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테일러 / 출판사 이학사

불안한 현대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만성적 두통에 시달리거나 세상의 온 시름을 다 갖고 살아가며 정신적일 뿐 아니라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쉽게 보게 된다.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지만, 현대인들이 갖는 만성적 질환의 일부로 치부한다.

불안이 가지는 심리적 불안정성의 원인은 생존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수렵시대 인간보다 강한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고자 지대가 높은 곳을 선택하거나 동굴에 살며 집단생활을 통한 공동생활 전략 역시 인간의 생존력을 연장했다. 현대 인간이 가지는 진보의 상징과 자랑인 문명과 문물을 보며 우리는 수렵 채취 시절 물리적인 생존 위협으로 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또 다른 불안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데 그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세계적 철학자가 다루려는 우리의 불안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를 잊고 살아가며 삶의 의미에 대한 상실이며 두 번째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한껏 높아진 도구로 사용되는 이성 속에 소멸하는 삶의 목표들, 그리고 세 번째는 어떤 방식으로던 결정해야 했던 선조들과 달리 나의 본래 자유 의지인 자유와 자결권의 상실이다.

결론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모든 불안의 원인은 우리가 그렇게 신봉하는 개인주의로부터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대 인간이 과거의 가치를 부정하며 탈주술화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던 모든 가치를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주의로 돌려버렸다. 

이 과정에서 이성은 최고의 판단 도구로 사용됐고 이성이 갖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합리적 판단을 내가 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문가집단) 의존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세상은 분화돼 많은 전문가가 존재한다. 그들은 특정 분야에 대해 나보다 많은 경험이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결정권을 유보한채 남에게 의지하며 위안을 삼으려 한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느슨해 보이는 사회구조는 연대라는 공동의 가치를 버리고 개인주의에 기반한 판단을 최상의 가치로 인정하다 보니 나의 삶을 결정하는 문제에 대해 조차 정치가라고 하는 전문가에 일임하고 그들의 결정에 무관심해져버리게 되는 것은 실증적으로 나라마다 낮은 투표율이 증명해 준다. 현대에 와서 이제는 신성한 절대 가치란 존재하지 않으며 상대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자유가 극대화되는 순간까지 사회적 체계가 개인의 가치와 행동에 대해 개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결국, 현대사회가 가지는 불안의 근본은 내가 가지는 개인주의적 가치의 비중이 높아갈수록 불안 역시 높아질 것이며 동시에 공동이 가져야 하는 준칙에 대해 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이런 가치를 갖게 되는데 일조한 근대의 두 철학자는 데카르트와 존로크다.  데카르트는 각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자립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이를 해방된 합리성의 개인주의라 정의했다. 존 로크는 이런 행동을 하기 위해 자기 진실성의 윤리는 사회에 대한 의무보다 존재로서의 개인과 각자가 갖는 의지에 더욱 높은 지위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작자가 주장하는 불안의 원인은 절대 가치가 느슨해져 주관적인 상대주의로 대치된 사회에서 개인이 사회 속에 더불어 살아가게 될 때 갖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결론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이성이 도구화될 때 우리가 갖는 한계로 인해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상실하며 스스로 선택의 자유를 제약받게 된다. 공동의 생존이 자본의 효율성으로 대체되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와 공동체를 위한 자기 희생이 인정받지 못하지만 개인주의가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에서 불안을 느끼는 인간이 갖는 한 가지 희망적 질문이 존재한다. 그것은 인정받으려고 하는 본능이다. 인정을 받는 데 필요한 것은 모든 이들이 갖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다.

과거 명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려는 정당성이었지만, 현대에 와서 명예 훈장을 받거나 특정 기여를 한 대상에게 특권을 부여한다면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 하는 공동의 가치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자기 정체성이란 개념을 길게 설명한다. 정체성이란 개인이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며 남자와 여자 간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려는 것 역시 우리가 갖는 개인주의적 가치를 뛰어넘는 공동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그 공동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담론의 형성에 우리의 기여가 필요하다.  단지 공공선이란 이유로 개인주의가 침해된다는 것은 이제는 사회적 동의를 받기 어려우며 서로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기 위해 헌신의 대상이 될 상위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저자 찰스 테일러는 2015년 제정된 "집 없는 억만장자"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이  철학자를 위해 만든 상금 백만달라의 철학자를 위한 노벨상이라는 베르그루엔 철학상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캐나다 명문 맥길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며 1991년 라디오 방송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 "불안한 사회"다.

번역은 서울대 철학과의 송영배교수님이 했고 2021년 5월 ㈜이학사에서 2판을 발행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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