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스위스 취리히무역관

스위스 디지털 헬스 시장 확대 중
디지털 헬스 관련 최대 화두는 전자환자서류
디지털 헬스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 산업계, 학계 협력

스위스는 2022년 IMD 세계 디지털 경쟁력(WDC) 순위에서 5위(2021년: 6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디지털화 부문에서 여전히 뒤처져 있는 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의료산업이다. 스위스는 선진 의료 시스템으로 유명한 것에 비해 의료 디지털화의 발전 속도는 다른 산업 영역 및 인근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늦은 편에 속한다. 스위스 전역의 범 산업 디지털화 이니셔티브인 디지털스위스(digitalswitzerland)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화 수준은 스위스 기본 인프라 분야에서 93%, 경제 분야에서 67%로 높은 편이나 의료 분야는 4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위스의 비교적 높은 의료비 지출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의료 부문 효율화를 위한 주요 방책으로써 디지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도 의료부문 디지털화를 주요 국가 정책으로 설정한 만큼 디지털 헬스 시장이 앞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헬스란?

디지털 헬스는 모바일 건강(mHealth), 건강 정보기술(IT), 웨어러블 장치, 원격 건강 및 원격 의료, 맞춤형 의료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임상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모바일 의료 앱과 소프트웨어부터 인공 지능과 기계 학습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은 의료 분야의 혁명을 주도해왔다. 디지털 헬스 도구는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개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 기술은 의료 및 관련 용도로 컴퓨팅 플랫폼, 연결성, 소프트웨어 및 센서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기술은 일반 웰니스 응용부터 의료 기기 응용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스위스 디지털 헬스 시장

스위스의 디지털 헬스 시장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앞으로도 연평균 약 12.5%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헬스의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나 아래의 그래프는 크게 △치료 및 케어, △피트니스 및 웰빙, △온라인 상담 분야의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을 보여준다. 치료 및 케어 부문은 질병을 진단, 치료 및 관리하는데 사용되는 디지털 도구를 포함하는데, 생체인식 센서와 디지털 케어 관리 시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피트니스 및 웰빙 분야는 피트니스 추적기, 건강 및 웰빙 코칭, 건강 모니터링 및 개선용 도구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상담 분야에는 원격 의료 및 원격 약품 조제 등을 위한 디지털 도구가 포함된다.

이 세 항목의 총합인 전체 시장 규모는 ’22년 기준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수준이며 치료 및 케어, 피트니스 및 웰빙, 온라인 상담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향후 최대 시장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는 치료 및 케어 부문이다.

<스위스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
(단위: US$ 백만)

[자료: statistia]<br>
[자료: statistia]

스위스 의료 부문 디지털화의 어려움

스위스 디지털 헬스 시장이 위의 전망처럼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 선결돼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 스위스에서 의료 부문 디지털화가 늦어진 이유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 무엇보다 환자 정보의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환자서류(EPD)는 개인의 건강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들의 모음으로, 인터넷 연결을 통해 환자 자신뿐 아니라 의료 전문가가 접근할 수 있는 서류이다. 표준에 맞춰진 개인 건강 관련 정보에 대한 전자 기록은 의료 기관 간 정보 공유와 교류에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스위스 국민들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높은 민감성과 유출에 대한 우려로 인해 환자 동의가 필수적인 전자환자서류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디지털스위스(digitalswitzerland)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자신의 데이터가 오용되거나 도난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오용 및 도난, 잘못된 저장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과 솔루션이 향후 의료 디지털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도 활발해졌다. 이에 연방 정부는 2017년 전자환자서류에 관한 연방법과 해당 법령을 통해 전자 서류 도입 및 보급을 위한 기본 조건을 규정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하며 디지털 헬스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오고 있다. 아래에서 연방 정부의 디지털 헬스 확산 전략인 e-health 전략에 대해 소개한다.

<스위스 e-health 전략>

주:&nbsp;모바일헬스,&nbsp;교육,&nbsp;원격 처방,&nbsp;전자환자서류 등 주요 목표<br>[자료:&nbsp;e-health-suisse]<br>
주: 모바일헬스, 교육, 원격 처방, 전자환자서류 등 주요 목표
[자료: e-health-suisse]

스위스 e-health 전략

스위스 e-Health 전략은 디지털화의 이점을 활용해 의료 제공을 강화하고 치료 과정을 개선하며 스위스 의료 부문의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인 로드맵으로, 연방 보건청에 의해 수립됐다. 이 전략의 주요 목표로는 전자환자서류(EPD)의 도입 및 광범위한 사용,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 증진, 데이터 보호 및 보안 강화, 개인에게 자신의 건강 데이터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 부여, 원격 의료 촉진, 연구 및 혁신 등이 있다. 해당 목표 실현을 위해 연방 정부, 주 정부, 의료 서비스 제공자, 보험사 및 이해 관계자 간의 협력체인 e-Health 스위스 사무국이 구성됐으며 사무국은 전략 이행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국가 보건정책 회의)를 맡고 있다.

디지털 헬스 도입을 위한 기술 환경

디지털 헬스 시장은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및 해당 기술들의 응용, 이로 인한 기존 법, 규제와의 상호 영향, 국내외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작용 등의 영향을 받는 시장이다. 스위스 내 디지털 헬스 관련 기술 환경을 이루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헬스 IT 시스템 및 EPD: 스위스는 환자가 모든 건강 관련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접근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목표로 국가 EPD 시스템을 개발했다. 채택률과 상호 운용성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 이해관계자는 채택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과 인센티브를 마련 중이다.

(2)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허브: 취리히, 바젤, 제네바와 같은 도시들은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의 허브로서 특히 헬스테크 스타트업을 겨냥한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공동 작업 공간이 생겼다.

(3) 원격 의료 및 원격 모니터링: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스위스에서는 원격 의료 솔루션 채택이 가속화됐다. 병원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만성 환자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 도구로 보완된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4) 웨어러블 및 건강 모니터링 장치: 스위스에는 다수 시계 제조업체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건강 및 피트니스 웨어러블 시장으로 전환하거나 확장했다. 건강 모니터링을 웨어러블에 통합하는 것이 더욱 보편화돼 피트니스 추적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된 건강 모니터링도 제공한다.

(5) 전자 처방전: 전자 처방전 출시는 EPD 구현을 포함하는 대규모 국가 전자 의료 전략의 일부이다. EPD 시행이 늦어지면서 전자처방전 도입도 늦어지고 있으며 종이 처방전 대신 전자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 제공자의 자발적인 결정 영역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6) 연구 및 개발 부분: 스위스의 강력한 제약 및 생명공학 부문은 스위스를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시켰다. 산업계와 대학 간의 파트너십은 디지털 헬스 솔루션, AI 기반 진단 및 맞춤형 의학 분야의 혁신을 끌어냈다.

(7) 규정 및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스위스의 강력한 데이터 보호법은 헬스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은 최고 수준의 데이터 보안 및 개인 정보 보호를 보장해야만 한다.

(8)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면서 스위스도 이러한 기술을 의료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응용 분야는 진단 개선부터 관리 작업 간소화 및 환자 치료를 위한 예측 분석까지 다양하다.

디지털 헬스 기술 적용 케이스 

(1) 만성 환자 원격 모니터링(Chronic Remote Monitoring)

스위스에서는 만성 환자 원격 모니터링이 대부분 의료 서비스 제공자, 기술 회사 및 보험사에 의한 파일럿 프로그램, 파트너십, 연구 조사 등으로 제한된다. 선정된 병원에서는 당뇨(포도당 모니터링), 심실 부정맥(LifeVest, 웨어러블 심장율동전환 제세동기), 만성폐쇄성 폐질환(호흡 재활 소프트웨어) 등 질병 분야 전반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추가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제공업체와 병원(예: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Leitwert와 바젤대학병원) 간의 여러 파트너십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홈 모니터링에 대한 추가 수요가 촉발되면서 기업들이 기존 기술을 코로나 감염 환자의 원격 관리를 위해 재활용(Ava AG의 사례)하거나 새로운 파트너십(예: 스위스 전자 및 마이크로기술센터 CSEM SA와 병원 간)을 형성하게 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의료진들은 여전히 많은 경우 환자에게 홈 모니터링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보고된 이유에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뒷받침하는 증거 부족, 환자 규정 준수와 데이터 보안 및 책임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다. 그러나 빈터투어에 본사를 둔 의료서비스 제공 기업 Medbase의 디지털화 실무 그룹 멤버인 L씨는 취리히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개인이 환자가 되기 전, 즉, 건강할 때 더 잘 알게 되고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를 피할 수 있어 의료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정보 보안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이로 인해 신기술 적용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2) 만성질환 자기 관리(Chronic Disease Self-management)

스위스는 이미 디지털 치료법 채택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취리히연방공대와 생갈렌대학교의 공동 이니셔이브인 디지털 건강 중재 센터의 연구실 CSS Health Lab과 같이 디지털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 회사, 대학 및 서비스 제공자 간의 초기 파트너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법의 개발은 질병 영역(예: 호흡기 질환, 정신 건강, 코로나19) 전반에 걸쳐 의료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혈압 조절을 위한 앱 Manoa,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Nala 등 특정 질병별 앱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최근 스위스에서는 의사, 약국, 보험 회사, 사용자 등 의료 서비스에서 중요한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디지털 건강 플랫폼 Well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발한 기업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치료법의 채택은 아직 제한적이다. 스위스가 아직 디지털 치료법을 표준 의료 시스템에 포함해 의료 비용 상환을 지원하는 전용 메커니즘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사점

취리히응용과학대학교가 2021년 말 발간한 스위스 디지털 헬스 보고서는 스위스 의료 부문의 디지털화가 코로나 팬데믹 경험을 통해 2년 가량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투자 거래 및 신규 스타트업 수와 같은 주요 수치에서도 디지털 헬스 시장 확대에 대한 높은 기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특히 향후 전자환자서류와 원격 의료가 치료의 질을 향상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스위스의 현재 의료 부문 디지털화 수준이 인근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오히려 ICT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한국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관심 있는 국내 업체는 해당 시장 동향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자료: eHealth Suisse, 취리히 응용과학대학, 연방보건청, statista, KOTRA 취리히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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