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IA 간납업체 개선 TFT 기고-제1호


“악덕 간납사의 실체와 우리가 원하는 것”
 

▲ 전영철
간납업체 개선 TFT 부위원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 보건의료는 그 구조상의 특이성이 있다. 
국가 공적 부조체계를 갖고 국민으로부터 소득에 따른 보험료를 걷고 이를 통해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소득 재분배를 실현 하고 있다. 하지만 특이성은 여기서 시작한다. 공공재적 성격의 보건의료재가 실재 운영면에서는 사적 영역에서 담보하고 있고 공공병원의 비율은 10% 정도 선이며 나머지 90%는 사적 영역에서 맡고 있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이윤추구가 아닌 전국민 의료보장에 따른 본연의 목적에 따라 운영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적 영역이 개입하다 보니 각 이해당사자의 이윤추구 동기를 부정할 수는 없다. 각 병원은 서비스에 대한 강화, 치료효과에 대한 개선 등 건강한 경쟁을 통한 환자의 신뢰를 우선한다. 

하지만 국가는 제한된 기금으로 운영하다 보니 가격을 통제한다. 우리는 이를 수가라고 하며 재료의 경우 치료재료라고 칭한다. 이 가격은 정부에 의해 관리되며 고시를 통해 지정된다. 실거래가 상한제란 해당 물품 금액의 상한가를 정해두고 그 상한가 범위한도 안에서 실제 거래한 가격만큼 상환해주는 제도로서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병·의원 등 요양기관에 대한 상한금액 범위 안에서 요양기관이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윤추구와 보건의료가 갖는 공공성은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병원의 실제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저수가구조,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낮은 고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은 이 모든 구조적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적이윤 추구가 의료체계의 당사자가 아닌 유통에서 출현해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기존 의료기기 산업계에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 수수료, 할인율, 창고료 등의 다양한 명목으로 업계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매행위의 주체는 물품의 사용자이다. 일반인이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기업이 제조를 위한 물품을 구매하는 행위 또한 그 행위의 주체가 필요한 행위이다. 하지만 문제는 행위의 주체가 지불하여야 할 비용을 업계에게 전가한다. 이에 편승해 미국의 GPO를 운운하며 구매대행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러나 그 실상은 납품업체의 이윤을 착취하는 구조이다.

간납업이란?

‘간납업’은 간접납품업의 약자로서 제약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용어로서 병원이 직접 구매하지 않고 중간매개 회사를 통해 유통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간접납품’이라고 명명됐다. 우리는 흔히 간납사를 구매대행사와 혼동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간납업 TF에서는 이를 명확히 하고자 간납사에 대한 용어 정의를 했으며 이는 그 양태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간납사의 종류

첫째는 ‘기업화된 대형전문간납사’이다. 그나마 구매대행사에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1개 대형 간납사가 여러 병원의 구매 업무를 대행해 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납품 후 업체에 수수료나 창고료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며 계약자와 주주에게 이윤을 분배한다. 이윤 역시 국민건강보험료이다.  

두 번째는 ‘재단직영간납사’이다. 병원과 간납사간의 특수관계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것으로 주로 여러 지점이 있는 병원을 통합해 한 개의 간납사가 계산서를 대행 한다. 할인을 요구하며 재고, 노무, 배송 등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고 대리점과 같은 지위를 강제한다. 흔히 서류상만 존재하는 회사라 하여 ‘Paper Company’라고도 칭한다.

세 번째는 ‘일반간납사’이다. 중소 병원에서 운영하는 간납사로서 설립의 주체도 다양하고 운영자의 의지에 따라 특정하기 어려운 구매 형태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법리베이트의 통로로 자주 이용돼 수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간납업과 구매대행사의 차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구매대행사는 없다. 구매대행의 가장 큰 목적은 구매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병원의 물량을 사전 조사해 일괄 구매하고, 이를 유통해 병원 개별이 갖는 효율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주로 병원과 구매대행사가 계약을 하며 여러 개의 병원과 계약한 구매대행사는 구매력을 갖고 유통을 효율화 시킨다. 병원은 내부 구매조직을 둘 때와 구매대행사와 비교해 경제적 우위에 의해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단연 ‘구매’이다. 구매대행사의 의미가 대량구매를 통한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물량에 의한 구매력을 통해 가격에 이득을 갖는 것인데, 이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생산을 계획해 효율성을 높이고 유통비용을 절감해 이에 대한 이득을 구매대행사와 나누는 선순환 구조이다.

구매한 물량은 그 순간 구매대행사의 소유이며 분실, 훼손, 유통기한 관리 등이 전적으로 관리회사의 책임으로 구매 이후 소유자로서 책임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의 유통구조가 다른 나라와는 다를 뿐만 아니라 구매 대행사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간납사가 이윤의 원천은 건강보험료이고 그 손해는 결국 국민이 지는 구조이다.

△국민건강보험 기금의 목적 외 사용 

간납사의 이윤추구의 원천은 실거래가 상한제이다. 공적 보험제도 하에서 정부가 고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가격을 정했다. 이는 법적 절차를 통해 부족하지만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정한 금액이다. 금액 반영의 당사자에게 간납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조 및 수입원가에 유통비용을 추산해 상한가를 정하는 구조인데 간납사들은 가격 산정 이후 유통을 추가로 만들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그 이윤은 상한가와 실제 구매금액에 대한 차액에서 발생한다. 즉 정부가 고시로 정한 금액에서 제조 및 수입 유통업자가 가져가야 되는 몫을 최종 단계에서 수수료, 할인율, 창고료 등의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제조사에도 유통 및 수입업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간납사만의 배불리기이다. 국민의 보건향상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보험료가 유용되고 있는 것이다. 

△통행세로서 강제되는 수수료 

201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특정회사의 비정상적 유통 구조를 조사해 그 부당성을 시정조치 했다. 요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 유통이윤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제조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중간회사가 편법을 통해 부가적 이윤을 취했으며 이를 ‘통행세’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에서의 간납사는 이와 매우 유사하다. 간납사가 존재 할 수 있는 이유는 구매에 대한 대행이며 납품이 강제돼 있다는 것이다. 즉 업자가 납품을 하기 위해 병원이 지정한 간납사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는 마치 아래 도표에서처럼 통행세를 내야만 납품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공정위가 조사한 회사는 판매시점에서 회사를 끼워 넣었지만 의료기기업계의 간납사는 정부가 구매자 역할을 하므로 구매단계에서 통행세를 강제 했다는 점이다. 

공정위 조사에서 보는 것처럼 중간회사는 단지 서류상 계산서를 발행하는 역할만 하고 납품가를 올려 그 이익을 가져갔다.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가를 높이는 수법인 것이다. 

의료기기에서의 간납사는 이 부분에 대해선 간납사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형간납사들은 수수료를 내게 한다. 수수료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하지만 간납사들은 단지 세금계산서만을 발행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아마 그 원조가 ‘낙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에게 유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통 질서의 왜곡

유통이란 물건의 흐름이다. 제조사가 고객의 사용이 가능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배송을 하고 판매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건을 배송하는 경우 배송료를 내야하고 판매점을 이용할 경우 마진이나 수수료 등을 통해 제공된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며 이는 물건의 가격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간납사의 경우 배송도 물건의 구매도 없다. 단지 대금 결재를 위한 절차 중 계산서 발행의 주체만을 바꾼다. 납품업자에서 병원이 돼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납품업자에서 간납사 그리고 병원이라는 중간 단계만을 하나 늘렸다. 이유는 하나이다. 수가를 통해 상한가가 정해져 있으니 유통비용을 빙자해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윤은 국민의 혈세이다. 

브레이크 없는 수수료 및 할인율 양산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이는 사업가의 동기이다. 이를 통해 어떤 과거 어떤 생산양식보다 눈부신 발전을 이뤄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윤추구는 건강한 기업가적 정신에 의거해야 하며 정당한 노동과 혁신의 대가여야 한다. 

간납사는 계산서 발행의 주체만을 바꿔 수수료를 요구한다. 이윤추구 동기는 수수료에 대한 인상 욕구를 저버리기 힘들 것이다. 실제 수수료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또한 수수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번에는 창고를 만든다. 창고는 비용을 생각하니 도심에서 먼 곳일 수 밖에 없다. 어제까지 지하철로 납품을 하던 회사가 갑자기 택배회사를 이용해 도심에서 먼 배송센터에 입고를 해야 하고, 여기에 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 업체는 이런 요구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경우에 따라 특정 간납사는 수수료가 아닌 할인을 요구한다. 상한가가 정해져 있으니 그 금액에서 할인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할인 금액은 간납사의 이윤으로 전용 되며 국민의 세금이 간납사에 사적취득으로 사용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윤은 간납사의 사업이 가능하게 강제한 계약자에게 돌아 갈 것이다. 

향후 발전적 대안 

건강한 유통체계라 하면 유통의 단계는 단순할수록 좋다. 한때 산지의 10원 배추가 시장에서 1000원으로 판매 되는 비정상적 유통구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농수산물 유통센터를 만든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간납사를 통한 건강보험료의 누수는 몇 백억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금액을 보장성 강화 혹은 유통의 선진화에 투자를 한다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유발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건강한 것은 의료기기유통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다. 공적영역이 취약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저수가 구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공익적 대안으로 국공립병원에 대한 유통을 전담 할 수 있는 공익적 회사를 고려할 수도 있다. 기업은 유통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정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실현 되는 시점에서 사적영역에서의 이용도 고려해 설계 된다면 공공재로서의 보건의료체계에 부합될 수 있다. 개념적이긴 하지만 불가능 하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당장 유통에 대한 과학화가가 어렵다고 한다면 간납사에 대한 무분별한 팽창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고려돼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료의 목적 외 사용은 막아야 한다. 대형병원조차 앞다퉈 유통을 왜곡하는 비정상적 현상은 이후 그 개선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허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한 회원사 간의 입법청원도 검토해 시행해야 한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간납사는 약 70~80곳이 존재한다. 이는 전체 의료기기 판매 및 대리점 수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가 아니지만 간납사를 통해 편취되는 건강보험은 몇 백억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들이 상대적 약자인 납품업자들에게 강제하는 각종 요구는 건강한 의료기기 업자의 사업의지를 꺾고 있다. 이는 공정하지도 않고 정해진 규칙도 없다. 결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현황 파악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또한 실태 조사를 통해 유관 기관에 알려야 할 것이다.  

의료분야는 정보의 비대칭에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이다. 보건의료산업에서 의료기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그리 크지 않지만 국민보건향상이라는 사명에 부합되지 않는 비정상적 관행은 시정돼야 하며 이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주도적 입장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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