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nerView_최성민 한국로슈진단 병리진단사업부 마케팅 PM

디지털 병리는 전문의 간 의견 조율과 자문을 가능하도록 지원해 과다 치료나 치료 기회를 놓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누적된 병리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세포 수를 세거나 패턴을 감지하는 등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병리과 의사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향후 병리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br>
디지털 병리는 전문의 간 의견 조율과 자문을 가능하도록 지원해 과다 치료나 치료 기회를 놓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누적된 병리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세포 수를 세거나 패턴을 감지하는 등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병리과 의사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향후 병리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병리과(Pathology) 임상업무는 기본 검사 외에 면역조직화학·분자·유전체검사로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한 병리 진단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병리과 시스템은 염색된 조직 또는 세포 검체를 유리 슬라이드 위에 얹어서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판독하는 수작업 방식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병원 EMR(전자의무기록)에서 유일하게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아날로그섬'에 고립된 병리과는 젊은 의사들에게 가난하고 힘든 기피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상급종합병원조차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병원의 '나 홀로 병리의사' 등장은 오래됐다. 

이 때문에 대한병리학회와 병리과 의사들은 아날로그 업무를 개선해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병리' 도입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디지털 병리는 검체가 포함된 유리 슬라이드를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획득한 후 이를 진단·관리·분석·저장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를 구현해 병리과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병리 도입은 슬라이드 스캐너와 솔루션·서버 구축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병원의 비용 보전을 위한 수가가 없다 보니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로슈진단은 병리과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각 병원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제공해 '디지털 병리 진단 표준화'를 구현하는 환경 구축과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 병리에 대한 수가적용 등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근거창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성민 한국로슈진단 병리진단사업부 마케팅 PM은 "병리학회에서 권고안을 내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정했지만 아직까지 디지털 병리 수가가 신설되지 않았다. 학회 차원에서도 디지털 병리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여전히 물음표가 있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최성민 PM은 ‘진단의 마지막이자 치료의 시작’을 결정짓는 중요한 병리과 업무를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제시했다. 우선 기존 슬라이드 이미지를 디지털화하는 것 자체가 환자 입장에서 슬라이드가 바뀌거나 분실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슬라이드 오류로 암이 없는 사람에게 암 수술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병원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병리 슬라이드가 물리적으로 이동·보관되는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오류와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디지털 병리 솔루션은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방대한 병리 데이터와 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활용해 진단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특히 딥러닝 알고리즘과 AI를 접목한 진단과 치료 근간은 디지털 병리 이미지에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병리 AI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소스(Source)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 구축이 선행돼야 하고, 이는 국가적인 데이터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병원의 디지털 병리 도입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됐지만 극히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저변 확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도입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성민 PM은 "병리과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 시작을 결정하는 중심에 있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많고 예전부터 수가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병리과의 중요한 역할에 비해 수가 자체가 적다 보니 수익적인 측면을고려해야 하는 병원에서도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병원들은 디지털 병리 워크플로우 구축 시 슬라이드 스캐너와 소프트웨어만 도입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존 병리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에는 서버 증축이 매년 진행돼야 하는데 그에 따른 비용부담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령 영상의학과는 2~3MB를 차지하는 2~3장의 흑백영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한 반면 병리과의 경우 1~2GB를 차지하는 슬라이드 컬러이미지가 많게는 20장까지도 필요해 서버 구축·증축에 대한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병리 진단이 국내 병원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거나 모니터 판독에 대한 가산 수가를 적용하는 등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로슈진단, 디지털 병리 진단 표준화 앞장 
병원의 디지털 병리 도입 목적은 △디지털 슬라이드 저장 △알고리즘 행태계측검사를 통한 수익 창출 △병리과 의사 간 진단 공유 및 자문 △수술중 개복 환자 수술범위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동결절편검사(Frozen section) 수행 △연구를 위한 데이터 축적 등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한국로슈진단 디지털 병리 솔루션 'VENTANA DP200'은 디지털 슬라이드 '스캐너', 병리 진단 플랫폼 'uPath', 이미지 분석 ‘알고리즘’으로 구성된다.

최성민 PM은 "VENTANA DP200은 각각의 병원 사용 목적에 맞는 시스템 구성과 서버 구축이 가능하다. 가령 연구 목적의 디지털 병리 도입이 필요하다면 하드웨어인 스캐너만, 이미지 분석 솔루션인 알고리즘까지 사용을 원한다면 스캐너·uPath·알고리즘을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한다"며 "병리과 의료진이나 검사실에서 원하는 목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도입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최성민 PM은 "한국로슈진단은 10년 전부터 병리 검사 표준화에 힘써왔다. 이를 통해 동반진단과 맞춤치료의 표본을 만들었고, 더 나아가 병리 진단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며 "특히 면역조직화학검사와 바이오마커 분석기술력을 토대로 디지털 병리 분석 알고리즘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판독은 의사가 광학현미경을 통해 염색된 슬라이드를 눈으로 보고 비율 등을 계산해 결과를 내는 과정이었지만 해당 알고리즘이 출시되면 이를 진단 보조도구로 활용해 최종 확진과 환자에 대한 치료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병리 도입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국내와 달리 미국, 유럽, 일본은 보험수가를 적용하거나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유리 슬라이드 대신 디지털 슬라이드를 병리과 업무에 적용하는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진료의 질은 디지털 병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국가 차원의 디지털 병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보험수가에 디지털 병리 항목을 신설하면서 전국적으로 디지털 병리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밖에 유럽과 북미에서는 병리과 전문의가 디지털 병리를 자문(Second opinion)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성민 마케팅 PM은 "디지털 병리가 활성화되면 병리과 의료진은 물론 환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병원의 디지털 병리 도입 환경이 구축되고 보험수가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석 라포르시안 취재부장

*The InnerView는 'Inner'(내밀한, 내면의)와 'View'(관점, 세심히 살펴보다)의 합성어로 의료기기업계, 학계, 병원, 정부기관 등 각계각층 다양한 관계자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 혁신 생태계 조성과 산업 발전을 모색하고자 기획됐습니다. The InnerView는 의료전문지 라포르시안 정희석 취재부장이 진행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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