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지속적으로 업계 의견 수렴”, 복지부 “업계 예측가능한 제도 개선안 제시”

“감염안전을 개선한 신제품을 개발해도 보험급여 실적이 없어 해외 수출이 어렵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손명세)이 29일 코엑스 그랜드볼룸홀에서‘보건의료계의 소통·발전을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규제개혁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치료재료분야 섹션에 참석한 한 제조사 대표는 허가 받은 의료기기의 경우 현 보험제도 안에서 판매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그는“수술시 감염위험을 낮추는 일회용 핸드피스 전동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등재가 되지 않아 판매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해외에 수출하려고 해도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국내 판매실적이 전무해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조만간 해외 후발업체들의 제품이 출시 될 것 같다”며 우려했다.

심평원은 이번 토론회를“보건의료 분야에서 풀어야 할 규제를 적극 발굴·개선하는 한편 보건의료계의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치료재료 섹션 토론회에 협회 문왕곤 보험전문위원이 주제발표자로 참석했다. 문 위원은“건강보험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취해지는 치료재료의 가격 통제를 완화하고, 신제품의 시장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환자의 신의료기술 선택권과 치료재료산업의 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가 원하는 규제 개선 방향
문 위원은 발표에서“정부가 의료기기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의료기기산업 7대 강국 진입이라는 야심찬 중장기 발전 계획을 천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정책이 산업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세”라며 특히 1998년 이후 총 32회에 걸쳐 치료재료의 사후 가격인하 조치가 취해졌음을 상기시켰다.

이어 문 위원은 현행 치료재료 가격결정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환자 안전을 위한 의료환경 개선 △행위료 포함 재료비용 지불방식 개선 △가치평가방법 개선 △시장진입장벽 완화 △원가조사기반 가격인하 정책 폐지 △필수 치료재료의 가격현실화 등 6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문위원은“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류를 함유한 치료재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일회용 재료의 재사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건강친화적인 non-DEHP, non-PVC 소재 의료기기와 병원감염 예방기능이 있는 치료재료의 사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재료에 대한 적극적인 보험 급여와 함께 제 값을 매겨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위원은 원가조사에 따른 치료재료의 가격인하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며,“재산권의 성격을 가진 치료재료의 상한금액을 정부가 제조나 수입 원가를 조사해 중분류별 가중평균인하율로 사후에 일괄 조정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와 규제기관 소통 중요
발제가 끝난 후 토론세션에서 패널들은 의료기기 업계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건강보험제도는 공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에 현 제도를 규제적 입장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계 측 패널로 참여한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치료재료의 가치 입증은 기업의 몫이다. 약제의 전례를 볼 때 경제성 평가 등 체계적인 제도 도입을 통해 기업의 역량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측의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건강보험은 공적자산이므로 공공성을 지키는 게 핵심”이라며“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시장진입장벽은 높지 않고, 특히 안전성·유효성을 평가 중인 신의료기술의 비급여 사용은 공적기능을 무시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대학교 조민우 교수는“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과 규제기관 사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또 식약처, 보건의료연구원, 심평원 간의 불필요한 허들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복지부 보험급여과 김정숙 사무관은“개진된 의견들을 참고해서 보다 개선된 치료재료가격결정시스템이 건강보험 제도권 안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 업계의 협조가 필요
제도 개선의 의지를 밝힌 김 사무관은“가치평가의 경우 상반기에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며“가치평가표의 구성요소를 명확히 하고 비용효과성, 기술적 요소가 반영되고 업계에서 예측 가능하도록 개선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치료재료 규제 개선의 중심에 서 있는 이병일 치료재료관리실장은“지속적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며 치료재료 개선을 위한 6개 TFT를 구성해 협회를 비롯한 의사결정의 다양한 주체들이 중지를 모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실장은“별도산정 제품만 하여도 의료현장에선 2만여개가 사용되고 있다”며“별도산정 기준을 제시할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공개하려면 재료공급업계와의 협조와 참여가 긴요하다”고 상호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K군 등 7개 군의 원가조사는 방침대로 추진하되 업계의 자료 제출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즉, 자료제출 해당 범위를 한정한 것. 전년도 소득이 1.5억원 미만 제조사와 품목 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1%미만인 업체는 자료제출 대상에서 제외 된다. 또한 결산서, 수입면장 등이 제출 자료에서 빠지게 된다. 심평원은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업체의 행정적 부담을 경감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논란이 된 친환경 수액세트는 관련 업체 간담회를 진행, 의견 수렴을 갖고 시장 상황에 맞게 가치를 반영해 적정금액을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밝혔다.

끝으로 이 실장은 민원편의를 돕기 위해 3월부터 시행한 문자서비스 그리고 새로 마련되는 인터넷포털을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 이전에도 규제기관은 의료기기업계와 소통의 장을 여러 차례 가져왔다. 그럼에도 규제개혁 대토론회라는 명칭으로 크게 대화 창구를 벌려 의견을 또다시 들은 만큼 합리적이고 투명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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