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정우 / 출판사 문학동네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역사 속에 세금은 항상 약자의 몫이었다. 노예제 시대에 노동의 대가는 당연 노예주가 모두 가져갔고, 봉건시대에는 사제, 귀족, 농민, 왕 중 납세의 의무를 지는 계층은 항상 농민 계층이었다.

경제학에서 평등은 두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는 것과 투자의 위험에 대한 대가로 이윤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부가가치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노동에 따른 급여보다는 자본으로 얻는 이윤이 더 커지게 되었다.

결국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게 되고 이를 통한 분배의 불평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피케티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불평등은 점차 심해졌다고 한다. 소득대비 자본의 비율인 피케티 지수에 따르면 19세기말과 20세기초 피케티 지수는 6을 기록하다가 20세기 들어 세계대전과 미국의 경제부흥정책으로 2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레이건이나 대처 같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지도자의 출현으로 다시 불평등 지수는 6으로 높아지게 된다. 브랑코 밀라비치의 코끼리 곡선 또한 부의 집중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잘 알려져 있다.

전세계 1프로의 부자들이 가져가는 소득은 전체의 20프로다. 가장 심한 나라는 아랍국가로 상위 10프로가 64프로의 소득을 가져가며 뒤를 이어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가 55프로를 가져간다. 미국 역시 상위 10프로가 48프로의 국민 소득을 차지하고 그나마 유럽은 34프로로 그 중 가장 낮다. 여기에 더해 4차산업혁명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들의 일자리를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대체하며 하위 계층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고 소비 능력 또한 낮아지게 된다.

가난한 자들이 갖는 불평등은 소득의 분배 외에도 일자리, 교육, 의료 등 모든 삶의 분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역별 평균 수명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급성질환 발생 시 골든타임 내에 갈 수 있는 병원이 근처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최저 임금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로 인해 근로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육이나 건강에는 그만큼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런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피케티의 주장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통하여 국가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누진소득세를 현재 40에서 50프로인 것을 최대 80프로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이는 불평등이 최소화되었던 시기의 소득세율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소득세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비슷한 세금이 있어야 조세회피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고 세율은 40 프로지만 실효세율은 그 절반 수준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단기직종에 최저 시급을 받고 있어 자신에 대한 재투자의 기회가 별로 없다. 노령인구 역시 핵가족으로 인하여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없고 사회는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된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율이 경제성장율이나 노동소득보다 높은 것을 꼬집었고 이를 통한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위 10프로의 부자들은 평등한 교육의 기회나 공공재에 대한 확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하위 계층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조차 탈 수 없는 지금의 사회를 지적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정책이다. 복지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개인이 할 수 없는 돌봄과 요양에 대하여 국가가 책임을 지는 방법이다. 젊은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마중물 격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도 소득의 불평등에 대한 피케티의 지적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교육 열풍으로 인하여 특정 대학의 학과는 상위 10퍼센트의 자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들은 그들만의 사회와 가치를 공유한다.

봉건제의 붕괴와 독점자본의 병폐가 무너졌던 역사적 사실에서 보이듯이 우리는 기회의 공평함이 주는 사회적 이득과 부의 집중을 막기위한 공정한 사회를 꿈꿔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넘어 이제는 절대적인 일자리 자체를 줄어 들게 만드는 기술혁명의 시대가 되었다. 보다 숙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소수의 노동자가 아니면 인공지능과 로봇들에 밀려 노동시장에서 가치조차 인정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 소득의 개념이 노동자나 진보경제학자가 아닌 미국의 신흥재벌들에 의하여 주장된 것만 봐도 제도 도입의 긴급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저자 이정우 교수는 경제학자다. 이 글은 토마 피케티의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 해설서로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글이다. 문학동네에서 2020년 출간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