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미국 의료기기 시장 이슈와 전망

"진화하는 디지털 헬스 새로운 헬스케어 패러다임"
미국 헬스케어의 미래, '기존 의료서비스'와 '디지텔헬스' 결합

미래의 헬스케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곳

2022년까지 전 세계 헬스케어 산업의 새해를 여는 첫 행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였다.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명실상부한 업계 최대 규모의 의료 투자 콘퍼런스로, 몇 년 전부터 이 행사에서는 전통적인 대형 제약회사보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업체가 더 두각을 보였는데, 이는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과 전 세계의 의료기기 시장 수요로 볼 때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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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주
주한미국대사관 상무부
선임 상무전문위원

하지만, 2023년에는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아닌 CES가 헬스케어 산업의 새해를 여는 첫 행사가 됐다. CES가 가전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중요한 장임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는 처음으로 주요 기술 트렌드 키워드로 뽑혔고, 헬스케어 기업에서는 최초로 에보트가 주요 기조연설에 참여했다. 또한 100개가 넘는 기업이 부스 전시를 통해 각 회사의 디지털 헬스 기술 및 제품을 선보이며 디지털 헬스가 새로운 대세임을 공고히 했다.

최근 포브스(Forbes)는 2023년 헬스케어 산업 Top 5 키워드로 인공지능(AI), 텔레메디슨, 리테일 헬스케어, 웨어러블 의료기기, 그리고 개인화된 헬스케어를 꼽았는데, 모든 키워드가 디지털 헬스를 담고 있다.  전방위적인 산업의 디지털화, 산업 간의 융합, 그리고 신기술의 빠른 도입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므로 디지털 헬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CES 2023 디지털 헬스 기술 트렌드

디지털 헬스란 헬스케어에 ICT 기술이 융합된 건강 관리 기술을 총칭한다. 헬스케어 IT와 텔레메디슨 등 여러 하위 영역이 존재하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CES 2023은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의료 접근성을 높여주는 필수적인 변화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진료와 치료 그리고 건강관리 수요를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었는데, 디지털 헬스가 이에 대한 효율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데이에서 CES 주최 측은 커넥티비티, 디지털 치료, 정신 건강, 피트니스 테크와 결합한 모니터링 웨어러블 장비의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CES 현장에서는 AI 기반의 질병 진단 기술과 텔레메디슨 기술이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두뇌와 정신 건강에 집중하는 브레인 케어나 수면 케어 분야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텔레메디슨에서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일 수 있는 분야가 심리 상담 및 멘탈 케어 분야인 것이다.

또한, 생체 신호 모니터링, 통증 경감, 질병의 진단, 처방, 치료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기능의 웨어러블 기기, 커넥티드 디바이스 및 이식형 치료 기기 등이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그리고 의료 비용 절감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CES에서 선보인 제품 중 어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 헬스케어의 미래: 하이브리드 모델

이번 CES에서는 미국 헬스케어의 미래: 하이브리드 모델(The Future of Care in America: A New Hybrid Model Keynote)이라는 주제의 키노트가 진행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란 기존의 의료 서비스에 디지털 헬스가 결합한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이 패널 토론회에서 헬스케어 산업 전문가들은 이 하이브리드 모델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헬스케어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시킨 계기가 되었다. 팬데믹 중에 미국 텔레메디슨 규모가 1,700% 증가했고, 이미 개발됐으나 10년 이내에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었던 의료기기 및 기술이 단시간 내에 널리 퍼지고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한 전문가는 질병 치료보다 예방의학과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의 트렌드를 지적하며, 텔레메디슨이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엔 아직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지 않아 텔레메디슨 적용이 불가능한 지역이 일부 있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또한,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한데,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 영역에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디지털 헬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 헬스가 의료 접근성을 높여주어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기기기 시장과 한국

미국은 2010년 이후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에서 계속 1등 자리를 지켜온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국토가 넓어 의료사각지대가 많고, 의료비가 비싸 의료 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의료기기나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기엔 어려운 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국은 여전히 기술과 표준 그리고 제도를 선도하는 가장 영향력 큰 나라로 텔레메디슨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미국의 텔레메디슨 시장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17.5% 이상씩 성장하고 2027년에는 89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본격적인 텔레메디슨과 의약품 배송은 여전히 불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텔레메디슨 시스템 구축에 선행돼야 하는 생체신호 측정기나 현장진단 기기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텔레메디슨 시스템 개발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서의 사용 이력을 쌓지 못하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미국 현지에서 R&D와 생산을 해결하고 사용 이력을 쌓는 것이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서는 Select USA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투자를 원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중이다.

초기 단계를 넘어 성장기에 접어든 미국의 텔레메디슨 시장엔 현재 수많은 기업이 있다. 물론 그중엔 아직 수익화에 성공하지 못한 업체들도 많다. 통일된 기준, 주도 기업과 제품이 없는 지금이 모두에게 있어서 시장 선도를 위한 기반을 닦을 적기가 아닐까? 준비돼 있지 않은 기업에 기회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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