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32회

● 대중문화 속의 의료기기 이야기 - 32회 

대한민국의 강심장 양궁 선수를 돕는 심박수 측정기

▲ 임 수 섭
LSM 인증 교육원 대표
의료기기 법정 품질책임자
RA 자격증 교육 강사

"10점!"

첫 번째 화살부터 10점을 획득한걸 목도한 관중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오로지 과녁에 시선을 고정한 '양산'. 그녀가 두 번째 화살을 메겼다. 이번에는 과녁 정렬을 2초 만에 끝낸 그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 이전에 기억했던 몸의 상태에 지금 몸의 각도와 방향 그리고 근육의 긴장감을 반영해서 최종적으로 취해야 할 몸의 위치를 보정시켰다. 시위를 놓기 직전,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화살 끝은 변동 없이 여전히 엑스텐을 가리키고 있었다. 퉁-! 파악-!! 팍-!!! 다시 10점! 연이어 나온 고득점에 같은 편의 탄성과 상대편의 탄식이 뒤섞였다. 이런 압도적인 결과에도 그녀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번에도 10점이 나와야해….'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서 꼭 필요했다.

'난 양산이야. 두려움 따위는 없어!' 복잡한 머릿속과 달리, 부드러운 동작으로 길게 드로잉(활 당기기) 했다가 마감 1초 전에 릴리스하는 루틴은 똑같았다. 물 흐르듯 유려하고 고요했다. 그녀의 손에서 화살이 나갔다. 팍-!! "10점!!" 3번째 화살도 골드를 꿰뚫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했다. 마침내 잔잔한 호수같이 고요했던 '양산'의 그림 같은 입매에 희미한 곡선이 그려졌다. '내가 이겼어….' 그녀가 4번째 활을 활시위에 얹지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이 놀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양산'의 오뚝한 코끝에 시원한 느낌이 오히려 불쾌함으로 다가온 것은….

'바람?!' 짧은 머리칼이 휘날릴 정도로 급격한 바람이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몸에 각인시킨 각도, 방향, 몸에 걸리는 부하뿐만 아니라, 동작루틴까지 다 바꿔야 했다.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했지만, 그녀는 얼른 변화된 상황에 집중했다. 변수는 바람뿐이었으나, 그 하나가 너무 강했다. 그녀의 체감상 바람은 최소 2.0m/s이상. 이 정도면 최정상급 올림픽 선수에게도 부담스러운 바람이었다.

팍-! 7점.
'양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이번 올림픽 시합에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점수였다. 반면 상대는 8점. 아직 차이가 있지만, 이런 추세로간다면 역전이 안 된다고 보장할 수없었다.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안 그래도 어처구니없는 루머에 휩쓸린 상황에서 금메달까지 따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무자비한 악플러의 독설에 쉬운 먹잇감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바람 따위….', '양산'이 활시위를 놓았다. '뚫어버리면 그만이야!' 그녀의 하얗고 가녀리지만, 탄력이 느껴지는 팔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 팍-!! 10점!! 바람이 불고 단 2번 만에 다시 10점을 되찾았다. 이후 나머지 화살도 9~10점이 연이어 나왔다.반면, 상대 선수는 9점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예전의 단순 점수 합계 방식이라면 이미 아득한 점수 차로 이기고도 남았으나, 현재의 시합규정은 세트 방식. 매 3발 점수에 따라 승점 2점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즉, 이전의 세트에서 아무리 10점을 많이 쏘아도, 지금의 세트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세계양궁협회가 몇 차례나 바꿔가며 만든 규정인 만큼, 효과는 있었다. 그 덕분에 상대편 선수는전체 점수로는 '양산'보다 훨씬 적었으나, 간발의 차로 2번의 세트를 따냄으로써 '양산'과 2:2 동점을 이루었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5세트. '양산'이 스트레이트로 10점을 뚫었으나, 상대편 역시 절박함의 크기만큼 연속 10점을 획득하며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왔다. 강심장인 '양산'조차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

110bpm, 120bpm, 130bpm….심장박동이 다시 요동쳤다. 이 상태로 격발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게다가 바람이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그러자 ‘양산’은 양궁협회에서 지원한 심박수 측정기로 측정한 심박수 데이터를 활용해, 결정적인 순간에도 심박수를 유지할 수 있는 심리훈련을 떠올렸다. 150bpm,140bpm, 130bpm, 120bpm…. 원격으로 분간 또는 일정 기간의 평균심박수를 표시하는 '유헬스케어 심박수계(A90090.01, 2등급)'로 획득한 심박수를 '심박수분석소프트웨어(E01080.01, 2등급)'를 통해 해당데이터의 진단, 분석, 시뮬레이션하는 올림픽 특별 훈련을 통해 심박수와 이와 연계된 심리 상태를 이미 조정할 수 있게 된 '양산'. 그녀의 심박수가 이제 110bpm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라면 휴식할 때 심박수나 다름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대편의 심박수는 168bpm까지 치솟았다. '쫄지 말고 대충 쏴.' 속으로 되뇌며 '양산'이 마지막 슛오프를 날렸다. 팍-!!! “10점-?! 와아-!!!” 시합장 안이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고, 이어 발사된 상대편의 화살이 맥없이 8점에 꽂혔다. 함성이 더 커졌다. ‘양산’의 승리, 여자 개인전 금메달에,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수상자가 됐다. 시상식이 끝나고 인터
뷰가 쇄도했다.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심박수가 평온할 수 있었지요?" 기자의 질문에 ‘양산’이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혈액 속에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머금을 때와 산소가 빠졌을 때의 광학적인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이 원리를 이용해서 혈관이 있는 피부에 적외선 혹은 빨간색 LED를 주기적으로 쏘고 이것의 반사 정도의 차이를 이용함으로써 심박수를 계산해 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현재 심박수가 정상인지 확인가능하고, 만약 일정 심박수를 초과하면 알람이 발생하게 되고요. 이 때 심박수 측정기는 심박수, 심박수 범위 및 QRS 검출 범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러한 심박수 측정기를 사용해서 연습했기 때문에 심박수를 안정화하고 심리를 제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똑 부러지면서도 정갈한 답변에 장내에 감탄이 터져나 왔다. "만약 심박수 측정기가 정확하지 않으면 어떡하지요?", "그럴 리가요?" 기자의 돌발질문에 그녀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 심박수 측정기는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이니까요. 식약처 의료기기 승인이 얼마나 엄격한지는 잘 아시잖아요.", "너무 까다로워도 국민 생업이나 산업 발전에 지장을 주지 않나요?" 시나브로 대화의 주제가 딴 곳으로 가버렸지만, 나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양산'은 준비되어 있었다. "질병의 진단,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심박수 측정기를 의료기기로 승인받을 필요는 없어요. 일상 속에서 운동, 레저 등 개인건강관리만을 사용목적으로하는 제품은 웰니스 공산품 기기로 승인받으면 되거든요. 심박수는 그게 가능해요.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야 하거든요. 그럼…." MZ 세대답게 당차게 답을 끝낸 '양산'이 하얗게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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