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의료기기의 날 기념 특집기고

<strong>▲ 설 영 수<br>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br>법규위원회 <br>부위원장<br>(이루다 상무)</strong>
▲ 설 영 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이루다 상무)

의료기기가 고도화 되고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국민의 눈높이와 안전성에 관한 관심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 이전부터 준비돼 오고 있는 각종 안전성 강화를 위한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산업계 측면에서 보면 여러모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가장 먼저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의료기기의 추적성 강화를 위한 ‘UDI(표준코드, Unique Device Identification) 보고’이다. 제품의 추적성 강화를 통해 문제 발생 시 피해 범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등급 의료기기가 보고대상이며 2등급이 올해 7월부터 신고대상으로 준비 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전 세계 의료기기 유통 중에 일어나는 모든 제품의 이동이 매달 집계되며 단계별 추적성이 강화돼 문제가 발생 시 이에 대한 회수, 사용 현황이나 피해가 있다면 범위에 대한 집계가 가능하게 된다. 환자 보호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강력한 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시행을 앞두고 이견 조율에 있는 인체삽입 의료기기에 대한 ‘책임보험 의무가입제도’가 있다. 몇 해 전 인공관절에 대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제품 회수가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 제도가 환자 피해보상에 대한 제도가 없어 사회문제화된 후 환자의 보상권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다음으로 체외진단 의료기기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평가 제도’가 있다. 예전 의약품이나 공산품 등으로 산재돼 있던 관리제도가 일원화됐다. 일괄 인허가 등재를 해왔던 제품들이 체외진단법 시행 이후 제도화된 인허가 검토 과정을 거치며 안전성에 대해 입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산업 입장에서 보면 검토 자료가 기본적으로 새로운 허가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부담이 큰 제도 시행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갱신제도’가 있다. 갱신은 기존 제품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을 다시 평가하는 제도로 모든 제품이 대상으로 예정되어 있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시행에 대한 품목별 예정이 돼 있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강화되는 규정을 볼 때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안전성이 높아지는데 큰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새롭고 안전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인허가와 사후 관리 모두 강화되고 있지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 입장에서 고려돼야 하고 또한, 제도 이해를 위한 사안들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추적성 보고를 위한 재평가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식약처는 시행과정에서 시스템을 개선해 편의성을 높였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인력이 투여돼야 한다.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현행 시스템을 수입과 자동 연동하거나 보고 시 변이에 대한 반영 안이 개선됐으면 한다.

우선 부작용 발생 시 보상을 위한 책임보험 의무가입의 경우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업계가 갖는 부담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험의 속성상 위험이 크면 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행되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보상 금액이 높아지면 당해 업체의 보험료는 올라가게 되고 최악의 경우 역선택으로 인한 보험 가입 거부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사적 영역이 갖는 보험의 영역에 전면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순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 보험이나 보상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상됐으면 한다. 이미 제약에서도 운영 중인 의약품 부작용 제도가 준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기기가 갖는 시장의 한계성으로 인해 시장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상이나 지원에 대한 보험사의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다국적사들은 국내 보험사를 이용하기보다는 본사가 있는 나라의 보험사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 국내 시장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조형식의 보험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 공적 영역에서 보상을 운영하여 단순한 소멸성 사업으로서 보험보다는 일정 정도의 자본을 집적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국내 제조사를 위한 지원자금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고민될 수 있다. 공적 부조로 인해 국내 건강보험처럼 사보험 대비 보험료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보험은 특성상 보상의 기준이 명확하여 실재 피해자 관점에서 원하는 만큼의 피해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면이 있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고 증명 책임에 대한 보완이 없는 한 피해자 구제에 제한이 될 수 있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재평가의 경우를 보면 수입사와 제조사 그리고 회사의 규모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전면적인 허가 수준의 자료가 요구된다면 당연히 경제 논리에 의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것이다. 결국, 시장 점유가 높은 곳만 살아남고 작은 곳은 모두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이는 결국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기는 특성상 다품종 소량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환자마다 특성이 달라 획일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임상현장에서의 판단이 중요하다. 판매가 적은 제품이면 대부분이 희소, 희소질환과 연관된 제품이고 이를 대체할 수 없다면 부득이하게 제도권 밖의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갱신 제도의 경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심사인력을 고려해 행정상 수요공급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최근 높아진 사후관리 규정 등이 도입됨에 따라 기존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으로 인하여 민원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높아진 국제기준을 적용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지만, 실행 이후 결국 시험 기관 등의 준비 부족으로 해외에서 시험하는 경우가 생겨 많은 불편이 있었던 만큼 준비단계에서 모든 것을 다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 시행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히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사용에 대한 동기를 높일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 역시 새로운 제도 시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각종 간담회나 설명회 등에 적극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결국, 제도가 시행돼 필요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길이 있는 만큼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도별로 고려돼야 할 여러 요인이 반영되고 제도 운용에 대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의학신문 오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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