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RF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제정 의미와 전망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AI 용어, 같은 단어 다른 의미 '정의'하고 '변경관리' 공통기준 정해"
IMDRF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제정 의미와 전망

▲박 현 배<br>IMDRF AIMD WG <br>국내운영추진단 부팀장<br>뷰노 QA Part leader<br>
▲박 현 배
IMDRF AIMD WG
국내운영추진단 부팀장
뷰노 QA Part leader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식약처가 주도로 개발한 국제 공통 가이드라인(안)이 승인된 지난 9월 2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전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의 가이드라인을 주도적으로 만들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인데 승인까지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 출범 후 6년 뒤인 2017년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2020년 한국 제안으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Artificial Intelligence Medical Devices Working group) 신설과 함께 2021년 의장국으로 선임됐다.

현재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에서 운용하고 있는 실무그룹은 총 8개로 국제공통허가심사서류(Regulated Product Submission), 개인맞춤형의료기기(Personalized Medical Devices), 체외진단의료기기 분류 원칙(Principles of In Vitro Diagnostic Medical Devices Classification), 우수심사기준(Good Regulatory Review Practices), 이상사례용어(Adverse Event Terminology), 의료기기 사이버보안(Medical Device Cybersecurity Guide), 의료기기임상평가(Medical Device Clinical Evaluation)와 인공지능 의료기기(Artificial Intelligence Medical Devices)이며, 식약처는 이중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의 의장을 맡아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작업을 주도했다.

2020년 6월부터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의 미러(mirror)그룹으로 국내 운영추진단을 구성해 산업계, 학계, 식약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어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 논의를 위한 초석을 제공했다.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은 규제 당국자(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싱가포르, 한국, 영국, 미국)와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진단 영상∙건강관리 IT∙방사선 치료 무역 협회(DITTA), 세계의료기술연합(GMTA)에서 참여한 약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뷰노는 세계의료기술연합(GMTA)소속으로 산업계를 대변해 실무그룹에 참여했다. 열여덟 차례 이상의 회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안을 만든 끝에 2021년 8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 운영위원회(Management Committee)에 가이드라인(안)을 제출했고 2021년 9월에 승인을 받았다.

현재 가이드라인(안)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집된 의견에 대해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의 추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추가 검토가 마무리되면 2022년 3월에 최종 발간될 예정이다.

위와 같이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해 마련된 인공지능(AI) 국제 공통 가이드라인(안)은 각국의 규제 당국자와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국제 규제 조화의 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기술을 이용한 의료기기 개발이 급증해 해당 기술의 규제적용 범위와 규정적 용어(terminology) 등에 대한 국제조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필요한 핵심 용어들을 정의하고,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특성 중 가장 규제 당국자가 염려하는 변경관리에서의 주요 이슈를 정리함으로써 공통 규제의 기반을 제시했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창출하려 노력을 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해외 시장 진출은 곧 개별 국가의 규제 허들을 넘어야 하지만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내 규제 당국자들과 달리 국가별 규제 당국자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는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적용 범위나 방법, 용어가 국제조화 되지 않는 현 상황은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에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된다. 많은 노력을 들여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 시 개별 국가의 규제를 넘지 못해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특히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기존 의료기기에서 통용되던 용어들과 많은 차이가 있으며 이로 인한 혼선으로 식약처와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들 사이에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로 관련 기업들이 개발 및 인허가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실무그룹 논의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용어의 혼동이 빈번했던 예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Validation이었다. 의료기기의 설계관리에서는 객관적인 증거의 검사 및 제공의 확인을 의미하는 데 반해, 기계학습 분야에서는 data curation 또는 model tuning의 의미로 사용됐고 기술문서 및 설계 및 개발 파일에 의미가 혼재된 채 사용돼 많은 혼선을 주고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이 해당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각각의 정의를 전달함으로써 규제 당국자와 인공지능 의료기기 기업 양측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규제 당국자들이 가장 염려했던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변경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의견 합의를 이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변경에 대한 규제적 방향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변경에 대한 실제 예시를 통해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개별 규제 당국자들이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변경에 대해 참조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의 핵심 목표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관리에 필요한 글로벌 국제조화에 있다. 독립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Medical Device)가 2013년 용어의 정의로 시작해 위험관리, 품질경영시스템, 임상평가 등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발간해 국제조화를 이뤘던 예가 있다. 인공지능 의료기기 실무그룹도 그 특성에 따라 변경관리, 제조단계 고려사항 등 추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타 국가보다 빠르게 인공지능 의료기기 규제환경을 조성했던 식약처와 그에 맞춰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던 국내 경험을 실무그룹에 전파해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의 국제조화를 이루는 것이 향후 목표이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전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당국과 산업계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더해 금번의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과 같은 국제 규제 조화 활동이 미래 한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퍼즐 완성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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