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에서 의료기관의 역할 변화

●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의료계와 의료기기산업계간 접점 채널 늘려야"
의료기기산업에서 의료기관의 역할 변화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배 웅 진 <br>&nbsp; &nbsp; &nbsp; &nbsp;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br>&nbsp; &nbsp; &nbsp; &nbsp; &nbsp; &nbsp;비뇨의학과 교수 <br>&nbsp; &nbsp; &nbsp; &nbsp; 비앤씨헬스케어 대표
               △ 배 웅 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비앤씨헬스케어 대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겐 환자 치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여기에는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자 또, 과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역할 등도 포함된다. 

처음 의사로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연구‧실험 결과나 임상 환자의 데이터를 모아 인용 점수가 높은 논문에 그 결과를 출간하는 일이 연구의 핵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민간 또는 정부에서 출자하는 연구과제에 지원해 연구비를 수주해 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의사 과학자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실용화와 사업화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그간의 연구 추세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논문 출간을 위한 연구에서 더 나아가, 지식 재산권을 확보하며 향후 사업화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낼 만한 연구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창업을 준비하는 의사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지원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지난 3월 개최된 ’KIMES 2021‘ 심포지엄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도로 ‘정부의 의사 창업 지원 정책’이 소개됐다. 병원을 기반으로 창업한 ‘의사창업회사’가 참여하는 연구회를 구성해 창업자 간 상호 정보 교류로 의사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와 연계해 사업화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 멘토링 등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이처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과거 의료기기 개발 과정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하던 소극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적극적이면서도 불가분의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인 동시에 구매자인 의료진은 의료기기 개발 전 과정에 있어 임상현장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질병에 대한 최신 지견과 동향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을 작년 5월 출범했다. 2025년까지 6년간 1조2000억원의 예산이 의료기기 개발에 투입된 이 사업은 연구개발 RFP 단계부터 의사들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사업화에 난제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기기를 개발해도 국내 의료기관에서 써주지 않으면 발전이 어렵다는 점인데 사업단의 출범은 의료기기 업체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환영 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의료기기 개발의 전주기는 △기술개발 △임상 및 인허가 △제품화 △사업화의 과정이라고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제까지 의사 및 의료기관의 역할은 인허가를 위한 임상 연구 단계에 국한돼 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이와 같이 전주기에서 의사가 참여하는 연구 방식은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의료진이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90%가 넘는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는 아직까지도 수입 의료기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국내 의료기기 사용률은 전체의 59.7%에 불과하다. 종합병원의 경우 19.9%,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8.2%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이를 구매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병원에서는 상품 인지도나 임상자료 부족으로 인한 사용 경험 미흡이나, 제품 성능 부족 등을 국산 의료기기를 기피하는 이유로 꼽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려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산의료기기 신제품 사용자 평가 지원사업‘이 대표적인 국산 의료기기 사용 장려 지원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을 사용해보고 이를 평가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조언을 제조업체에 제공해준다면 해외 수출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의료기기를 유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기 개발이나 개선에 관심이 많지만 참여 기회를 개인적으로 얻기 쉽지 않은 현장의 의사들에게는 이러한 시스템 구축으로 사용자인 의사와 의료기기 개발 회사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 입장에서 어려움을 꼽는다면 허가를 위한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제품을 어떤 형태의 임상시험으로 디자인해 진행할 지에 대한 막연함이 개발 과정에서 겪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상시험에 대한 허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의사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정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국내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의사 입장에서 현장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에 따른 개선점을 생각해볼 때가 많다. 고민 끝에 떠올린 아이디어를 구현해 특허를 획득하고 제품화로 이어져 동료의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낸다면 국산 의료기기의 해외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공동 연구 활성화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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