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진출 의료기기업체를 위한 지식재산권 ④

"해외 바이어 발굴 못지 않은 상표권·디자인권·특허권 등록부터"

지난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호치민 SECC 전시장에서 'K-MED Expo 2023'이 개최됐으며, 한국 의료기기 기업 100여개사가 참가해서 성황리에 마쳤다.

▲ 신 정 석
Kenfox IP & Law(베트남) 한국연락사무소 대표

당 사무소에서는, K-MED Expo 2023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전시회 현장에서 수출계약서 작성, IP 등록 등 베트남 수출 상담과 관련해서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무료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그런데, 전시회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하면서 많은 참가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자사의 IP(상표권 또는 디자인권)를 사전에 미리 출원을 하지 않고 전시회에 참가한 사실을 알게 됐다.

IP(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 등)라는 것은 자사가 직접 개발, 보유, 사용하고 있는 권리이지만, 수출 대상 국가에서 등록(Registered)을 받은 후에만 해당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사실은 해외 수출업무를 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K-MED Expo 2023에 참가한 업체와 같이 자사 IP에 대한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간과하고 있는 것을 실무상에서는 자주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이와 같이 베트남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자사의 IP를 베트남에 선출원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상표권과 디자인권으로 구분해서 살펴보겠다.

먼저, 상표권 관련 문제이다. 중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의 경우는, 전문적인 상표 브로커들이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의 중국 내 상표권 출원 여부를 확인한 후 미출원 상표에 대해서는 먼저 선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물론 베트남의 경우는 중국과 비교해서 전문적인 상표 브로커의 활동이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상표 브로커 또는 관련 업계의 경쟁업체 등에 의해서 자사의 베트남 상표권을 선점당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 상표권의 경우, 타인(상표 브로커 또는 경쟁업체)에게 선점 당하는 문제 이외에 상표 등록과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출원 상표의 등록심사 기간이 2년 이상 소요되는 문제이다. 한국이나 중국, 유럽의 경우 상표 출원 후 보통 3~9개월 이내에 심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심사 기간이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설령 베트남 시장에 수출을 목표로 전시회에 참가하고 전시회 참가 전에 상표를 출원한다고 해도 최소 2년 후에 베트남 상표권을 등록받을 수 있고, 그 전까지는 자사의 베트남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의료기기 업체에서는, (베트남 시장 진출 확정, 수출계약 또는 전시회 참가 확정 후에 베트남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시장 진출 검토 단계에서 (비록 베트남 시장 진출이 결정되기 전이라도) 베트남 상표를 미리 출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당 사무소에서 수행한 한국기업의 베트남 상표권 분쟁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화장품 기업 L사는 2020년 7월 자사의 베트남 상표권을 베트남 기업에 의해서 무단 선점되었다. 그리고이런 사실을 인지한 L사는 베트남 기업이 선점한 상표에 대해서 2022년 7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베트남 기업이 2020년에 선출원한 L사의 상표는 2년이 지난 후에도 등록이 되지 않았으며 한국의 L사는 베트남 기업 선점상표에 대해서 2022년에 이의신청을 제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23년 6월 현재, 22년 7월에 제출된 이의신청 건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L사의 상표권을 2020년에 선출원한 베트남 기업이나 한국기업 모두 베트남에서 L사의 상표권을 등록받지 못한 상태이며 다시 말해 두 기업 모두 L사의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기업 L사의 상표권을 2020년 무단선출원한 베트남 기업이 L사의 제품과 동일한 위조품을 베트남에서 대량적으로 유통하고 있지만 L사는 (베트남 상표권이 없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유통되고 있는 위조품을 단속할 수 있는 뚜렷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아래 표는 L사의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는 국가별 판매량이다(2023년 12월 기준).

상기 표가 보여주는 특이 사항은, 중국, 태국, 필리핀에서 유통되고 있는 위조품은 소량이고 대부분의 위조품이 베트남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이 상황이 나타난 이유는, L사가 중국, 태국, 필리핀에서는 상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상표권을 등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L사의 위조품을 제조, 유통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단속 위험이 있는 국가보다는 L사가 상표권이 없고 따라서 위조품 유통에 대한 단속 수단이 없는 베트남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디자인권에 대해 설명하겠다. K-MED Expo 2023에 참가한 업체들이, 전시회에서 전시한 자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한국에서 6개월 이내에 출원했다면, 우선권 주장을 통해서 베트남에서도 디자인권 등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디자인권을 출원한지 6개월이 지났거나 이미 한국 및 기타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제품일 경우, 베트남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등록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 개발, 출시한 신제품을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전시했을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베트남은 물론이고 기타 모든 국가에서도 디자인권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신제품을 한국에서 6개월 이내에 디자인 출원을 한 경우라면 우선권 주장을 통해서 베트남 디자인권 등록이 가능하다.

베트남에서는 ‘디자인 공지 예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의 경우에는, 디자인 공지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i) 등록권자의 허가 없이 타인이 게재한 경우,
(ii) 등록 권리를 가진 사람이 과학적 발표 형태로 발표하는 경우,
(iii) 베트남 국가 전시회 또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제 전시회에서 전시된 경우,

상기 3가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K-MED Expo 2023에서 전시한 신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디자인권 등록을 받을 수 없다.

의료기기 기업의 위조품 유통피해 대응 차원에서, 상표권 못지않게 디자인권은 중요한 권리이다. 한국 의료기기 기업의 제품을 위조해서 판매하는 침해 업체의 경우, 한국기업의 상표는 표시하지 않고, 제품 외관만 위조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해당 제품의 디자인권이 없다면 이런 유형의 위조품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이 없게 된다.

그리고 상표권의 경우, 해외 전시회 참가 전에 해당 국가의 상표권을 출원하지 못했다면 한국에 돌아와서 즉시 상표권을 출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시회를 통해서 처음 공개한 신제품의 디자인은 디자인권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신제품 기획, 출시 전 단계부터 디자인권에 대한 등록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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