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의견 수렴하는 협의체 꾸려 실사용자 기반 의료기기 개발 필요"

● 협회보 200호 특집 인터뷰 -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 

"DRG도입, 진단검사의학인프라 후퇴할 수 있어 신중해야"
의학계 의견 수렴하는 협의체 꾸려 실사용자 기반 의료기기 개발 필요

우리나라의 높인 진단의학기술이 K-방역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의료기기협회보 200호 특집 인터뷰에서 만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K-방역 성공 바탕에는 우리나라의 행위수가제도가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권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높인 진단의학기술이 K-방역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의료기기협회보 200호 특집 인터뷰에서 만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K-방역 성공 바탕에는 우리나라의 행위수가제도가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권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높은 진단의학기술이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지난 5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South Korea’s Response to COVID-19) 보고서를 인상 깊게 봤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이유로 메르스 사태 이후 긴급사용승인제도(EUA) 등 감염병 대비책 마련, 전염병 진단기술에 대한 상업적 투자 등을 꼽았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보듯 긴급사용승인제도는 미국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진단 산업의 위상이 대단하지만 미국이나 유럽도 로슈진단, 애보트 등 세계적인 기업을 갖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진단키트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가 K-방역 성공의 절대적 요인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고민 끝에 우리나라의 '행위수가제도'에 답이 있다고 봤다. 미국이나 유럽은 포괄수가제(DRG)와 인두제를 도입해 의사입장에서는 검사를 하지 않을수록 이익이 난다. 그 결과 검사 인프라가 부족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원 수익의 10~15%가 진단검사에서 이익이 난다. 수익이 적지않으니 경영자 입장에서도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이 인프라의 차이 또한 K-방역의 성공요인이라고 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점차 DRG를 도입하려하는데 그동안 쌓아온 진단검사실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 미국이나 유럽이 초기에 검사속도가 늦은 이유는 인프라 부족때문이지 제조시설이나 과학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져서는 아니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이 일정 주기로 온다면, 이번처럼 의료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가 검사 인프라가 부족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것처럼 우리도 똑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DRG를 도입하더라도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진단검사 인프라를 유지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진단검사의학회이사장으로서, 정부가 이런 사항도 고려했으면 한다. 그래야 코로나 사태로 높아진 진단검사 기업들의 역량도 유지될 수 있다. 진단검사의학시장이 유지돼야 수출도 가능하다. 현재의 진단검사의학시스템 유지될 수 있는 정책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진단검사의학의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또 진단검사의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코로나가 벌써 1년 6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의료인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피로가 많이 누적됐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인력 보강하기도 어렵다. 진단검사과정은 일반적으로 채취운송접수핵산추출RT-PCR판독보고의 과정을 거친다. 자동화검사기계를 활용한 전자동 대용량 검사는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가능하게 한다. 중소형병원에까지 자동화기계가 도입되면 코로나19이후 다른 팬데믹 사태가 왔을 때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6시간 진단검사 과정 

 

진단검사의학 발전에 장애물은 무엇인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 요청하고자 하는 사항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오던 진단검사의학이 빛을 발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전에도 지금과 같이 열심히 일했다(웃음).

다만 큰 애로사항은 전문의 부족이다. 현재 1100명 정도가 미달이다. 전문의 육성하고 만드는 여건이 많이 부족하다. 전문의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줬으면 한다. 외과나 흉부외과 등은 전문의 부족으로 보험급여도 달리주고 전문의 수련하는 병원에 인센티브 제공하는 등 지원하는데 진단검사의학과는 지원이 전무하다.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결과가 많다. 그래프보고 값 맞는지 판단하는 일은 진단검사의만 할 수 있다. 총 검사 건수 당 전문의가 일정 수 이상이면 보험료를 몇 퍼센트 더 지급하는 유일한 제도 때문에 진단검사의학이 인정받고 유지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전문의가 수술하거나 환자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사결과가 선행돼야 환자치료도 가능하다.

미국은 검사결과 판독을 의사에게 맡기지 않는다. 전문의가 검사에 관여해 판독하고 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의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진단검사전문의를 더 많이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이 꼭 필요하다.

코로나 19는 국내 체외진단산업의 성장도 가져왔다.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제언한다면?

의료기기는 임상에 바로 적용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제품이 필요하다. 가끔 사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제품을 권유할 때도 있다. 의료기기 개발과정에서 실사용자인 의료진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구나 협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들이 외국산 기기를 선호한다는 건 오해다. 의사의 의무와 책임은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기술력만 뒷받침 된다면 국산 제품이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시장을 뚫으면 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진단검사의학만 봐도 시약을 쓸 수 있는 기계나 플랫폼의 99%가 외국산이다.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훌륭한 시약회사는 많지만 시약 증폭기마저 만드는 기업이 없다. 기기나 플랫폼 없이 시약 분야만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FDA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진단키트 개발업자들에게 일정부분 구입을 보장했다던데 이처럼 정부가 인증된 의료기기에 대해 제도적으로 일정 부분 구매를 약속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 지원과 의학회와 협업을 위해 협회에서 힘써주길 바란다.

진단검사의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환자와 검사를 연계하는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진단검사의는 검사를 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의사다. 진단검사의의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과 진단검사의학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분야다.

진단검사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경영자다. 여러 종류의 시약중 어떤 시약을 어떤 방법으로 운용해야 병원에 이익이 되고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지 스스로 판단해야한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진단검사의학의 매력이다.

200호를 맞은 의료기기협회보에 축하 말씀부탁드린다.

한국의료기기산협회의 발전이 의료기기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의료부문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협회보 200호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의사와 의료기기산업계간 가교가 돼, 의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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