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설립자 아들 의료기 납품사, 성심병원서 1269억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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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종합병원이 의료기기를 살 때 이용하는 중간 납품업체 중 상당수는 병원재단 이사장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국에 여러 개의 종합병원을 갖고 있는 성심병원재단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간납사’(간접납품사)는 1996년 세상을 떠난 윤덕선 재단 이사장(설립자)의 둘째 아들 윤대인씨가 운영하는 ㅅ사다.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서를 보면, 전국 성심병원에 배타적인 의료기기 납품권을 가진 ㅅ사의 지난해 매출 1629억1천만원 중 성심병원 매출은 1269억1천만원(77.9%)에 이른다. 매출의 대부분이 특수관계인(가족) 매출이다. 한겨레는 ‘ㅅ사는 지난해 모두 30억원을 배당했는데, 주식 지분의 72% 가진 대인씨가 21억6천만원을 배당받았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제출한 자료와 전자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도 함께 보도했다. 이를 살펴보면, 국내 300병상 이상 민간 종합병원 68곳 중 25곳 병원(36.8%)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업체가 병원재단 소유주, 소유주의 자녀 등 가족이 운영하는 간납사로 파악됐다. 간납사는 의료기기 판매자가 병원에 납품할 때, 일정 금액을 수수료 형식으로 받아 챙기는 회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의원(더불어민주당)

구매대행 역할을 하는 간납사는 병원과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어, 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려는 제조업체 등 상공인들은 종합병원 납품을 위해 간납사와 불리한 조건의 계약도 감수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간납사를 통해 병원에 납품하면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69곳 종합병원 중 16곳이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간납사마다 수수료율이 9∼21%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기사에서 한 의료기기 납품업체 관계자는 “어음과 담보도 없이 대금 미지급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금융비용을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가 감당하는 것과 동일한 상품에 대해 수수료율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시장실패”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고 의원은 “대형병원 재단과 특수관계인 간납사가 중간에 착복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건강보험료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정부 당국이 간납사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병원 관계자와 특수관계인이 의약품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약사법을 정비했던 것처럼 의료기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는 산업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번 보도가 의료기기 유통구조 선진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이달 12일까지 ‘의료기기 유통구조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기초자료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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