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개수 아닌 '삶의 질 향상' 고려한 '인공와우' 급여비 개정 필요

'듣기'는 타인의 말을 올바르게 알아듣고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말하기, 쓰기, 읽기보다도 먼저 이뤄진다. 난청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장애다.

신생아 발음·언어발달 좌우하는 청각

신생아의 청력은 생후 수일 내에 예민해진다고 한다. 4~6개월이 되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아챌 수 있으며, 낯익은 목소리를 구별할 줄 알고 음악을 들으면 좋아한다. 청각은 아기와 가족간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발음과 언어 발달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생아 1000명 중 2명은 청각에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청각장애는 언어 발달에 지장을 주고 또래보다 낮은 학업성취도를 야기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사회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외부 환경과 단절·고립을 초래해 소외·우울감 등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선천성 난청은 조기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언어 습관이 주로 6개월 이후 발달하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 이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정상에 가까운 언어발달이 가능하다. 또 늦어도 3세 이전에 수술을 받고 재활이 잘 이루어진다면 일반 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치료 타이밍을 놓치면 청각재활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이미 언어청각에 대한 뇌발달이 완성돼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이루기는 어렵게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를 통해 선천성 난청의 조기발견을 돕고 있다. 이때, 청신경이 살아있다면 ‘인공와우이식술’을 통해 소리를 찾을 수 있다. 수술은 가능한 빠를수록 좋다.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 손상된 청각세포의 기능을 대신해 난청인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첨단 의료기기다. 다만 높은 비용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 또 수술 이후에도 최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기기를 조율하는 맵핑(mapping)과 3~5년간 꾸준한 언어 재활치료가 후속돼야 한다.

인공와우를 착용한 어린이의 모습

10세 미만, 난청 1인당 진료비 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 발표한 '최근 10년간 난청 진료 경향'에 따르면 난청 1인당 진료비용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10세 미만으로 2018년 기준 1인당 진료비용은 584,791원이었다. 2018년 기준 다른 연령대의 1인당 진료비용이 90,980원~196,940원인 것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많았다. 원인은 '인공와우이식술'. 10세 미만 난청 환자는 전체 환자 수의 5%도 채되지 않으나 진료행위 중 수가가 높은 편에 속하는 ‘인공와우이식술’이 어느 연령대보다도 가장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8년 선천성 난청 장애 아동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 인공와우수술의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했다. 19세 미만의 인공와우 기기비용에 대해 80%를 지원한다. 또 내·외부장치를 2세트까지 요양급여하며 분실 또는 파손 시 외부장치 2개까지 추가 요양급여한다. 급여개수를 초과한 경우 선별급여 기준에 따라 본인부담금 80% 지불해야 한다.

인공와우 의료기기 한쪽 가격(내부 임플란트 및 외부 어음처리기)은 약 2000만원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도 양쪽 기깃값에 수술비용까지 300~500만원은 부담해야 한다. 이후 이어질 재활치료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이에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이에 “심·고도 난청의 재활에 필수적인 장비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한쪽 인공와우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쪽 귀로 듣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소리가 양쪽 귀로 들어와야 소리의 방향성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 차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지 알아야 예기치 못한 사고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소음과 말소리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대화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양이 듣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해외 논문에서도 언급된 바가 있다.

인공와우 기기, 왼쪽부터 내부 임플란트, 어음처리기 일체형, 어음처리기 귀걸이형

성인 난청, 치매 위험 5배 높여

무엇보다 성인 난청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고심도의 난청의 경우 치매 위험을 5배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청각이 퇴화될 시 사회로부터 고립이 되며 우울증, 무기력, 결국 치매율도 같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총 치매 관리비용은 2020년 이후 10년마다 평균 1.3배씩 증가하여 2050년에는 국내 실질 GDP 대비 1.5%를 차지하는 43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치매 1순위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성인 난청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때다. 참고로 현재 미국, 일본, 독일, 호주, 캐나다, 홍콩 등 선진국에서는 나이를 불문한 양이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성인에게도 양이 인공와우 이식에 대해 요양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그 외 중국, 영국의 경우에는 케이스에 따라 유동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 체계가 상당히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돼 있다.

성인 난청 소리 방향성 구분 위해 양이 지원돼야

어음처리기 교체의 경우 수술한 뒤 첫 착용 외부장치 제외하고 일생에 단 1번만 요양 급여가 가능하다. 인공와우의 외부장치(어음처리기)는 쉽게 말해, 전자 기기와도 비슷하여 오랜 세월 사용하다 보면 마치 귀가 점점 안 들리는 것처럼 성능이 초기보다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어음처리기는 진화하는 IT 기술과 생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속 발전해 왔고, 사용자들은 이 향상된 어음처리기로 교체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실직, 난청으로 인한 정서적 질환 등 각종 사회적 예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또한 해외 많은 선진국에서는 평균 5년을 주기로 어음처리기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공공의료보험제도(Medicare)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합리적인 예상 사용 기간·수명(Theexpected reasonable useful life)을5년으로 규정하고, 그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18세 미만 기준이라 사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네덜란드, 캐나다, 벨기에는 3년마다, 프랑스·독일·영국·호주·싱가폴은 5년마다 한번씩, 스페인은 7년마다 기기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2005년 인공와우의 급여기준이 등재된 이후, 최근 2018년 개정을 통해 발전은 있었지만, 주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공와우 적응증이 제한적이고, 재활 및 후속 치료들을 생각했을 때 여전히 개인 부담금이 높다.

또, 19세 이상 성인의 경우 나머지 한쪽 수술은 온전히 개인이 떠안아야 하며, 일생에 한 번밖에 외부장치(어음처리기)를 교체할 수 없다. 단순히 나이 또는 개수에 근거하기보단,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측면에 근거해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장애이기에, 보다 단단한 사회적 보장이 갖춰져서 장애로 발생되는 큰 비용을 온전히 개인에게 부담시키지 않도록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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