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health policy insight

[Health Policy Insight 401호]

2022년 10월 17일, US FDA는 의료인(health professional)을 만나지 않고도 성인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미처방(over-the-counter, OTC) 보청기 판매를 허용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 조치는 미국 성인에서 대부분 치료되지 않은 청력 손실(난청, hearing loss)의 오랜 공중보건 및 시장실패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도를 보여준다.

▲ 이 상 수
메드트로닉 코리아 전무

그러나 이 공중보건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미국에서 OTC 보청기 도입은 향후 몇 년간 다른 국가의 보청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연구는 노인 난청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고, 난청은 이제 치매의 가장 지대한 수정가능한 위험요소로 간주된다. 그러나 난청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interventions), 특히 보청기의 활용률은 여전히 낮다.  난청이 있는 성인의 보청기 사용률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10% 미만,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10~15%, 심지어 보청기에 대한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국가인 경우에도 고소득 국가에서는 20~30%를 넘지 않는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격차의 원인에는 보청기 기술 및 서비스의 공급 부족과 이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포함된다. 새로운 규정에 의해 다루어지는 보청기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근본적인 이슈는 보청기가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규제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보청기는 197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료기기로 규제되었다. 초기 규정은 보청기에 대한 기술표준을 설정했으며 본질적으로 면허가 있는 청각전문가(licensed hearing professional)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 시대의 아날로그 보청기가 효과성을 발휘하려면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프로그래밍하고 맞춰야 했기 때문에 이 규칙은 그 당시에는 적합하였다. 지난 45년간 면허가 있는 전문가를 통해 보청기 판매를 요구하는 정책 -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 채택한 정책 - 은 미국 및 전세계 보청기 시장을 형성했으며, 5개 제조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통제하는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제조업체는 고도로 수직 통합되어 각 제조업체가 자체 소매 청력클리닉 체인(chain of retail hearing clinics)을 보유하고 의료기기를 처방하는 청력관리전문가(hearing-care professionals)를 고용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를 위한 결과는 종종 접근하기 어렵고 청력관리를 위한 매우 고가의 관리 모델이었다. 성인은 일반적으로 보청기를 구입하기 위해 청각전문가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하며, 소비자의 본인부담 비용은 보청기 자체 비용과 전문가의 시간 및 서비스 비용을 모두 반영한다. 보청기가 일반적으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미국에서, 이러한 의료기기를 구입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4,700이며, 보청기는 잠재적으로 많은 미국인의 삶에서 주택과 자동차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제품구매이다. 

대중의 니즈에 더 잘 부응하기 위해 보청기 시장을 개혁하려면 현재 시장을 형성한 역사적 규정을 재평가해야 했다. 특히, 1977년의 아날로그 보청기와 달리 현대의 많은 디지털 보청기는 청각전문가의 개입 없이 성인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는 청각 전문가를 중개하도록 요구하는 정책 때문에 이러한 의료기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없었다. 2015년부터 공중보건의 맥락에서 성인을 위한 청각 케어에 대한 접근성을 검토할 책임이 있는 2개의 미국 과학자문기관은 이러한 역설을 인식하고, OTC 보청기의 규제 범주를 만드는 것이 시장 경쟁 및 보청기 접근성(accessibility) 및 지불가용성(affordability)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 규제 범주를 갖는 것은 또한 보청기 대체품으로 사용될 때 종종 비효과적이지만 저렴한 의료기기를 찾는 소비자가 찾는 규제되지 않은 "개인용 음향 증폭기(personal sound amplifiers)"에 대해 오랫동안 존재해 온 회색시장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자문 그룹의 보고서에 기초하여, 2017년 의회는 FDA가 보청기에 대한 새로운 규제범주를 개발하도록 요구하는 초당적 지원으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OTC 보청기에 대한 규정은 5년 후에 제정되었다. OTC 보청기에 대한 특정 성능 특성(예를 들어, 최대 소리 출력), 표시사항 요건 및 검토 기준을 자세히 기술하는 규정은 이러한 의료기기가 난청 성인에게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규정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전에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던 소비자 기술 기업으로부터 보청기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규정이 제정된 지 3개월 만에 소니(Sony)와 휴렛패커드(HP)를 포함한 소비자 제품 기업은 보청기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향후 1~2년에 걸쳐 보청기 기능이 무선 이어 버드(wireless ear buds)에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함께 이러한 기업의 진입은 보청기에 대한 접근성, 지불가용성 및 대중의 인식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보청기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regulatory framework)에 대한 FDA의 개혁은 미국과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보청기의 디자인, 마케팅 및 판매에 있어 가장 심대한 파괴적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중의 니즈에 가장 잘 부응하는 청력 케어 시장을 창출한다는 더 넓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남아 있다. 첫째, 소비자 청력 케어 니즈(60세 이상 성인의 65%가 난청이 있음)를 청력 서비스 및 기술에 대한 수요로 변환하기 위한 전략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노인차별 및 낙인효과와 관련된 이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청력 상태 및 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상적 삶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인식을 포함하여 청각 케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요구 및 채택을 오랫동안 방해해온 뿌리 깊은 이슈에 직면해야 한다. 둘째, 많은 성인이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 없이 OTC 보청기에 접근하여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청각전문가가 자신의 청력을 평가하고 올바른 청력 기술 및 전략을 사용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미국과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그러한 전문가(예: 청력학자, audiologists)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난청이 있는 모든 성인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인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매개변수(예를 들어, 최대 출력 수준)를 통해, OTC 보청기는 경증에서 중등도 난청이 있는 성인의 니즈에만 충족한다. 이 인구는 난청 인구의 약 90%를 나타내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세계 많은 부분에서 고가 혹은 접근할 수 없는 여전히 기존의 처방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와 같은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보청기 시장에서 더 광범위한 변화가 발생하기 위해, 다른 국가는 미국과 유사한 규제변경을 채택하고 청각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OTC 보청기에 대한 규제 시장을 가진 최초의 국가이며,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르는지 여부는 각 국가의 내부 이해관계자 및 규제 정책에 달려 있다. 그러한 노력은 관성을 극복하고 더 이상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청각 케어 제공을 위한 역사적 모델의 현상 유지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정책 입안자 및 청력 건강 지지자들의 일치되고 조정된 조치를 필요로 할 것이다.

시사점

ㆍ보청기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FDA의 개혁은 미국과 전세계적으로 보청기의 디자인, 마케팅 및 판매에 있어 가장 심대한 파괴적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도래시킴

출처원 : Over-the-Counter Hearing Aids — Using Regulatory Policy to Improve Public Health

Lin FR, et al. n engl j med 388;23 nejm.org June 8, 2023. DOI: 10.1056/NEJMp2302355
https://www.nejm.org/doi/pdf/10.1056/NEJMp2302355?articleTools=true

* 본 컬럼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및 연구보고서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관련 보건의료정책 마련에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주 발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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