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간납업체는 계약서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 공정거래법 이해와 사례 ⑪ 

'표준대리점계약서' 도입 6개월 이후 이모저모 
"의료기기 간납업체는 계약서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 김 현 희&nbsp;<br>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br>
▲ 김 현 희 
법률사무소 다감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 12. 31. 의료기기 업종의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제정∙발표한지 어언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의미와 구체적 내용, 효과에 관해 아직 생소하신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1.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사용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공정위가 실태조사 결과와 업계 의견을 일부 반영해 만든 표준대리점계약서는 공정위가 사용을 권고하는 계약서 양식이다. 즉, 이 양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정위 등이 제재조치를 가하지는 않는다. 또한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정거래법이나 대리점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간주 또는 추정되는 것도 아니다.

2.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공급업체가 얻는 효과

그렇다면 대다수 의료기기업체의 입장에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공정위에서는 왜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표준대리점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려 하는가. 물론 공정위는 업계 전반의 공정거래법 준수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업계의 사업자들로 하여금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일종의 인센티브(혜택)을 제공한다. 공정위는 2019. 7. 1. 『공급업자∙대리점간 공정거래 및 상생협약 절차∙지원 등에 관한 기준』이라는 예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예규는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에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고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 협약이행 평가 등급을 점수로 매겨 최우수(95점 이상)에 해당할 경우 대리점법 제27조 제2항에 따른 직권조사를 2년간 면제하고 우수(90점 이상)일 경우 직권조사를 1년간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한다. 표준계약서 사용여부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있어서 단일기준으로는 가장 큰 배점(100점 만점에 20점)을 차지하고 있다.

3. 표준대리점계약서 양식의 일부 수정이 허용되는지 여부

물론 공정위가 만든 표준대리점계약서가 수많은 의료기기 업체의 거래 상황과 이슈를 빠짐없이 다룬다거나 의료기기업체의 애로사항을 모두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의료기기업체가 자체적으로 대리점계약서 양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 표준대리점계약서를 토대로 물품의 특성이나 거래 현황, 당사자 간의 협의 사항을 반영해 수정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표준대리점계약서 자체가 사용이 강제되는 양식은 아니므로 사용자가 수정해서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위 2번 항목에서 살펴본 공정위의 상생협력 평가에 있어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보다 감점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4. 표준대리점계약서가 전제하고 있지 않은 사용례

표준대리점계약서는 기본적으로 대리점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계약서 양식이다. 즉, 공급업체가 대리점에 대해 거래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공급업체가 대리점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굳이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표준대리점계약서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대리점법은 1)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자인 경우, 2)대리점이 중소기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3)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자인지 여부는 중소기업기본법이 정한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데 의료기기제조업의 경우 연간 평균매출액 800억원 이하이고 자산 총액이 5천억원 미만이어야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상품시장 및 유통시장의 구조,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의 사업능력의 격차, 대리점의 공급업자에 대한 거래 의존도, 거래의 대상이 되는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

또한 표준대리점계약서는 의료기기업체와 대리점 간의 기본거래계약 체결 시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구매대행업체로서의 성격을 갖는 간납업체의 경우 오히려 거래에 있어 의료기관처럼 의료기기업체에 대해 우월한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어 보호의 대상인 대리점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워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도 표준대리점계약서 제정 당시 업계 관계자들 및 필자를 비롯한 법률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간납업체로부터 의료기기업체를 보호하는 내용을 넣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해당 내용은 의료기기법 개정안에 반영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5.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주요 내용

표준대리점계약서는 대리점의 보호를 주목적으로 해 만들어진 양식으로, 공정거래법이나 대리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상의 내용보다 더욱 강하게 대리점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조항들도 보유하고 있다. 대리점과의 계약을 앞둔 의료기기업체의 경우 강행규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조항들을 일부 수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1) 공급가격 조정요청권

대리점이 취급하는 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공급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점포에서 대리점 공급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대리점은 공급업자에게 공급가격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계약서 제6조 제6항). 여기서 대리점 공급가격은 대리점이 최종고객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아닌 공급업자가 대리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리점의 공급가격 조정을 어느 선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직영점 공급가격 이하 인지 여부), 대리점이 조정 요구를 할 경우 공급업자가 꼭 수용해야 하는지 조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문이 없다. 다만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취지상 직영점 공급가격과 대등하게 조정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조정요청을 거절할 경우 공정위 입장에서는 공정거래법 준수나 상생협력 준수 측면에서는 감점요인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2) 합리적 이유가 없는 납품 거절의 금지

공급업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이 요청한 상품의 납품을 거절해서는 안되고 합리적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 경우 대리점은 공급업자에게 그 이유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급업자는 30일 이내에 성실히 답변하여야 한다(계약서 제6조 제5항).

(3) 대금 지급

현금, 수표, 어음 등 대금 지급수단을 제시하고 대금결제일을 합의로 정하도록 했다(계약서 제7조). 지연이자를 상사법정이율인 연 6%로 하고 지연이자 발생시 공급업자의 통보 의무를 부과했다. 특히, 코로나19 등 재난∙위기상황 시 지연이자를 협의를 통해 경감∙면제하도록 규정했다.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계약서에는 단정적인 문구로 쓰여져 있는데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기재하는 것이 공급업자에게도 공정한 문구이지 않을까 하는 사견이다.

(4) 담보

부동산, 보증보험증권, 예치금 등의 물적 담보가 충분히 제공된 경우 연대보증 등 인적담보의 제공을 제한하고, 부동산 담보 설정비용은 분담하거나 공급업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계약서 제8조). 공급업자의 입장에서는 통상 물품을 먼저 공급하고 후불로 대금을 지급받는 거래구조이므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고 대리점에게 신용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선불이나 물품과 대금을 교환해 받는 대신 대리점에게 대금결제기한이라는 일종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대신 채권보전을 위해 담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대리점에게 신용을 부여하기 위해 담보를 제공받는 것이므로 부동산담보 설정비용은 대리점이 부담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일반적인 거래관행도 대리점이 설정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표준계약서 문구와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5) 반품

상품의 하자주문내용과의 불일치, 구매의사 없는 상품의 공급 등 반품 사유를 명시하고, 추가적으로 협의를 통해 반품사유를 정할 수 있게 했다(계약서 제9조). 공급업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반품비용, 공급업자의 부당한 반품 거부∙지연∙제한 등으로 인한 비용은 공급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6) 판매장려금 및 판촉행사

판매장려금의 지급조건∙시기∙횟수∙방법 등을 별도 약정서로 사전에 정하도록 하고, 약정기간 중 대리점에게 불리한 변경을 금지했다(계약서 제10조). 판촉행사의 경우 내용, 기간, 소요인력 및 경비, 판촉행사로 증대된 매출액 등을 고려해 그 비용을 분담하도록 했다(계약서 제11조).

(7) 계약갱신요청권

표준계약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이다. 최초 계약시점으로부터 총 4년이 될 때까지 대리점은 계약갱신요청권이 보장된다. 공급업자는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하도록 규정했다(계약서 제22조). 이는 대리점법에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담아 대리점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해 넣은 조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급업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어 실제 계약 체결시 해당 조항을 그대로 둘 지 여부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공급업자가 새로운 업체를 발굴해 대리점계약관계를 맺을 경우,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의욕적으로 판로개척과 영업 확충에 노력을 기울일 업체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하에서 처음부터 장기계약을 맺거나 갱신요구권을 부여할 경우,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8) 계약의 해지

시정 요구 없이 서면에 의한 통보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즉시해지 사유(어음․수표의 지급거절, 회생․파산절차의 개시, 주요재산에 대한 강제경매, 주요 거래품목 생산중단, 불공정행위, 위법행위, 사회 상규에 반하는 행위 등)를 한정적으로 제시했다. (계약서 제19조 제1항) 즉시해지 사유 외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 있을 경우 해지 사유를 30일 이상의 기간 동안 2회 이상 서면으로 시정요구 후 그 기간 내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지하도록 했다(계약서 제19조 제2항).

(9) 공급중단 금지

계약해지 등 합리적 사유가 없는 공급중단, 현저한 물량 축소 등 실질적으로 계약 해지에 준하는 조치를 금지했다(계약서 제19조 제3항). 까다로운 법적 규제를 받는 해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대신 우회적으로 해지의 효과를 노리는 경우를 차단하는 조항이다.

(10) 환입요청권

공급업자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또는 공급업자의 일방적 정책으로 과도한 재고를 보유한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에 환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다. (계약서 제19조 제6항)

(11) 영업지역

신규 출점 시 인접지역 대리점에 사전통지 하도록 했다(계약서 제13조 제1항). 배타적 영업지역 설정이 금지되고 기존 대리점의 영업지역 보호도 공정거래법상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급업자는 대리점 간 조율 행위를 하기도 어렵다. 해당 조항은 법적 규제와 대리점의 현실적인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새로 대리점이 개설된다는 통보만을 하도록 고육지책으로 만든 조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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