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 출판사 세종서적

 엘리트 세습

시험을 통하여 자격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그 과정에 대한 공정함을 모두가 인정한다. 사법시험, 의사자격시험, 행정고시, 경찰 시험 등을 통과한 경우다. 심지어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서열화하여 입학하는 수학능력시험 방식 또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예일대 법학대학원의 교수로서 입학생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현상은 미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거의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법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시험의 상위 1%에 들어야 하고, 소위 명문대학 출신들 중심으로 합격자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명문대학의 입학과정은 더는 공정한 방식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라는 SAT에서 연소득 2만 달러안 가정의 학생과 연소득 20만 달러인 가정의 학생을 비교하니 약 388점의 차이가 났다. 부모가 대학을 졸업한 학생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가정의 학생을 비교하면 395점의 차이가 났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상위 20% 사립고등학교는 평균 졸업생의 30%를 스탠퍼드나 아이비리그에 보낸다. 졸업생의 66퍼센트 이상이 상위 25개 대학에 입학한다. 이처럼 부모의 소득이 소위 엘리트대학의 입학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대학 입학의 불평등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학별 학생에게 투자하는 비용조차 소위 명문대와 중위권대학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기부금 등은 규모조차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로 이미 대학 교육에서도 질적인 차이를 보여 준다. 스탠퍼드와 같은 최고의 대학들은 학생당 소요되는 금액이 평균 9만 2천 달러인 반면에 가장 낮은 대학은 1만2천 달러로 이는 1950년에 비교하여 격차가 5배나 증가한 결과다. 스탠퍼드 대학이 위치한 미국의 팔로알토의 경우 부모는 유치원에 1만에서 1만5천 달러, 초등학교에서 2만에서 2만 5천달러,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해마다 5만에서 6만 달러를 교육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시대에 세습은 토지나 공장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교육으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교육비의 차이가 명문대학의 입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과연 현재의 교육제도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가계소득의 12%를 교육비로 사용하며 소위 일류 대학의 의대와 법대에 진학하는 비율을 보면 소득 상위 1%의 입학 비율이 미국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모든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입학 서류에 대한 품앗이나 위조 논란을 보며 입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제출 서류만이 아니라 유치원 시절부터의 투자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아직 많은 국민들은 부의 불평등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한다.

능력주의는 기회의 편중을 의미한다. 개인이 갖는 실재 능력보다는 학력과 경력이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할 것이며 이대로라면 우리는 중세시대 귀족주의 종말 이후 새로운 엘리트계급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다르다면 과거의 상위계급은 노동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상류층은 연간 2400시간 이상의 노동과 분 초를 쪼개가며 일에 집중해야 하고 그에 따른 대가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하면 몇백 배에서 몇천 배의 수익으로 가져가게 된다.

분명한 건 미국에서 기회상승의 사다리는 유럽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빈곤의 세습이 일상화되고 있다라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사회가 경직될수록 불안해진다는 경험을 했다. 공정은 환상이 아닌 누구나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능력주의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소위 엘리트대학이 그 문호를 좀더 개방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립대학의 학점 공유와 함께 공동학위 수여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둘째는 현재의 직업에 대한 직무 영역을 넓혀야 한다. 의사가 가지는 영역을 교육받은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고, 변호사의 영역을 행정사와 법무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 범위에 따른 제한을 풀어야 하고 직장은 숙련도가 높은 직원이 중간 관리자로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엘리트대학의 입학 기준을 변경하고 공공보조금을 통한 입학정원을 넓혀야 한다..

새로운 계급사회의 출현이 기회의 공평을 제한하고 소득 상위 1%의 자녀가 교육을 통하여 또다시 소득을 독점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

다니엘 마코비치는 예일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로 예일대 사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2020년 10월 세종서적에서 출간하고 서정아님이 번역을 맡았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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