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영·사회적 책임·투명한 지배구조’ 목표 수립·시스템 구축 필요

● The InnerView_이종희
K-ESG 평가원 기획평가위원회 전문위원(엔젤로보틱스 이사)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의료기기산업계는 아직까지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대다수 의료기기업체는 병원 특성상 감염 예방과 환자 안전을 위해

일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의료 폐기물을 줄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병원 역시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기업체의 ESG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ESG는 Environment(환경)·Social(사회)·Governance(지배구조)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과거 경제적인 이윤 극대화에서 환경을 비롯한 사회적 윤리적 가치 실현으로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ESG 경영을 선언하고 활동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환경적(E) 측면에서는 의료 폐기물 줄이기, 개인 컵 사용 및 장례식장 일회용품 감축을, 사회적(S) 측면에서는 환자 만족도 조사, 지역 사회 기여 및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외부 감사를 통한 윤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시작된 ESG 경영은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는 의료기기업체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즉 병원은 의료기기업체에 ESG 경영을 요구할 것이며, 해당 의료기기업체 역시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에 똑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상당수 의료기기업체가 이런 현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ESG 경영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K-ESG 평가원 기획평가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희 엔젤로보틱스 이사를 만나 ESG에 대한 개념과 의료기기업체의 ESG 경영이 왜 중요한지 들어봤다.

그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SG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대다수는 환경 파괴를 막는 것이 ESG 활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ESG의 환경적(E) 측면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의 또 다른 말은 '지속가능경영'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해 매출을 올리거나 제품 단가를 낮춰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것을 지속가능경영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거나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의 문제로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SPC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는 기업이 경영효율에만 매몰된 채 근로자 안전 수칙과 작업 환경 개선 등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사례라는것. 또한 직원이 자금을 횡령해 회사가 존폐위기에 내몰렸던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ESG의 지배구조(G)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이종희 이사는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ESG 경영 활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속 가능한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을 선언했다.이후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RE100을 선언한 데 이어 삼성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 역시 관련 정책을 따르고 있다.

반면 의료기기산업계는 아직까지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이 이사는 "대다수 의료기기업체는 병원 특성상 감염 예방과 환자 안전을 위해 일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의료 폐기물을 줄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병원 역시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기업체의 ESG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환기했다.

덧붙여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ESG 경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병원들이 사회적 책임에 해당하는 직원 관리,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리베이트 금지 등 윤리 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애플 사례처럼 향후 '공급망 관리'까지 ESG 경영이 확대된다면 병원의 의료기기 입찰 공고 때 공급업체로 하여금 ESG 경영 준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미 외국 병원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기업체가 더 늦기 전에 ESG 경영을 준비하지 않으면 향후 경영상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종희 이사는 "의료기기업체는 제품 판매를 위해 ISO13485에 따른 품질경영시스템을 도입해 GMP 인증을 받고, 병원은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수행한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및 공공기관 역시 ESG 경영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복지부가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ESG 경영 지표를 반영한 기준을 수립하면 공급망 관리, 즉 병원에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ESG 지표 수립과 경영 준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ESG 경영은 최소 2~3년간 활동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기존 제품 판매가 중단되거나 신규 거래처 확보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전기전자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ESG 경영은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의료기기산업계에 있어 ESG 경영은 GMP(품질경영) 활동처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지금이라도 실천 가능한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목표를 수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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