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특성 고려한 법·규제 제정으로 성장동력 기반 마련해야

● 의료기기협회보 200호 기고 

"더마치료의료기기, 아름다움을 넘어 미래먹거리"
산업 특성 고려한 법·규제 제정으로 성장동력 기반 마련해야

▲주 홍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더마융복합의료기기위원장

더마융복합의료기기위원회의 시작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미용의료기기특별위원회는 2019년, 11월 첫 발을 내딛었다. 협회는 2010년부터 K-beauty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하고 있음에 따라 미용 목적의 의료기기 제조사의 성장과 활성화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K-beauty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및 인허가 정책 등의 개선을 주장했으나 이를 정부에 제시할 마땅한 창구가 없었다. 위원회는 미용의료기기제조사와 정부 및 유관기관 등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후 올해 3월에 정식 위원회로 편입되면서 '더마융복합(Derma Convergence)의료기기 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피부·성형 중심의 미용에서 벗어나 '아름다움' 과 관련한 삶의 질 전반을 관리하고 IT·BT·반도체·전기전자 등과의 융합을 고려해 확장적 개념인 더마 컨버전스(Derma Convergence)를 도입한 것이다.

미용 목적 의료기기의 발달 과정 및 종류 

더마융복합의료기기는 인체를 아름답게 유지·관리·개선하기 위해 피부과, 성형외과 등 미용의학 분야 병의원에서 피부·성형·비만·모발 등의 진료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우리나라는 80~90년대 비만(체형)치료에 의료 기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지방 흡입을 위해 진공펌프, 실리콘 튜브, 케뉼라(Cannula)와 진동식, 초음파식 지방흡입기가 쓰였다. 2000년 말 FDA에서 비만치료 약물로 승인받은 제니칼과 프랑스에서 비만치료 의료기기로 승인된 뉴트리웰시스템이 같은 시기에 도입되면서 전국적으로 비만클리닉이 성행하게 됐으며 더불어 큰 인기를 얻은 메조(Meso)테라피 메조건이 유용한 기기로 사용됐다. 이외 카복시(Carboxy)테라피, 엔더몰로지 (Endermologie), 저주파, 중주파, 고주파, 초음파를 이용한 기기들이 비만과 피부 치료에 활용됐다.

미용의료기기의 획기적 변화는 레이저에서 비롯됐다. 1917년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 의해 개념이 도입된 레이저(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는 1960년에 루비 레이저가 만들어지고, 일본에서는 오오시로 토시오(大城 俊夫) 선생이 색소질환치료에 공업용 루비레이저를 이용해 임상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1983년 미국 하버드의대 피부과 교수 록스 앤더슨(Rox Anderson)이 현대 레이저 제조의 지침인 '선택적 광열 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 라는 이론을 정립하고, 같은 해 미국 캔 델라(Candela)사를 통해 혈관치료용 색소 레이저를 개발·판매했다.

1987년 국내 S사에서 이를 도입해 이화여대 피부과 등 대학병원에 공급하고, 같은 이론을 이용해 1991년 미국 콘바이오(Conbio)사를 통해 색소치료용 큐스위치 엔디야그(Q-swiched Nd-YAG) 레이저를 개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이 레이저는 문신과 색소질환치료에 한 획을 그으며 국내 피부과 시장 활성화 계기를 마련했다. 그 후 2000년대 중반 어븀글라스화이버 (Er:Glass fiber) 레이저인 프락셀 (Fraxel)이 국내에 도입되고 국내 기업에서도 록스 앤더슨(Rox Anderson) 교수가 제안한 분획광열분해(fractional photothermolysis)이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레이저가 제조되면서 피부미용의료기기는 또 한번의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된다.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류의 레이저기기를 비롯해 고주파기기, 초음파기기 등을 제조하며 각 기기의 특성에 맞는 임상 노하우와 정확한 프로토콜을 기기와 같이 제공,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전 세계 각지에서 일류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 이스라엘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용의료 기기 생산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고주파기기는 인체 내에 고주파를 인가해 고주파 전류에 의해 세포가 진동 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주름, 피부 탄력 등에서 확실한 임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후 효과적인 시술이 가능한 최소침습형 니들을 이용한 프락셔널(Fractional)고주파기기들이 개발돼 오고 있다.

초음파기기는 1994년 고강도 집속초음파(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가 전립선 비대증에 적용 된 이후 2000년대 후반 미국으로부터 개발된 울쎄라(Ulthera)가 도입, 필수 미용의료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에너지를 피부 속 섬유근막층(SMAS)까지 원하는 부위에 전달해 리프팅 및 여러 효과를 얻는데 사용한다.

기타 기기로서는 피부 재생·상처 치유·살균 등 다양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 플라즈마기기, 피하지방을 감소시키는 냉각지방분해기기, 유효약물의 피부내 전달을 증가시키는 경피약물전달기기 등이 있다. 피부탄력개선, 미백, 제모, 탈모치료 등 에 이용하는 개인용 의료기기도 성장 추세다.

더마융복합의료기기시장 규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미용의료기기시장의 경우 최근 전국 미용의료관련 병의원이 증가하며 미용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시술 건수와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2014년 3,852억원에서 2020년 1조 1,316억원으로 연평균 19.7% 성장했으며 레이저 및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 시장이 57.5%, 미용 임플란트 시장이 4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레이저 및 초음파, 고주파 등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기기 시장은 세계 시장의 약 9%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글로벌 미용의료기기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6년 86억달러에서 2025년 222억달러(연평균성장율 +11.5%) 수준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역별, 국가별 제품 수요가 상이하다. 미국, 유럽 등에 서는 안티에이징 관련 시장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아시아의 경우 20% 수준이다. 또, 동남아 지역의 경우 미백 관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국내외 미용의료기기시장은 고령화, 여성 경제력 향상, 남성 수요층 확대, 관련 기술의 발전 등 사회적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당면과제와 앞으로의 전망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기는 '질병, 상해, 장애' 등에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일컫는다. 또 국내 의료기기법에 따르면,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의 의료기기들은 광고와 표현 등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이는 국민 보건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백세시대를 맞이 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아름다움'을 치료하는 항목이 의료기기법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더마융복합의료기기는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고있다. 더마융복합 의료기기 수출을 위한 영문 홈페이지에서조차, 국내 미허가 적응증의 기재는 단 한자도 쓸 수 없다. 또한 미국 FDA 510K(시판 전 신고)는 임상자료가 공개돼 동등비교가 가능한 것과 달리, 국내 임상 자료는 비공개 대상으로 허가 시 모든 제품의 임상보고서 제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신제품 개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많은 국내업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시대에 동떨어지는 법적 규제로 국내기업이 제품 개발비와 임상비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하는 사이, 눈 깜박할 사이에 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응 못하고 뒤쳐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까 염려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일까.

우리나라는 약사법에서 화장품을 분리해 세계 최초 화장품법을 만들어 화장품산업 발전을 이루고 의료기기법에 묶여 있던 체외진단의료기기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으로 별도 제정해 K-방역 성공 토대를 만든 좋은 선례가 있다. 더마융복합의료기기도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미용의료시장의 글로벌 성장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 미용의료기기는 우수한 국내 네트워크인 IT, BT, 반도체 및 전기전자 분야의 기술들이 접목돼 빠른 시간 내에 우리의 미래 먹 거리인 더마융복합의료기기로 우뚝 설 것임이 틀림없다. 그즈음에 가면 더마융복합기기 관련 당국의 규제완화와 더불어 사회적 제도적 보완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더마융복합의료기기위원회에 정부와 업계, 협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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