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갈라파고스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장석준/갈라파고스

수많은 책과 언설로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 세계관의 실상과 한계가 폭로됐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여전히 사회의 강력한 헤게모니다. 능력주의의 바깥은 가능할까?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은 논픽션과 픽션의 시선을 겹쳐 능력주의 세계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포착한다.

논픽션 파트의 저자 장석준은 근대사를 거치며 대두된 '지식 중간계급'에 주목해 능력주의의 기원과 한국이 능력주의의 최전선이 된 기원을 추적한다. ‘노동자 정체성’으로 민주사회의 토양을 일구었던 이들은 어떻게 능력주의의 가장 큰 신봉자이자 실패와 체념, 분노로 점철된 자녀 세대를 낳았을까? 자본가와 관리자가 되는 ‘지식 중간계급’의 상위계급이 아닌, 경쟁에서 줄곧 낙오하는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계급과 노동계급의 꿈과 세계관, 계급의식은 어떻게 능력주의와 연결되어 이를 단단히 지탱하는 것일까? '계급'에 주목한, K-능력주의의 새롭고 의미 있는 분석이 펼쳐진다.

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와이즈베리

수 년 전,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는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만 독자들에게 세대론이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 사실 책의 목적은 90년생이라는, 인류 최초로 목격된 희귀 종족의 습성을 관찰해 "쟤들은 이렇대"라고 설명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책을 쓴 작가 본인도 특정한 누군가만의 문화라는 분류 자체가 편견이라 말하고 있다. 세대를 다루고 있지만 세대를 가르기 위한 건 아니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방치된 채 점점 깊어지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의 골을 수면 위로 드러내려는 의도였다. ‘건강한 논의’가 책의 궁극적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갈등의 골은 한도 끝도 없이 깊어졌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싸움의 소재가 되었다. 사실 세대 갈등에 있어 서로 이해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해답이 없는 게 사실이다. BC1700년경 수메르 석판 한 귀퉁이에 "(자녀에게)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란 낯익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인류가 발전해온 지난 수천 년간 세대 갈등의 해법만큼은 찾아내지 못했다는 걸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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