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료기기 제조법인 인수 시 법률 실사가 필요한 이유

 ● 법률로 바라보는 베트남 진출 방안 ④

"M&A, 다각적 검토로 위험요소 최소화해야"
베트남 의료기기 제조법인 인수 시 법률 실사가 필요한 이유

▲ 김 유 호<br>로투비(Law2B) 대표<br>변호사<br>
▲ 김 유 호
로투비(Law2B) 대표
변호사

자동차의 경우, 감가상각(減價償却) 때문에 새 차보다 중고차의 가치가 항상 감소한다. 하지만 회사의 경우에는 설립 후 매각 시점까지 운영에 따라 가치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정확히 같진 않지만 쉽게 비교하면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 차량 전문가가 차량 상태를 검사하듯이 법률 실사란 회사 인수 전 법률전문가가 대상 회사의 법적 상태와 위험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눈으로 살펴봤을 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차도 정비업소에서 전문가들이 보닛을 열어 내부를 살펴보고 장비를 이용해 각종 벨트, 배선, 플러그 등을 검사해보면 육안으로 알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될 수도 있다. 또, 당장 시급한 정비가 필요 없더라도 조만간 소모품을 교체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 언제 어느 부분의 정비가 필요한지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중고차 구매 전 전문가의 검사 과정을 통해 차량 운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문제점을 발견하면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심각한 문제는 아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작은 문제점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정비 비용을 고려해 적절한 차량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나아가 예상하지 못한 잔고장들 때문에 큰 수리비로 새 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도 방지할 수 있다.

회사 인수 전, 법률 실사는 중고차 구매 전 검사 과정과 마찬가지로 대상 회사의 법률적 문제 존부(存否) 등 회사의 실체를 확인하고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중고차를 잘못 구매하면 구매가격 정도로 금전적 손해가 한정되지만 M&A를 잘못하면 각종 법률문제, 채무, 소송 때문에 M&A 대금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M&A 전 법률 실사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례로 한국인 투자자 Y는 한국 투자자 X가 베트남의 공단 내에 설립하고 수년 동안 운영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A 를 인수하게 됐다. Y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X의 말만 믿고 법률 실사 과정 없이 회사 규모와 영업이익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검토하고 회사를 인수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환경, 노무, 세금, 인·허가 등 각종 법률문제들뿐만 아니라 인수 전 A 회사가 사용한 공업용수와 전기요금 계산 방법에 문제가 있어 추가 요금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공단과 마찰을 빚게 됐다. 또, 인수 기간에 생산된 하자 제품에 대한 책임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구매자들과의 분쟁으로 회사 본래의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환경문제도 중요한 사안이다. 환경오염 문제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베트남 정부도 이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환경보호 법률을 지속 제정하고, 이를 강력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가 실제로 환경오염 법률을 적용해 제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Y가 미리 알았더라면 회사 인수 전, 환경오염물질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을 알고도 '그 지역에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담당 공무원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환경오염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X의 말을 맹신하진 않았을 것이다. 인수 후, X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담당 공무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타 부서로 발령 났고A 회사로 환경오염에 대한 벌금이 부과됐을 뿐만 아니라 오염방지시설 설치 명령과 이런저런 법률문제 때문에 회사 인수 비용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어려움에 부닥쳤다. 특히 X와 Y의 경우, 법률전문가의 도움 없이 당사자들끼리 대강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고 M&A를 완료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 Y를 보호할 법적 안전장치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새 차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차량을 상당 기간 사용하면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듯 새 회사의 운영 초기에는 수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세무조사 자체가 나오지 않아 세금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일정 기간 회사가 운영된 후 또는 퇴사자가 발생하는 시점부터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발생하는 만큼, 회사에 앙심을 품은 직원으로 인한 법률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다음은 베트남 의료기기 제조법인 인수 시 법률 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주요 사항이다.

△ 주요 계약 및 지식재산권(Material Contract and Intellectual Property)
자산 상태와 관련해 우선 자산 목록과 관련 계약서를 확보한다. 기술된 자산이 회사 소유가 아니라면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대상 회사가 그 자산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특정 라이선스나 특허와 설비 사용을 목적으로 대상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는데 그 라이선스나 특허에 제삼자 인수 불가 조건이 있지는 않은지, 관련 설비 사용계약도 함께 인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 인수 후 인수한 목적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또한, 대상 회사의 금융계약, 대출, 저당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은행 보증이나 다른 보증을 선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보증 상태와 상대방의 행사 가능 조건도 파악해야 한다.

필자가 베트남 의료기기 제조법인의 실사를 하다 보니 특정 의료기관에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임대를 약정한 의료기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는데, 막상 그 제조법인은 관련 임대업 등록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계약서 검토 시에는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와 의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그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 규제, 라이선스 및 승인(Regulatory, Licenses and Approvals)
저위험군 의료기기(Type A)는 유효기간은 없지만, 적용표준 신고(Declaration of applicable standard) 대상이다. 중·고위험군 의료기기(Type B, C, D)는 자유 판매 등록(Registration of Free-Sales; RFS) 대상이며, 유효기간은 5년이다. 실무적으로 관련법이 변경돼 온라인 등록 시스템을 통해 등록해야 한다. 처음 한동안은 온라인 시스템 자체가 구축돼 있지 않아서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진행이 안 되거나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베트남 보건부(MOH)의 잘못(?)이라서 보건부 승인지연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문제 삼지는 않았었다. 의료기기 등록 절차는 현재 온라인으로 가능해 편리하고 간소해졌지만 관련 법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규정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베트남 의료기기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베트남에서 특정 의료기기를 제조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신청 시 항상 현지 시험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기 제품군에 따라 임상 관련 증빙 서류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상 의료기기가 임상 관련 증빙 서류 제출이 요구되는 기기인지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의료기기 관리에 대한 시행령(Decree 169/2018/ND-CP)에 따라 (i) 담당자나 (ii) 대상 기업의 연락처가 변경되는 경우 의료기기를 제조하기 위한 조건 만족 인증서('제조 CSC')는 그에 맞춰 수정돼야 한다. 법률 실사를 해보면 이런 변경 처리가 안 된 경우가 많아 실사 시에 제조 CSC의 유효기간뿐만 아니라 최신 버전인지도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또,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시에는 우수제조관리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을 충족하는지도 확인해보기 바란다.

△ 환경(Environment)
베트남에서는 경제 구역, 산업 단지, 수출 가공 구역 및 하이테크 공단의 환경 보호에 대한 시행세칙(Circular 35/2015/TT-BTNMT) 제16조에 따라 첨단 기술 단지에 위치한 투자 프로젝트는 주기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첨단 기술 단지의 투자자에게 환경 모니터링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학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환경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소인 환경공학기술연구소(Institute of Technique and Environmental Technology, ITET)가 이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ITET의 환경 모니터링 수행 허가서가 만료된 경우도 있어 환경 모니터링 보고서가 제때 제출됐는지의 확인하고, ITET 등의 환경 모니터링 보고서 컨설팅 업체의 관련 허가 만료 여부까지도 꼼꼼히 체크하기를 권한다. 과거와 달리 베트남 정부도 이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환경보호 법률을 지속해서 제정하고 강력히 적용하는 추세임을 염두에 두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나 약정 내용, 환경 규제 준수 여부 등도 파악해야 한다.

△ 부동산(Real Estate)
베트남의 토지와 건물과 관련해, 건물은 소유할 수 있지만, 베트남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다. 외국인과 외국 투자기업은 이를 임차해 토지사용권을 취득하고 임대받은 토지를 소유가 아닌 '사용'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때 전체 임대차 기간에 대한 임차료 완납 여부에 따라 토지 재임대나 담보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각 임대계약에 대해 임대업자가 주요 조건을 준수했는지, 권리 행사에 장애물은 없는지, 특히 베트남에서는 대상 회사가 사용하는 건물이나 부지의 허가사항이 구두로 전달받은 것과 서류상 다른 경우가 많으니 이 부분은 꼼꼼하게 검토·확인해야 한다.

△ 노무(Employment)
고용 상태와 관련해 대상 회사가 사회보험, 의료보험, 실업보험 가입, 신고와 납부에 관한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출산휴가, 병가, 산업재해로 인한 휴직 등 지금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시 고용될 권리가 있는 직원은 없는지, 사업 양도로 인한 이익이나 대금을 받게 돼있는 직원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노동법규 위반사항이 없는지도 잘 확인해야 한다.

△ 소송 및 분쟁(Litigation and Disputes)
소송 진행 상황과 분쟁 가능성, 세금 체납 여부 등 기타 사항들도 법률 실사를 통해 파악하고 인수 후의 법률적 위험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법률 실사는 대상 회사가 합법적으로 설립됐는지 확인하면서 △각종 인·허가 △제삼자와의 법적 관계 △채권·채무의 종류와 범위 △진행 중인 소송의 법적 위험도 등 다양한 사항들을 검토해 인수해도 큰 문제가 없는 회사인지 파악하고,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도 예측해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정확한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수년간 운영해온 회사가 주식회사인 줄 알았으나 매각할 때 M&A 법률 실사를 통해 법적으로 유한회사인 것을 알게 된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상 회사가 유한회사인지 주식회사인지, 지점인지 자회사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대상 회사의 사업 분야가 외국인에게 허가된 사업 분야인지 필수로 확인하고, 제휴·합작 투자·동업 관계 등에 따라 일방적으로 대상 회사를 인수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모쪼록 좋은 회사를 인수해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길 바란다.

* 일부 내용은 필자의 저서 '베트남 투자·창업자가 꼭 알아야 할 베트남 법'에서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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