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영 지음/ 출판사 이매진

능력주의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정치권에서 한때 시험으로 당직자를 선발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이때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근거가 “능력주의”로 능력이란 지능+노력을 의미한다.

능력주의가 가지는 현재의 가치는 매우 명확하다. 거의 모든 선발 시험에서 정해진 과목의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며 이러한 선발의 배경에는 능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공정하다는 가치를 포함한다. 

저자의 소설에 의하면 미래는 지능에 따라 직업이 정해지고 사회적 계층이 형성된다. 노동자와 귀족이 경쟁하던 시기 능력에 따른 평가는 오히려 평등주의가 번성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능력 있지만, 신분이 낮은 계층과 능력은 없지만, 신분제로 고위직을 얻은 이들은 서로에 대하여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사회는 재편되기 시작한다. 새로운 계층인 부를 가진 자는 상류의 문화와 좋은 대학, 값비싼 교육으로 변호사, 회계사, 의사의 훈련을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사회 계급을 형성한다. 

과거 산업혁명 이전에는 부와 신분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었으며 일반 노동자의 급여로는 상류의 교육 비용을 충당할 수가 없었다. 이때 나온 주장 중의 하나가 지능이 우수한 인자들만을 결합하여 유전적 개량을 통한 사회 발전을 계획하기도 했는데 영국 우생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사회가 갖는 계층에 따른 불평등은 심화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소설에서는 오히려 불만이 적어진다고 설명하며 실례로 영국 군조직의 예를 든다. 비록 지능이 낮지만, 체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 공병대로 모아 단순노동을 시킨다.

이럴 때 공병대는 같은 계층에서 자기를 비교하다 보니 우월에 따른 자존감이 높아진다. 사회적 계층이 갖는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본인이 속한 생활권에서의 비교를 하다 보니 만족감은 오히려 커지고 사회에 적응력 또한 커진다.

하지만 문제는 지능은 낮지만 뛰어난 체력을 가진 계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부류에 대한 처리가 문제가 된다 이런 이유로 클로슨 위원회가 조사하여 1988년 펴낸 보고서는 성인 30%는 통상적 고용에 부적합하여 가사노동 같은 단순노동을 제안하게 되고 많은 이들은 가사도우미단으로 등록한다. 

이들은 새로운 직종인 가내 하인으로서 자신들의 삶이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한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40년 넘게 남성실업은 여성실업을 상회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가 분류되기 시작하고 작업장에서의 능력에 따라 직급이 부여되기 시작한다. 이들을 관리하거나 작업을 계획하는 자들은 우수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며 최소한 영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교육 기관이 세분돼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튼이나 캠브리지 등이 귀족자제들의 양성기관으로 역할을 하였고 당시 공립학교의 개념은 매우 약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개혁에 따라 공교육이 활성화됨에 따라 능력에 대한 평가가 신분이나 연공서열을 뛰어넘게 되고 지금의 능력주의가 정착된다. 

그렇다면 능력주의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나은 제도일까 라는 질문에 마이클 영은 다른 대답을 한다. 그 자신조차 사회운동가로서 평등주의를 주장했던 사회학자로서 평생을 지역사회운동과 개방대학, 평생 교육대학을 조직화하고 운영한 삶을 보더라도 우리가 가진 능력의 평가방법과 그로 인한 새로운 사회 계층화는 결국 이전의 역사가 일깨워준 사회불안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번역자는 책의 뒷부분에 능력주의로 인한 계층의 갈등은 무한경쟁이라는 사회구조로 만들고 결국 승자독식이 되는 구조로 인한 부작용이 모두가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며 소수의 승자란 결국 부와 연결된 능력의 세습이 일상화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 했다. 

소위 엘리트 교육을 받기 위한 조건은 이미 불공정하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진학자에 대한 가계소득을 비교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고 소위 일류대학에 가기 위한 평균 교육비는 일반 중산층이 감당하기는 벅차다. 

이런 현상은 미국은 더하다. 상위 1%가 들어간다는 스탠퍼드대학의 학생 1인당 투자비는 하위대학의 투자비에 비하여 10배에 달하고 아이비를 비롯한 유명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교육비는 상속이라고 할 만큼 계층별 차이가 분명하다. 

미국 증권가의 최고위경영자와 일반 사원의 급여는 천 배를 넘게 되고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상위와 하위의 급여차는 이미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다. 능력주의가 역사 속에서 사라진 신분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사회 인식이 이미 1950년에 확립되고 능력에 대한 공정함은 기회에 대한 공정함과 공존해야 하기에 공공교육에 대한 확충과 엘리트 교육 기관에 대한 문호 확대 그리고 평생 교육에 대한 제도화와 더불어 엘리트의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의 편중을 막아 1%만을 위한 금융자본주의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 마이클 영은 1915년 태어나서 2002년 사망했다. 그는 능력주의라는 말을 최초로 만들었으며 평생 평등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했다. 역자는 유강은님으로 국제문제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4월 이매진에서 책을 펴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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