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 시 회사 대처 방안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 ⑫

"어느 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이 회사에 들어온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 시 회사 대처 방안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더위가 차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7월의 어느 아침, 회사에 양복 차림의 낯선 사람 서너명이 나타났다. 자신들을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조사관이라고 소개하며 현장조사를 나왔으니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한다. 당신과 당신이 소속된 회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 소관 법령 위반혐의가 있는 경우 직권으로 혹은 이해당사자의 신고로 필요한 조사를 개시할 수 있고 사업자의 사무소 등 사업장에 현장조사를 나갈 수 있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항, 제50조 제2항). 즉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공정위에 신고를 하거나 공정위가 혐의를 두고 불시에 회사를 방문해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1. 신분증과 조사협조 공문의 확인
‘현장조사를 나온 공정위 공무원은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하고 조사목적 · 조사기간 · 조사대상 · 조사방법 등이 기재된 조사협조요청 공문을 교부하여야 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4항)’. 일단 신분증과 명함 및 조사공문을 통해 공정위 어느 과의 공무원들이 조사를 나왔는지 확인하고, 조사공무원에게는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임원이나 책임자에게 공문 내용을 보고하는 등 내부절차를 거쳐 조사공무원이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간혹 회사 직원이 출입하는 기회를 틈타 조사공무원이 이미 사무실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미팅룸으로 안내하고 회사 내부 보고를 거친 다음 조사를 개시해줄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2. 변호사 조력을 위한 연락
공정위에서 현장조사를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이 된 경우 회사의 중역에게 보고를 함은 물론이고 즉시 사내변호사 혹은 외부변호사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변호사는 공정위 공무원이 조사를 함에 있어 필요 최소한의 원칙을 준수하고 강압적인 조사를 하지 않도록 견제함과 동시에 현장조사 및 이후의 절차 전반에 있어 조사대상자인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장조사시 조사공무원은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직원들의 컴퓨터를 키워드 검색 등의 방법으로 조회하며 책상 서랍이나 업무용 수첩 등을 살피기도 한다. 변호사의 입회 하에 진행되는 조사와 변호사 없이 진행되는 조사는 방어권 행사에 큰 차이를 보이므로, 변호사가 올 때까지 조사를 개시하지 않도록 적절한 응대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1항의 내부 보고나 변호사의 현장 도착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쓸 경우 현장진입을 고의로 저지한 것으로 보아 조사방해로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자료는 지우지 말 것
현장조사 사실이 사내에 보고되면, 회사의 임원 또는 책임자는 사내에 메일로 업무용 컴퓨터나 서버에 있는 자료를 지우지 말고 조사에 협조할 것을 공지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한 업체들 중 일부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조사직전 혹은 조사 중 자료를 폐기하거나 파일을 삭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조사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시 감식전문가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한 투자를 해서 삭제한 자료를 복구할 수 있는 포렌식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를 삭제하면 삭제한 자료부터 유심히 살펴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4. 조사현황 파악 필요
공정이 조사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진행하게 되면 임직원에 대한 인터뷰, 업무용 컴퓨터의 열람, 자료의 제출 요구 등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조사공무원이 누구를 조사하고 어떤 질문을 했으며 어떤 대답이 나갔고 어떤 자료를 열람하고 제출 받았는지 그 날 그 날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조사공무원이 제시하는 협조요청 공문에는 조사목적 및 조사대상이 광범위하게 기재돼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떤 혐의점에 대해 조사하는지 조사대상자인 회사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현재 이슈가 되는 것이 언제 있었던 어떤 이슈인지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적절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 물론 이와 같은 조사현황과 이슈 파악은 사내변호사나 외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5. 진술조사시 임직원의 대응방법
현장조사 과정에서 공정위 공무원은 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뷰(진술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사를 받는 임직원은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진술해야 하고 추측성 진술이나 근거 없는 진술은 하지 않아야 한다. 모르는 일은 모른다고,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야 하며 이러한 진술은 문제되지 않는다. 진술조사 과정에는 변호인의 참여가 가능하므로, 사내변호사 또는 외부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해서 변호사의 입회아래 진술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현장조사시에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조사실에 직원을 한 명씩 불러다 놓고 해당 직원의 진술을 교묘하게 법위반사실을 인정하는 형태의 확인서로 작성해 서명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일단 서명을 한 이후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견하더라도 정정하거나 번복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진술을 추후 본인과 회사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검토해 본인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6. 조사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에 대한 대응
‘조사공무원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조사를 행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0조의2)’. 이 조문은 2004년 12월 31일부터 존재해 온 조문이나, 현장조사를 경험한 바 있는 회사의 임직원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사공무원이 가져온 협조요청공문에는 조사목적에 혐의점을 특정하지 않고 ‘귀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같이 법률 조항을 기재해 사실상 뭐든지 뒤져서 나오면 자세하게 살펴보겠다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외국계 자회사에 불과한 한국법인에 해외 법인의 상세 자료를 제출하라고 종용하는 등 선을 넘는 조사가 자행되기도 한다. 

회사에 없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자료수집을 하려는 경우, 회사는 영업기밀이나 개인정보보호 등 합리적 사유를 들어 거부하거나 자료조사범위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공무원이 회사 내부전산망 전체에 대해 열람 요구를 했으나 영업비밀,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거절한 행위에 대해 법원은 필요 최소한 범위 내 조사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사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4. 10. 30. 2020마1362 결정).

자료조사범위를 조정해달라는 회사의 합리적 요구에도 자료를 내지 않으면 대표이사를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거나 조사방해죄 운운하면서 강압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변호인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간혹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해 조사사건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변호인이 조사과정에서 회사의 의사를 적절히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공정위를 드나들며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찍혀서 좋을 게 없다고 보고 눈치를 보느라 조사공무원의 조사권 남용행위에 항의를 하는 데 미온적인 것이다. 그 경우에는 제2의 변호인을 선임해 조사공무원 개인에게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묻는 절차에 착수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고려해 봄 직한 방안이다.

7. 자료제출시 보관조서의 수령 및 사본 확보

현장조사시 조사공무원은 조사에 필요한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명하거나 제출된 자료나 물건을 일시 보관할 수 있다. 그 경우 사건명, 자료나 물건의 명칭 및 수량, 소유자·제출자의 성명 및 주소, 제출일자 등이 기재된 보관조서를 교부해야 한다. 또한 보관물은 영원히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사와 관련이 없거나 조사목적 달성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을 경우 즉시 반환해야 한다(법 제50조 제3항).

현장조사 완료시에는 조사공무원이 영치한 모든 자료(문서, 전산자료)의 사본을 확보한다. 어떤 자료가 나갔는지 알아야만 이후의 조사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의료기기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