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IA, 규제기관과 긴밀한 소통…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 견인

●  의료기기협회보 200호 기고 - 라포르시안

"회원사 이익 대변·사회적 책임 '균형 잡힌' 정책 제안 기대"
KMDIA, 규제기관과 긴밀한 소통…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 견인

▲ 정 희 석
라포르시안 편집국
취재부장 

연일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국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무역수지는 △2016년(–2,702억 원) △2017년(–3,747억 원) △2018년(–3,067억 원) △2019년(–5,245억 원)까지 적자였다가 지난해 사상 최초로 2조6,041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 국내 의료기기 무역수지 흑자는 식약처 통계 집계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체외진단의료기기'였다.

사상 첫 무역흑자 달성한 의료기기산업 
체외진단의료기기는 2020년 생산실적이 전년대비 553% 증가한 3조4,000억원으로 전체 의료기기 가운데 33.1%를 차지했다. 또 수출 실적은 전년대비 623% 증가한 약 4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체 의료기기 중 53.8%를 차지하며 국내 의료기기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과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을 계기로 체외진단업계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정부가 체계적인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관리시스템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체외진단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위해 제정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지난 5월 27일 발간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South Korea’s Response to COVID-19) 보고서를 통해 진단검사키트 연구개발과 제품화를 목표로 한국 정부의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신속하게 선별하는 'K-방역'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의료기기 무역수지 흑자 전환을 견인하며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성공사례는 국가가 자국 의료기기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왜 필요한 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대유행은 한 나라의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필수적인 '기간산업'으로서 의료기기를 육성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점과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기간산업으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만 하더라도 의료기기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불합리한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입장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법규위원회 보험위원회 윤리위원회 등 잘 조직된 각 위원회가 중심이 된 협회는 어느덧 규제기관을 상대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의사소통의 중요한 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주목할 점은 협회 각 위원회가 세분화·전문화되면서 그 역할 또한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회 보험위원회는 △예비급여 △가치평가 △수가개선 △신의료기술평가 △첨단·혁신 등 세부 분과로 이뤄진 '보험전략기획위원회'를 꾸려 건강보험 법령·규정 등 제도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의료기기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유무형의 융·복합 혁신의료기기·혁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의료기기 발전 속도에 발맞춰 해당 제품과 기술에 대한 허가심사·인허가·급여등재를 제때 반영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식약처와 협회가 의료기기 제도 수립 및 정책 운영 파트너로서 간담회를 통해 정보 제공과 의견 수렴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국적기업·국내사·수입사 아우르는 KMDIA 
협회는 다국적기업·국내사·수입사를 총망라한 이익단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정부 대관업무와 의료기기 제도·정책 수립 제안을 더욱 긴밀히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납사들의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목표로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에도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다.

의료기기 이익단체로서 회원사 이익 극대화에 주력하는 협회 활동은 특히 전문성을 갖춘 다국적기업 대표와 임원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혁신적인 의료기기·솔루션을 국내에 공급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기기 허가심사·인허가제도를 고도화하는데 기여해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견인해왔다. 더불어 앞서 식약처의 의료기기아시아조화회의(AHWP) 의장국 업무 수행과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회원국 활동에 있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기업과 협회를 바라보는 의심어린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최근 협회 보험위원회가 혁신의료기기, 즉 ‘수술로봇’ 건강보험 적용을 제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특정 다국적기업에 초점을 맞춘 선제적 ‘민원성 급여 확대 요구’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정부가 혁신의료기기 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을 제정하고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지원단'을 출범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을 펼치는 상황에서 협회 요구사항이 혁신기술 가치와 비용경제성을 따지지 않은 채 오직 ‘기-승-전-보험급여’에만 매몰돼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로봇수술은 임상적 유효성이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기존 시술과 비교해 무조건 월등한 우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크고,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에는 아직까지 그 임상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혁신’만을 내세워 보험급여 적용·확대를 요구하기 전에 의료기기기업으로서 기업 윤리를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심혈관분야 의사들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해외 학술대회 참가를 지원하고 교육훈련 과정에서 관광을 제공한 다국적기업 2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다국적기업 2곳의 국내 심혈관 스텐트 매출액은 각각 1,928억원·3,222억원이었다.

협회가 운영하는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하고 특정 의사를 직접 지원한 우회적 리베이트 행위로 의료기기시장 질서를 교란한 이들 기업에게 부과된 처벌은 고작 시정명령과 과징금 1,600만원에 불과했다. 탐사전문매체를 통해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의사들을 접대하고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보도될 때마다 의료기기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불법 리베이트는 단지 당사자 간 문제가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시장에서 부당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함께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국내 의료기기제조사·수입사들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불공정으로 귀결된다. 특히 동일사안으로 조사받고 불법 행위가 적발됐음에도 가중처벌이나 형사고발 없이 시정명령과 천만원대 과징금의 '솜방망이 처분'만이 거듭되는 현실은 그 피해가 환자와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의료기기업계 모두가 마치 이익에만 눈이 먼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산업 위상에 걸맞는 사회적 기여·책임 살필 때 
유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K-방역' 'K-의료기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다품종·소량생산' '영세성'으로 평가절하 돼왔던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어느새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을 제정하고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등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공격적인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혁신의료기술·혁신의료기기가 개발되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중요성·적시성·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져야하며, 이를 통해 환자의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성능평가·임상시험·허가심사·인허가·시판·사후관리' 전 과정에서의 합리적인 규제 수립은 규제기관과 의료기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이 선행돼야한다.

다국적기업·국내 제조사·수입사를 아우르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특정 기업에 편향되지 않은 전체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사회적 기여와 책임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 및 제도 개선 제안을 할 때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진정한 대표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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