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병리학회-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디지털병리 정책간담회

'디지털병리' 궁극목표, 의료서비스 향상·환자에게 이익 환원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부터 디지털병리 시스템을 통한 병리 진단을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디지털병리의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광학현미경을 사용하여 유리 슬라이드를 직접 관찰하며 진단하였지만, 디지털병리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인하여 진단하므로, 새롭게 디지털병리 장비를 설치하고 기존 병원 및 병리검사실의 전산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이 필수적이다.

▲ 정 찬 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

고려 사항
병원의 병리과에서 디지털병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려면, 아래와 같은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며, 이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디지털병리 슬라이드 스캐너: 유리 슬라이드를 초고해상도의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필수적인 장비로서 병리 진단을 위해서는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유리 슬라이드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스캐너 제조회사마다 디지털 이미지 형식과 데이터 관리 방식이 서로 다르다. 국산 디지털병리 스캐너는 개발 초기 단계이며 2013년에 최초로 의료기기 1등급의 품목허가 및 제조허가를 획득한 기업이 등장하였으나, 아직까지 국산 스캐너를 의료 현장에 도입한 곳은 없다.
△스토리지 솔루션: 초고해상도 디지털 슬라이드 이미지는 상당히 큰 저장 공간을 요구하므로,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온프레미스 혹은 클라우드 기반 스토리지 솔루션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이미지를 불러와서 컴퓨터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석 도구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IT 인프라: 대용량 디지털병리 이미지 파일을 전송하고 처리하는 IT 인프라, 고속 네트워크, 고성능 컴퓨터, 의료용 모니터 및 주변기기가 필요하다.
△전산 통합: 디지털병리 시스템은 기존의 병원 정보 시스템(HIS), 검사실 정보 시스템(LIS) 또는 전자의무기록(EMR)과 원활하게 통합되어야 한다.
△지원 및 유지보수: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지원이 필수이며, 스캐너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진단 보조 알고리즘: AI 기반 진단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병리의사가 병리 검체의 특징을 식별하고 정량화하여 더욱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규제 및 검증: 디지털병리 진단 시스템은 모든 지역 및 국가 규제 표준을 충족해야 하며, 스캐너, 스토리지, 이미지 뷰어 소프트웨어 등 시스템의 각 구성 요소는 정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 병리과 전문의와 기술자 모두가 슬라이드 스캔, 소프트웨어 사용, 디지털 이미지 해석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변화 관리: 디지털병리로의 전환은 병원의 여러 부서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원활한 전환을 위해 적절한 변경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 조치: 민감한 환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이 병리과의 중요한 책임이므로,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사이버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연구 및 개발: 새로운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 머신러닝 기술 등 디지털병리학의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이런 고려 사항들을 충분히 해결하면, 병원은 디지털병리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생산성 향상, 진단 정확도 개선, 의료진 간 협업 증대, 환자 서비스 향상 등의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
디지털병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며, 각 이해관계자는 고유한 요구사항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병리의사: 디지털병리 시스템의 주 사용자로, 진단, 교육, 연구를 위해 디지털병리를 활용한다.
△병리사 및 병리검사실 직원: 병리 검체로부터 진단용 유리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병리 이미지로 변환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병원 관리자: 예산 결정, 시스템 구현 및 유지보수 감독, 규정 준수 확인, 디지털병리 시스템의 비용-효율성 평가 등을 담당한다.
△IT 부서: 시스템 통합, 데이터 저장, 사이버 보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유지 관리와 같은 기술적 요소를 관리한다.
△환자: 병리검사에 사용되는 조직 및 세포 검체를 제공하며, 자신의 개인 정보가 디지털병리 시스템에 저장된다.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의학 연구에 사용하려면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규제 기관: 우리나라 식약처, 미국 FDA, 유럽 EMA 등의 기관은 디지털병리 시스템 및 AI 알고리즘의 승인 및 규제를 감독한다.
△디지털병리 제품 공급업체: 디지털병리 시스템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제품에 대한 지원과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정부: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며, 디지털병리의 비용 효율성과 환자 치료 결과 개선을 평가한다.
△전문 단체: 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등은 디지털병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제정, 품질 관리, 교육, 정책 자문 등을 수행한다.
△연구자: AI 기반 진단 도구 개발, 임상 시험 등 다양한 연구에 디지털병리 이미지를 활용한다.
△AI 개발자: 진단 기능 향상을 위한 AI 알고리즘 개발 및 성능 개선을 담당한다. 이들은 별도의 팀을 구성하거나, 제품 공급업체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들 이해관계자 그룹은 각기 다른 관점과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으므로, 디지털병리학의 성공적인 구현과 활용을 위해서는 그들의 공동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은 디지털병리 전략 계획의 핵심 요소이다.

환자의 참여와 역할
디지털병리에서 환자의 역할은 임상 의료진이나 병리의사만큼 직접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환자의 참여와 이해, 그리고 동의는 이 기술의 윤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병리 이미지 접근: 환자는 진단 이미지를 포함한 자신의 전자 의료 기록에 액세스할 수 있다. 환자는 이러한 디지털병리 이미지에 액세스하여 다른 의료 제공자와 공유하여 2차 의견을 구할 수 있다. 이미지를 안전하게 접근, 확인,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건강정보 이해력(헬스 리터러시): 디지털병리와 그 장점에 대해 교육을 받은 환자는 의료진과 정보에 기반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는 환자가 치료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넓은 의미의 헬스 리터러시에 기여할 수 있다.
△의사 결정 참여: 디지털병리를 이용한 자신의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가 참여하면, 진단의 속도와 정확성에 대한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연구 참여: 비식별화된 디지털병리 이미지는 종종 연구, 임상 시험, 또는 AI 학습 목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의 비식별화된 디지털병리 이미지를 연구에 사용하는 데 동의하도록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디지털병리학의 발전, 특히 AI 기반 진단 의료기기의 개발과 교육에 환자가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결국, 디지털병리의 도입은 진단 과정과 결과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환자중심의 진료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병리의 국내 현실에 대한 질문과 응답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디지털병리로 전환하는 추세
일반적으로 조직과 세포 검체를 사용하여 병리 슬라이드를 만들고, 이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진단하는 것이 병리과의 주된 역할이다. 디지털병리는 이런 유리 슬라이드를 스캔하여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엑스레이, CT, MRI 등의 의료 영상이 과거 필름으로 촬영되던 것이 현재는 디지털 이미지로 모두 전환된 것과 유사하다. 의료 영상이 디지털화되면서 필름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지만, 병리과의 유리 슬라이드는 디지털 전환되더라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상의학과는 촬영과 동시에 디지털 센서가 이미지 파일을 생성하지만, 병리과는 유리 슬라이드를 만든 후에 초고해상도 스캐너가 슬라이드를 스캔해야만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영상의학과는 모든 과정을 쉽게 디지털로 전환하며 비용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병리과는 디지털화 과정에 필요한 장비와 추가 비용, 그리고 새롭게 생성된 디지털병리 정보와 기존 의료 정보의 통합이 어려워 디지털병리 전환은 더뎠다.
국내에서는 2019년에 의료기기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디지털병리 진단 시스템이 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디지털병리는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병리 정보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게 되며,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 정확한 측정과 이미지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육안으로 판독할 때 어려웠던 다양한 분석을 가능하게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정보를 병리 진단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디지털병리는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 판독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활용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디지털병리의 도입으로 예상되는 의료진 수고 감소는 기대만큼 뚜렷하지 않다?
디지털병리의 도입을 통해 업무 효율이 향상되고 업무 시간이 절감될 수 있지만, 이런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디지털병리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디지털 전환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면 효율성이 향상되고, 진단 시간이 단축되며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로,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만 디지털병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병리진단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질 경우, 전체적인 업무 흐름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병리의 장단점을 모두 체감하게 된다. 변화를 기대하며 도입했지만 실제로 그 장점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러한 상황이 디지털병리 추가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원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병리 진단의 규모가 매년 커지며 관리가 어려워지는데, 이를 디지털화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인가?
병리과는 질병 진단에 필수적인 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비인기과였다. 이 중 한 가지 이유는 병리과의 업무가 현미경을 직접 보며 진단을 내려야 하고, 항상 최신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특성 때문이다. 또한, 업무 집중도가 매우 높게 요구되는 반면, 보상이 그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그동안 비인기과였다. 
그런데 올해는 병리과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높아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러 변화가 원인이 되겠지만 디지털화병리 전환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 보조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병리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한편 병리 업무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의료계도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병리를 통한 업무효율 증가를 체감하고 있나?
병리 슬라이드를 제작하고 병리의사가 판독하는 시간은 디지털병리를 도입한 이후에 크게 단축되었다. 기존에 유리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볼 때는, 장시간 동안 눈을 현미경에 대고 진단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목과 허리에 많은 부담이 가고, 현미경에서 나오는 밝은 빛은 눈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디지털병리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병리 이미지를 보고 진단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병원 어디에서든 인터넷 접속만 있으면 디지털병리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 기존에는 유리 슬라이드를 순서대로 정리하고, 병리 의뢰지 슬립과 매칭하여 판독실로 가져와야 판독이 가능했으며, 과거의 병리 검사 결과와 비교하려면 멀리 떨어진 보관 창고에서 슬라이드를 찾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접속만으로 모든 병리 자료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과거의 병리 검사 자료와 쉽게 비교 분석할 수 있어 판독 시간이 단축되고, 진단의 정확도까지 향상되었다.

△현미경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며 진단하는 것과 디지털병리로 모니터를 보며 진단하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나?
현미경을 통해 맨 눈으로 볼 때, 정성적으로 판독할 수 있지만 면적이나 길이를 계측하는 정량적인 판독은 어렵다. 이러한 중요한 정보는 별도로 계측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병리 리포트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 측정하거나, 현미경을 보면서 저배율에서 자를 이용해 측정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로 사용되지만, 디지털화된 병리에서는 모니터 상에서 바로 계측이 가능해진다.
또한, 병리 판독은 한 케이스에 대해 한 장의 슬라이드를 보는 방식이 아니다. 암 조직은 한 개이지만 조직을 작게 잘라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만들고, 눈으로 수십 장의 슬라이드를 개별적으로 보지만 결과는 다시 합쳐서 텍스트로 표현해야 한다. 디지털화하면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한 화면에서 비교하고, 합치는 과정도 훨씬 편리해진다.
예를 들어, 림프절 전이를 진단할 경우, 림프절의 전체 개수와 전이된 개수를 세서 그 비율을 계산해야 한다. 현미경을 사용하면 개수를 메모하고 합산하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필요하지만, 디지털화된 시스템에서는 이미지에서 바로 카운트하고 측정할 수 있으며, 전이된 비율 파악도 쉽게 가능하다.
또한, 병리가 디지털화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의료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려면 디지털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기술 활용은 병리의사를 돕는 측면에서 보조인력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줄어들면서 병리진단지에 적힐 수 있는 내용은 더욱 더 다양한 정보로 채워질 것이다.

△업무적으로 효율성이 좋아졌다면, 환자입장에서는 어떤 이점이 있나?
디지털병리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됨으로써,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진단 영역까지 커버하게 되어, 빠르고 정확한 환자 맞춤형 진단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장점이 환자에게 전달되려면, 국내 의료 기관 전반에서 디지털병리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디지털병리 도입 비율이 낮고, 일부만 디지털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환자가 원하는 형식의 파일 변환 및 데이터 전송의 어려움도 있다. 
병리 이미지의 데이터 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송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2cm 크기의 조직이 담긴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하면 데이터 용량이 기가 바이트(GB) 단위로 나온다. 사진 한 장이 2~4GB의 용량을 차지하며,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고려하면, 한 환자 당 최소 50GB 이상의 데이터 용량이 필요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용량의 데이터를 어떻게 전송하고, 병원이 받아서 재판독하는데 필요한 뷰어와 판독 소프트웨어의 적용 등에는 어려움이 있다.
영상의학과는 한 번에 전체적으로 디지털화되어 의료진의 학습 기간이 충분했고, 표준화도 이루어졌다. 파일 형식이 표준화되어 있어 누구나 동일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병리학 분야에서는 표준화 문제, 비용 문제, 의사들의 적응 문제 등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정부차원에서는 프로그램 표준화가 학회 차원에서는 교육 표준화 등 할 일이 많아 보이는데?
학회 차원에서는 이미 교육, 진단 자문 및 연구 등에서 디지털병리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차 진단을 수행하는 병원에서의 활용과는 많이 다른 영역이다. 교육과 연구에서 활용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유리 슬라이드 없이 병리 진단을 해보면 새롭게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병리 진단을 위한 충분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새로운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구축하고 있으나, 학회가 개별 병원의 시스템 구축 환경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비용 문제 역시 학회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병리에 대한 별도의 수가 설정이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 등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가 구조는 디지털병리에 어떻게 적용되나?
현재 디지털병리는 새로운 의료 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검사 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병리 결과뿐이므로, 검사 과정은 병원이 디지털화하든,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든 병원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디지털병리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이득이 없는데 병원에서 굳이 투자를 해야 하냐 이런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그 규모 때문에 다른 장비 교체 등의 기회비용과 비교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병리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주요 병원들은 이미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도입한 병원들은 초기 투자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만약 국가 전체가 디지털화된다면 의료 비용은 확실히 감소할 것이다. 그에 이르기까지의 투자가 필요한데, 의료기관에서 디지털병리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추가 수가가 설정되면, 병원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수가를 설정하는데 필요한 연구 결과가 있는지?
대한병리학회는 2019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디지털병리연구회를 통해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가 신설 등의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디지털병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데는 아직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수가 설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왜?
병리과는 조금 특수한 상황에 있다. 다른 의료 영역과는 달리, 디지털병리는 기존에 제작하던 유리 슬라이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유리 슬라이드를 제작한 후에 추가로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이미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 의료의 모든 정보는 디지털화되었지만, 병리 영역만은 아직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 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병리 영역을 디지털병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병원 차원에서의 결정만이 디지털병리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일까?
전혀 수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한적으로나마 계측 병리에 대한 의료 행위의 수가가 설정되어 있다. 디지털병리를 통해 제한된 진단 항목에서 계측병리를 수행했을 때 수가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의 치료 방향과 예후 예측에 도움을 주는 Ki67 계측병리검사는 디지털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Ki67 면역 염색에 대해 양성세포와 음성세포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에 따른 병리진단은 수가에 반영된다. 그러나 계측병리는 항목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이를 통한 수익만으로는 디지털병리의 도입을 촉진시키기에는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자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병리가 보편화되면 의료 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되고, 의료비용이 감소하는 것이 이미 디지털병리 도입을 진행한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때 기존에는 유리 슬라이드를 병리과에서 재제작하거나 원본을 대출하여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었으나, 디지털병리를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이 간편해지고, 다른 병원의 병리의사가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반복적인 검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결국 환자는 이 과정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편의성이 향상되고,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환자가 병원을 이동하면서 다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은 없을까?
병원을 이동할 경우, 기존에 받았던 조직검사를 다시 받는 것이 아니라 면역염색이나 분자검사와 같은 추가적인 병리 검사를 다시 받게 된다. 이미 이전 병원에서 건강보험급여를 적용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일 검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 경우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병리학회에서 디지털병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지?
병리학회는 2020년에 디지털병리 시스템 관리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또한 병리학회는 디지털병리 정도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디지털병리 시스템으로 1차 병리 진단을 수행하는 기관들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병리에서 정보보안 이슈는?
디지털화는 불가피하게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 비의료 정보와 의료정보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병원이 내부에서 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디지털병리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서 해결해야 한다. 병리 이미지 데이터 자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이지만, 슬라이드를 식별하기 위해 기록된 라벨 이미지 정보나 이미지 관리를 위한 메타 정보에는 개인 식별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 취급은 전체 의료 데이터의 정보보안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

△여러 병원에서 디지털병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병원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가?
시스템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같은 의료장비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병원들 사이에서는 시스템 간 호환성이 높다. 그러나 각 병원이 기존의 전산 시스템과 디지털병리를 통합하는 방식은 병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디지털병리에서 표준화가 필요한가?
디지털병리에서 표준화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영상의학에서는 한 가지 방식의 표준화가 잘 이루어졌으나, 디지털병리에서는 표준화 접근법이 조금 다르다. 디지털병리 스캐너의 제조사마다 이미지 파일 형식과 관리 프로그램이 달라 호환성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에 개발된 소프트웨어들은 파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호환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필요하다면 원하는 파일 형식으로 상호 변환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의료용 디지털 영상 및 통신 표준인 DICOM 화 여부로 표준화를 판단하는 대신, 다양한 파일 형식이 존재하되 디지털병리 진단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도록 하는 것도 표준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소규모 병원에서는 디지털병리 전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병리의사가 부족하거나 없는 소규모 병원의 경우 디지털병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캐나다, 터키,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는 나라 면적이 넓고 병리의사 수가 부족해 모든 지역에 병리의사를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병리를 활용해 원격 진단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병리의사가 부족한 나라에서는, 모든 질환 분야를 커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은 다른 병원의 판독 자문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리 검체를 원격으로 판독하는 것으로, 이를 허용하는 나라에서는 원격 판독을 한 병리의사에게 수가 보상이 가능하다. 또한, 병리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에는, 제한된 병리 검체에 대해 디지털병리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판독을 제공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원격 판독이나 인공지능 판독은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고, 수가 보상 체계도 존재하지 않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디지털병리 전환이 더 빠르게 이뤄지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국가 주도로 디지털병리 전환을 추진하는 나라들은 확실히 전환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병원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분위기가 다르지만, 이것이 결국 비용 문제이며, 따라서 발생하는 비용과 의료비용, 그리고 디지털화에 따른 비용을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디지털병리에 대해 얘기하면 장점 중 하나로 비용 절감이 언급되지만, 실제로 시작하면 비용 절감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용 절감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정부 지원이 없으면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맥락인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병리를 도입했을 때 의료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병원도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게 되고 디지털병리 활용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안정화될 것이다. 이는 결국 병리 진단의 품질과 의료 서비스 형태를 혁신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 차원 이외에 디지털병리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과제는?
진료 부분과 달리 연구 부분에서는 정부의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규모 인공지능 학습용 디지털병리 데이터 구축과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병리 진단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국책 연구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통해 디지털병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병원, 대학 연구소, 기업이 함께 협력하는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디지털병리의 유지를 위해 의료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적절한 수가 체계가 마련되면 중소 병원에서도 디지털병리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다.

마무리
결국 디지털병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환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디지털병리가 이 목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해외 사례에서 증명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디지털병리 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도입한 병원도 유지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 저장 및 접근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병리 데이터는 용량이 크고 다른 의료 정보와 형식이 달라 병원 간 의료 데이터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저장 방식이 필요하다. 환자가 의료 기관을 이동할 때마다 수십 GB의 병리 데이터를 이동식저장 장치에 저장해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자의 동의 하에 클라우드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제도적인 지원이 아직 부족해 실제로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의료 수익 체계를 개선하고, 특히 데이터 저장과 공유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과 기술적 발전이 동반될 때, 디지털병리의 도입과 활용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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