬영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정상 수가에서 감액하는 등의 조치가 동반돼야 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일정한 기간이 지난 장비에 대해서는 사용을 불허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은 이미 수 차례 정부의 보고서에서도 거론돼 왔다. 프랑스,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특수 의료 장비의 일련번호를 식별해 장비 성능이나 사용기간 및 기준 초과시 수가를 감액하거나 차등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해 실시해 오고 있다.

2021년 OECD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 백 만명당 MRI 장비 대수는 34.2대로 전 세계 4위이고 CT의 경우 40.6대로 8위를 차지했다. 비록 상대적으로 상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특수장비의 많고 적음의 논의에 앞서, 장비의 노후화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장비의 노후화는 영상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며 진단의 정확성을 낮춘다. 노후된 장비는 재촬영 횟수를 증가시켜 의료비용도 증가를 불러오고 판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험수가와 연계하거나 장비의 사용기관에 대한 규제를 활발하게 적용해 오고 있다. 단순히 의료장비의 숫자가 외국과 비교해 많기 때문에 통제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왜 많아졌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를 개선해 나갈 논의도 필요하다. 일본의료기기진단제조협회에서는 정책 연구기관과 함께 일본 내 CT 및 MRI 설치 수와 의료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를 해석하고 보다 나은 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알다시피 일본은 세계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MRI와 CT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의료기기산업협회(Advamed)에서는 의료영상장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해당 협회 내에 영상 장비 분과를 개설해 다양한 정책 사항을 논의하고 산업계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올해 1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안이 적용됐다. 이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진 개편안이다. 이번 3차 개편의 핵심 가운데 영상 검사의 종별가산 폐지가 눈에 띈다. 그동안 종별가산으로 적용되던 15% 가산이 이제부터 영상 검사 분야에서는 폐지되고 대신에 수술, 처지 등 필수 의료 분야에 보상강화로 사용돼진다고 한다. 물론 필수의료 분야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필수의료를 위해 영상 검사의 희생이 동반돼야 했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정확한 진단이 기반돼야 치료의 정확성이 보장된다. 특히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영상 기술은 혁신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행위 수가로 보상되는 장비의 특성상 기술의 혁신성을 별도로 보상받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영상 관련 수가를 낮추는 것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해하고 치료의 기본이자 시작인 진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정밀 의료와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해 개인의 진단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진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정책은 오히려 이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특히 이런 논의에서 우리 산업계는 아무런 의견도 제시되지 않고, 의료계와의 소통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일지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에 출시하고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되기는 어렵다. 이는 단순히 영상 장비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장비는 특성상, 행위수가에 포함돼 있어 개별로 보상되지 않거나 피부미용 장비처럼 비급여로 보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장비와 관련된 정책을 의료계와 정부의 양방향 소통의 전유물로 지켜만 보아왔고 산업계는 아무런 노력도 소통도 하지 못해왔다. 이제 산업계도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부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장비를 둘러싼 다양한 정책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이에 대응하고 논의하기 위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차원의 소통 창구의 설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동안 의료 장비와 관련된 이슈는 별도의 위원회가 부재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고 이제 그 필요성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다. 현재 협회 내에서 의료장비 정책개선 TF의 신설을 논의 중이다. 해당 TF에서는 먼저 영상 및 방사선 관련 장비의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산업계 의견과 목소리를 모아보고자 한다. 이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내 의료장비 정책 개선 TF의 활동에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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