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이클 샌델, 출판사 와이즈베리

공정하다는 착각

원시 부족에게서 사냥을 하고 기여도가 높은 부족원에게 원하는 부위를 가져가게 하는 규칙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용기에 대한 부족원의 존중이 깃들어 있다. 다음 사냥에서 또한 최고의 존중을 받기 위하여 또다시 최선의 노력을 장려할 것이기 때문에 부족 전체에 이득을 줄 것이다.

중세시대를 거치며 생산물의 분배는 봉건영주의 몫이였고 지배 계급이 잉여생산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누가 만들고 누가 가져가는가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능력있는 자가 노력한 만큼 가져간다고 주장할 것이며 대부분은 이에 대하여 수긍할 것이다. 그렇다면 능력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과연 그 능력이 사냥의 결과물에 대하여 먼저 선택을 하게했던 원시 부족의 존중과 같은 가치를 주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상위 1프로의 부자들의 소득은 하위 50프로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이 되어 여유로운 삶을 유지 할 수 있던 시대에서 빚을 내서 대학을 나와도 충분한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능력의 상징이라는 세계 최고의 대학인 스탠포드는 1972년 지원자의 삼분의 일을 합격시켰지만 현재는 1600점 만점의 SAT시험에서 15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지원해도 단지 6% 아래의 합격율로 기회가 제한돼 있다.

최고의 능력을 가진 명문대학이 결국 소득 상위 1퍼센트의 전유물이 된 것은 과거 잉여물이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로 돌아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들의 삶과 일터는 하위 50%와 겹치지 않고 완전 분리돼 있다.

두가지 선택이 있다. 소비주의적 공공선과 시민주의적 공공선이다. 생산의 극대화를 통하여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하면 된다는 소비주의적 공공선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낄 공간은 없다. 내가 열심히 일한 댓가로 일하지 않은 자들에게 나눠 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하지만 부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능력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이란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행운에 가까운 기회다. 열심히 일하여 성장하는 회사를 한순간에 뺏어 가는 약탈적 기업사냥꾼, IMF라는 국가 위기에 고율의 이자로 이윤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자본에 대하여 어떤 존중을 할것인가? 

오바마가 금융위기에서 능력주의의 핵심이라는 월가를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한 사실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고소득층인 부자들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엘리트가 갖는 오만이 기술관료적 정부를 만들고 이들이 만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어 2016년 트럼프는 기여에 대한 보상과 존엄으로부터 멀어진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용하여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사회가 불안해 지고 있는 이유는 내가 일한 만큼 갖지 못하거나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닌 열심히 일해도 변할 것이 없다는 좌절 때문이다. 나와 남을 가르고 여자와 남자를, 이념과 인종, 그리고 지역을 갈라 차별과 낙인이 일상화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학이 학생한명당 비용의 세배를 지원받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원금이 10%대로 줄어든 시대에 가난이라는 낙인은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가 계층간 사다리를 타기 위하여 명문 대학 진학이라는 기회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엇다. 내가 나의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듯이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는 전적으로 운에 달린 것이다.

담배, 놀음, 사치품 등에는 고율의 세금이 부과된다. 죄악세 개념이다. 그렇다면 투기자금, 금융자본에 의한 이윤은 어떨까? 특권집단이 내세우는 능력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예는 얼마든지 많다. 오히려 능력을 통한 특권화로 인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 최고의 설계자가 건설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구현하기 위한 무상의료보험제도, 장애인과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령인구를 위한 복지, 반값등록금 등이 죄악세를 징수하여 투입해야 할 기여한 자들의 존엄이 인정되고 다수가 원하는 사회적 제도가 되는 방법일 것이다.

성공이 신의 은총이거나 금수저 출신이라는 태생적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벗어나 주변을 돌아 볼 수 있게 된다. 공동의 공간에서 공동의 삶에 관심을 갖는 능력주의야 말로 기여적 정의론에 의한 존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피리를 피리 연주자에게만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피리 연주자가 아름다운 선율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보살필때 연주자의 기여가 존중을 받는것처럼 성공한 자들이 갖는 공동체의 기여 역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저자 마이클 샌들은 2010년이후 정의론 열풍을 일으킨 하버드대학의 정치철학 교수다. 옮긴이는 서울교육대학 윤리교육과 교수인 함교진님이 했고 2020년 12월 (주)미래엔에서 처음판을 펴냈다.

[기고자 소개]

이태윤
자유와 방임을 동경하고 꾸준한 독서가 아니면 지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소시민이며 소설과 시에 난독증을 보이는 결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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