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의 역사: ⑳무역창출효과 vs. 무역전환효과

[산업통상자원부 함께하는 FTA_2015.10월 Vol.41]

FTA의 경제적 효과에는 정태적 효과와 동태적 효과가 있다. FTA 발효 이후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를 정태적 효과라 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를 동태적 효과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이콥 바이너(Jacob Viner, 1892~1970)는 정태적 효과에 관한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FTA가 체결될 경우 단기적으로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무역창출효과: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 가능

‘무역창출효과(trade creation effect)’는 협정 체결 전에 높은 관세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던 국가 간 무역이 FTA 체결 이후 무역장벽 철폐로 새로이 창출되는 효과를 말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이 세상에 동일한 종류의 와인만 생산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나라는 와인을 한 병 생산하는데 4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하자. 칠레는 30달러, 호주는 25달러 든다고 가정하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칠레나 호주로부터 와인을 수입할 것이다. 국산와인보다 칠레나 호주산 와인값이 더 싸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와인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칠레산 와인은 60달러, 호주산 와인은 50달러가 된다. 그러면 칠레산 와인이나 호주산 와인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를 체결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칠레산와인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칠레산 와인 가격은 이제 30달러가 된다. 반면 호주산 와인가격은 그대로 50달러로 유지된다. 이제 칠레산 와인이 국내산 와인보다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칠레산 와인을 수입하게 된다.

이처럼 FTA 체결 이전에 없던 무역이 FTA 체결로 인해 새로 발생하는 효과를 무역창출 효과라 한다. 이 때 각국의 비교우위산업에 대한 특화가 강화된다. 각 경제 내의 생산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비교우위산업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소비 측면에서는 보다 값싼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돼 후생이 증가하게 된다. 가격이 약간만 하락해도 수요가 늘어나는 정도가 클 경우, 즉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클수록 무역창출효과는 커진다. 회원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운송비 절감으로 인해 무역창출 가능성이 높아지며, 체결국간 경제가 긴밀한 관계일수록 무역창출효과가 커진다. 또한 FTA 체결 시 관세인하율이 높을수록 무역창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무역전환효과: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 중단으로 효율성 저하

반면, 역내국간 관세철폐가 교역상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관세철폐 이전에 보다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가진 역외교역국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역내국간 관세철폐로 역외 저가 상품의 수입이 감소하고 역내국의 후생수준은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손실을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라고 부른다.

앞의 예에서,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를 체결하기 이전에 와인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칠레산 와인의 국내 수입가격은 45달러, 호주산 와인의 국내 수입가격은 37.5달러가 된다. 이 때 칠레산 와인 가격이 우리나라 와인가격(40달러)보다 비싸므로 우리나라와 칠레 간에는 와인 무역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관세가 부과된 호주산 와인 가격이 우리나라 와인 가격보다 약간 싸므로 우리나라는 호주로부터 와인을 수입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칠레 간에 FTA를 체결해 칠레산 와인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하면 칠레산 와인 가격은 30달러로 호주산 와인가격 37.5달러보다 싸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호주산 와인 수입을 중단하고 칠레산 와인으로 수입선을 전환할 것이다.

FTA 체결로 인해 역외 효율적인 생산국(호주)에서 역내 덜 효율적인 생산국(칠레)으로 무역이 전환되는 효과를 무역전환효과라 하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후생수준은 저하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무역전환 효과는 FTA에 참여하는 회원국 수가 많을수록, 비회원국에 대한 무역장벽이 낮을수록 축소된다.

대부분의 FTA는‘무역창출효과>무역전환효과’

이병훈 외(2014)1는 한·칠레 F TA 결과 키위, 포도, 와인 등 주요 칠레산 농산물 부문에서 무역창출효과가 나타나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F TA 이후 기존 비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량 일부가 체결국인 칠레로 수입선이 전환되는 무역전환효과도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더 클 경우 FTA 체결로 인해 역내국의 후생수준이 증가한다. 대부분 FTA의 경우,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국가만 참여하는 FTA는 무역창출효과와 무역전환효과를 동시에 유발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는 WTO는 모든 국가들이 동시에 관세를 내리기 때문에 무역창출효과만 유발할 것이다. 무역전환 효과에 대한 학자들의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WTO에서 FTA를 허용하는 이유는 FTA를 다자무역자유화로 가는 중간단계로 보기 때문이다. WTO와 같은 다자무역자유화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타결되기까지 난관도 많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FTA가 다자무역자유화의 디딤돌(stepping stone) 역할을 충실히 해 내기 위해서는 무역창출효과를 극대화하고 무역전환효과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FTA가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한편, 동태적 효과는 경제통합으로 인한 효과가 단기간 내에는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면, 경쟁 촉진, 규모의 경제,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투명성 제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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